안녕하세요, 멘토님. 철학을 전공한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철학 공부를 통해 인내력과 통찰력, 그리고 비판력을 길러왔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인문학적인 소양보다는 이공계와 상공계열의 지식에 능통한 사람을 선호해, 저처럼 인문학을 공부한 학생들은 설 자리가 많지 않네요. 그래서 제가 배운 소양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탐색해 봤는데, 고민하던 중 비서직을 알게 됐습니다.

 

멘토님을 이렇게 찾게 된 이유는, 교과서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 제게 무엇보다도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 역량이 뛰어난 분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국제사무학을 복수전공해 비서직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채우려고 노력 중이나, 아직까지 비서직의 개념, 현장에서의 이미지 등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네요.

 

비서직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인 제가 진로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한국 기업의 경우 비서를 전문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최고 경영층을 일정 기간 보좌하는 역할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몇몇 외국계 기업의 경우 전문 비서를 따로 채용하기도 하나, 대체로 외부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비서를 선발하진 않아요. 저희 회사에서도 최고 경영층의 비서로 신입사원을 곧장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비서는 보통 현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과장급 직원들 중 해당 부서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임명됩니다. 많은 대외일정을 소화하고 최고경영층을 곁에서 보좌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비서에게 개인 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셔야 해요.

 

일반적인 비서의 업무 수행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업무가 끝난 후에는 현업으로 돌아갑니다. 저 역시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오랫동안 비서직에 머무르시는 분을 본 적이 없네요.

 

비서는 최고경영층을 가까이서 보좌하기에 최종적으로 올라오는 보고서를 미리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비서가 된다면 자연스레 최고경영자의 관점에서 회사 전체를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어, 비서는 최고경영자 만큼이나 외로운 직책입니다. 또한 비서는 결국 현업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 수행 기간 동안 본인의 본분을 잊어선 안 돼요. 예컨대 멘티님께서 비서직을 수행하는 동안 자신이 마치 최고경영자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현업 복귀 시 인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겠죠.

 

비서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현업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회사 내의 모든 구성원들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비서의 기본 자질이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최근에는 해외 업무의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비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 내용을 요약해서 최고경영층에 보고할 수 있을 수준의 어학 실력도 갖춰야 합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