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S대 재학 중인 26살 학생입니다. 휴학하고 1년 8개월 동안 공무원 준비를 했지만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좌절감이 컸지만, 부모님께서 격려해주신 덕분에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대 후 복학을 하면서 사회 회귀 분석과 정책 평가 과목을 수강한 것을 계기로 통계와 분석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사회 회귀 분석 시간에 계량 경제학을 공부하며 통계 이론을 쌓았고, 정책 평가 시간에는 로직 트리, 프로그램 이론 등 다양한 이론과 함께 *SPSS를 배웠습니다.

SPSS를 이용해서 설문지를 만들고 15페이지의 간이 논문을 만드는 과제를 하면서 실제로 SPSS를 이용해 통계적 결론을 내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현재는 데이터 동아리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고 있어요.

동아리 활동 덕분에 학기 중에 사회 조사 분석사 2급 자격증을 한 번에 취득했고, SPSS 실기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여름 방학에는 빅데이터 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R을 공부하고 데이터 준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보내며 직무 탐색을 하다가 리서치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직업에 비해 정보가 너무 부족해 낙담했고, 그러던 차에 잇다를 통해 멘토님을 알게 되어 이렇게 질문을 드리게 됐습니다.

1. 리서치 회사들은 통계 프로그램으로 SPSS와 엑셀을 사용하나요?
교수님이 요즘에는 대세가 R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하셨고, 빅데이터에는 R이 꼭 필요하다고 들어서 SPSS보다 R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리서치 회사들은 주로 SPSS 사용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지 궁금합니다.

2. 리서치 회사에 인턴으로 지원하려면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야 하나요?
리서치 회사에 관한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면 인턴도 힘들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저는 외국어에 약한 편이고, 방학 때 3주간 공부해서 토익 점수를 550점에서 860점으로 올린 것에 만족하는 정도입니다.

리서치 회사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원한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울 방학에 현장 실습 인턴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리서치 회사에서 외국어 능력을 어느 정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고 싶습니다.

3. 리서치 회사는 통계, 사회, 심리, 상경 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나요?
지레 겁을 먹어서 복수 전공을 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후회됩니다. 그렇다고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을 진학하자니 나이가 걱정니입다. 얼른 취업해서 고생하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저는 흔히들 잡과라고 부르는 행정학을 전공했는데,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 여러 가지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나름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공공 여론 조사 분야에서 행정학과가 유리하다고 봅니다.

통계학과 전공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저는 계량 분석, 사회 회귀 분석, 조사 방법론, 정책 분석, 정책 평가를 모두 공부했고, A+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교양 수업인 통계 소프트웨어의 활용도 A+를 받았고, 사회 조사 분석사 2급도 평균 80점대로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노력이 정말로 전공의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현직에 계시는 멘토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4. 리서치 회사에서 실질적으로 빅데이터 분석 방법을 업무에 활용하나요?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의 e-러닝을 통해 동아리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별개로 빅데이터를 학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PSS가 중심이 되는 리서치 회사를 목표로 한다면 제가 과하게 빅데이터에 치우쳐 공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울 때 저를 지탱해주신 부모님을 위해 내년 하반기에는 꼭 리서치 회사에 입사하고 싶습니다. 멘토님의 조언을 하나하나 양분 삼아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PSS : 통계적 분석과 데이터 마이닝 등에 사용되는 통계 분석 프로그램 패키지

 

*R : 통계 소프트웨어 개발과 자료 분석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이제껏 받아본 질문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좋은 질문을 주셨네요. 글을 읽어보니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질문에 하나씩 답변 드릴게요.

말씀하신 대로 리서치 회사에서는 SPSS와 엑셀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엑셀은 통계 프로그램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데이터 셋을 원활하게 편집할 수 있는 보조 프로그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프로그램입니다.

SPSS를 가장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분석 기법은 회사마다 제각각입니다. 또한, 고급 통계가 필요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AMOS나 R과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영어의 중요성은 기업과 업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마 제가 면접 때 외국어로 질문을 받았다면 떨어졌을지도 몰라요. 외국계 기업은 토익 점수나 면접을 통해서 기본적인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저는 국내 정부 기관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마케팅 파트에서 외국 기업과 협업하는 동료들은 외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합니다.

참고로 입사 당시 제 토익 점수가 850점 정도 였는데, 이미 5년 전 일이니 지금은 스펙 커트라인이 더 올랐겠네요. 하지만 외국계 기업 혹은 마케팅 아웃바운드 파트를 제외하면 외국어 실력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예요.

리서치 회사에서도 선호하는 전공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오로지 업무 연관성에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원 기준으로 마케팅 파트는 심리학이나 경영학 같은 상경 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며, 공공조사 파트는 사회학, 신문방송학, 통계학 등의 사회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학을 전공한 멘티님이 리서치 회사에 들어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멘티님은 이미 데이터와 관련한 충분한 지식과 노력을 쌓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 싶습니다.

현실과 미래의 갭은 아직 큽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무언가를 조사하는 것에는 아직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점입니다. 리서치 회사에서 수행하는 조사와 빅데이터의 간극을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기 위해 예를 들어 볼게요.

가령, 오늘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도를 빅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을까요? 혹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유한킴벌리에서 새로 나온 기저귀의 사용성 테스트를 할 수 있을까요?

대답은 ‘알 수 없다’ 입니다. 자료를 요구하는 시점은 현재 아니면 미래인데, 빅데이터는 과거의 자료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유추는 가능할지 몰라도, 정확한 답은 내놓기 어렵습니다.

멘티님의 글을 읽으면서 "왜 굳이 리서치 회사에 오려고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데이터에 관심이 있어서 리서치 회사가 눈에 들어온 것은 알겠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곳은 리서치 회사 말고도 정말 많습니다.

멘티님은 데이터 분석가가 될 것인지, 조사를 기획하는 연구원이 될 것인지에 관한 방향성이 아직 모호한 것 같습니다.

리서치 회사 연구원도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긴 하지만, 데이터를 관리하고 산출하는 데이터 매니지먼트 부서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그들이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시간에 리서치 연구원은 조사를 기획하는 것을 비롯해서 그밖에 필요한 업무를 하죠.

멘티님은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남겨주신 글만 봐서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석가가 되고 싶은 것인지, 조사를 하는 연구원이 되고 싶은 건인지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조언을 드리자면, 공부도 좋지만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업계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 업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하나의 생태계 입니다. 직업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 대인관계, 리더십, 희생 정신, 팀워크 등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도 배울 수 있을 거예요..

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항상 긍정적으로, 즐겁게 본인의 삶을 이끌어 가시길 바랍니다.

 

*AMOS(에이모스) : 회귀, 요인 분석, 연관 및 차이 분석을 포함한 표준 다변수 분석 메소드를 확장하여 연구 및 이론을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방정식 모델링 소프트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