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개발 협력 분야를 지망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사회적 경제 개발이나 지역사회 조직 사업의 해외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재작년에 선교 활동을 하면서 국제개발 협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복학한 이후 한 아동복지회 단체를 통해 해외 봉사활동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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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단체 정보를 더 알고 싶어서 인턴하는 동안 아동복지회에 근무하는 선배님들께 이런저런 정보를 물었는데 ODA 자격증 딸 것을 권하더라고요.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조언하셨어요.
솔직히 학점이 좋은 편도 아니고 전공을 살리는 것도 아니라 불안해요. 특별히 갖춘 스펙도 없는 상태에서 자격증 준비, 영어공부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을 틈틈이 하는 중인데 이대로 괜찮을까요? 또 달리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요? 절박한 마음에 질문드립니다.
💬 Chuck Ui Sung Yoon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먼저 답변이 늦어져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가 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 혹은 하는 업무에 따라 NGO 실무자의 조언이 제각각일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공부하라고 하고 어떤 분은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각자의 조언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 먼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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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이해’를 목표로 자격증을 공부하세요
ODA 자격증은 저도 없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고 난 뒤 이 자격증이 생긴 탓도 있고 굳이 시간을 내 시험을 볼 필요를 못 느껴 앞으로도 자격증을 취득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NGO 분야에 지원서를 내기 위해 ODA 자격증을 따려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격증을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ODA에 대한 관심으로서 하는 공부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자격증 공부를 이미 마음먹었다면 개발 원조를 넓은 시각으로 이해하겠다는 태도로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영어는 기본, 프랑스어는 플러스 알파
영어공부는 중요합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언어공부는 정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영어가 통용되며 영어를 잘하면 해외기관이나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위한 공부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당수 단체에서 영어로 문서작성과 업무 진행을 할 수 있는지를 요구하기에 점수를 위한 영어공부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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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관심 있는 개발도상국 국가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현지어를 익혀두는 것도 도움 됩니다. 현지어를 잘할수록 멘티님이 원하는 지역사회조직을 더욱 잘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나중에 국제기구나 해외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면 프랑스어를 배워둘 것을 추천합니다. 프랑스어는 유엔 공식 언어 중 영향력이 가장 큰 언어 중 하나에 속하며 제네바를 중심으로 개최되는 회의들도 프랑스어로 진행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프랑스어 공부를 하면 좋겠죠.
내가 서 있는 곳이 ‘현장’이라는 마음가짐
그동안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중에는 멘티님처럼 해외 현장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았고요.
우선 알아야 할 것은 해외 현장이 존재하기 위해선 백업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서울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사무국들 또한 해외 현장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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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소위 필드라고 불리는 해외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러 경험을 쌓으며 현재 일하는 C 단체에 왔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만난 팀장님 덕에 ‘NGO 실무자에게 현장이란 자신이 앉아서 일하는 바로 그 곳’이라고 인식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삶을 위해 치열하게 돌아가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제가 일하고 서 있는 공간을 그렇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멘티님이 캄보디아에서 봤던 현장과 해외 현장이 다를 수도 있단 걸 알아야 합니다. 해외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면 능력부터 키워야 합니다. 한국과 아주 다르고 매 상황이 유동적인 곳에서 일하기 위해선 우선 언어가 돼야 합니다.
멘티님의 관심 분야 중에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일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요.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참여 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보세요.
우리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제가 현재 일하는 곳에 지원할 때 지원기관 같은 단체나 기관이 없어지도록 일을 하겠다고 입사 포부에 밝혔습니다. 지금 그 목표에 얼마만큼 접근했는지 모르지만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MDGs 리포트나 *HDI 리포트에 발표되는 수치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없어지기 위해 일을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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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은 일하며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많은 NGO 실무자들이 공감하는 ‘우리는 빈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는 불편한 사실이 사람들을 더욱 채찍질하는 것 같습니다. 실무자라면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의 필요를 없애는 일’이란 인식에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그래서 각 기관들이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인사 할 때 ‘올 한해도 정말로 수고했다’며 기뻐하기 보단 ‘올해도 우리가 사라지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며 슬퍼합니다. 그렇게 추진력을 얻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답변이 길어졌네요. 현재 멘티님의 관심 분야가 조금은 두루뭉술한데 이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습니다. 관심 분야를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사회적 경제 개발을 왜 해야 하고 또 이것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지역사회 조직 사업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등이요. 목적과 목표에서부터 출발해보세요. 그러면 모호한 생각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게 문의를 할 만큼 멘티님의 절박함이 큰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절박함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나는 왜 이 일을 하고자 하는가'라는 고민에서부터 나온다면 더욱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