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저는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시작하는 예비 취준생입니다.

©Cláudio Luiz Castro

제 꿈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였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 그 게임만의 스토리와 세계관에 몰입하여 제 스스로가 해당 게임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입지가 무척 불안정해 꿈을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선택해 나아갔습니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제 마음속에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미련이 있습니다. 구직 활동을 하기까지 1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이 1년을 보람차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구글링으로 게임잡이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정보를 알아보니, 게임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경우 웹소설 연재 경험을 내세우거나, 퀘스트 테이블, 습작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한다고 하기에 이것들을 중점으로 두고 구직 준비를 해보려 합니다. 

괜찮은 전략일까요? 혹시 위의 것들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썼으면 하는 부분들이 있을까요?

멘티님. 꿈을 향해 도전하시려고 하는군요. 우선 화이팅입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기획 직군도 전문화 된 요즘은 게임 시나리오 작가 or 라이터라고 잘 부르지 않으며,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라고 표현합니다)는 굉장히 멋진 직업이면서도 그만큼 되기 힘든 포지션이기도 합니다. 티오 자체가 적기도 하거니와 그 티오를 위해 경쟁하는 사람들의 '문학적인' 포트폴리오가 워낙 뛰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Cláudio Luiz Castro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네요. 사람들이 많이들 착각하는 것이,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라는 직업의 강세를 흔히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에 찍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즉, 단순히 문장력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장력을 게임 기획에 어떻게 맞춰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 어느 큰 레스토랑의 주방이 있습니다. 이 주방 안에서는 여러 명의 셰프들이 함께 근무하며 요리를 만듭니다. 이 셰프들은 저마다 맡은 역할이 다릅니다. 전채 담당, 디저트 담당, 생선요리 담당, 고기 요리 담당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뽐냅니다. 물론 이런 시니어급 셰프들 외에도, 재료 손질 담당, 국물 끓이는 담당, 설거지 담당 등의 주니어 셰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선요리 담당 셰프라고 해서 디저트를 만들 줄 모를까요? 디저트 담당 셰프도 바쁠 때는 투입되어 먹기 좋은 국을 끓여 내야 합니다. 즉, 주방 내에서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서로의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은 다들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연합니다. 그게 요리이고, 셰프란 직업이니까요. 이 주방을 총괄하는 마스터 셰프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기획’이란 주방에 속해있기 때문에, ‘게임 기획에 속한 다른 영역’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시스템 기획 / 밸런싱 기획 / 콘텐츠 기획 / 레벨 디자인 기획 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재료 손질을 모르는 전채요리 셰프가 있을 수 없듯이,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즉, 이를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포트폴리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입 게임 시나리오 작가는 0에서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디렉터, 혹은 시니어가 이미 창조한 세계관 위에 콘텐츠를 추가로 얹습니다. '풍부한 문장력' & '맞춰쓰는 능력은 정말정말 중요한 기본 능력입니다. 그리고 더하여 게임과 그 제작에 대한 지식을 나타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함께 필요합니다. 웹소설 연재 경험이나 퀘스트 습작, 혹은 역기획은 당연히 좋은 포트폴리오의 형태지만, 그와 함께 게임 기획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제가 최근에 집필한 '게임 기획자의 일(문학과 지성사)'이란 책이 있는데, 해당 책을 구해서 보시면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도 제 책에서 발췌한 부분이 대부분입니다(책 광고 아닙니다! 여러 공공 도서관 or 대학도서관에도 많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멘티 님의 기본 스펙과 본바탕이 다른 경쟁자보다 매우 우수하니, '글(문장력')'에 대한 능력과 위 내용에 대한 스킬을 잘 갖추신다면 취업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건승하시길 빌겠습니다.

이렇게 단시간 내에 정성 들여 대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토님 덕분에 앞으로 어떻게 구직 준비를 해야 할지 방향이 잡힌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