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십대 후반 취준생입니다. 늦은 나이에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해 졸업을 한 뒤, 서비스직에 잠시 종사하다 다시 전공을 살려 취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D 그래픽과 웹 디자인 분야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다, 웹 분야의 실무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렇게 멘토님을 찾아뵙게 되었네요.
먼저 멘토님은 어떻게 웹 디자인을 배우게 되셨는지, 웹 디자이너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신입 웹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윤원진 멘토의 답변
답변을 드리기에 앞서 멘티님께서는 2D 그래픽과 웹 디자인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 하셨는데, 사실 현업에서는 두 역할을 나누지 않고 모두 디자이너가 담당합니다. 물론 웹 분야 작업을 주로 해온 디자이너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스스로 자기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지 않고 언제나 디자인이라는 큰 틀에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하답니다.
참고로 저는 대학에서 멀티미디어공학과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웹 디자이너로 업무를 시작해 현재 웹 개발자로 근무 중임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웹 디자인, 이렇게 경험을 쌓았어요
저는 대학 1학년 때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휴학을 신청한 뒤 웹 디자인 학원에 등록에 약 6개월 간 수업을 들었습니다. 사실 학원에 등록하기 전부터 이미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할 정도로 해당 분야에 욕심이 있었던 상태였지요.
학원을 다니면서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쿽, 페이지 메이커, 디렉터, 3D Max등의 프로그램을 단기로 배웠습니다. 이후 계속 개인적으로 사이트를 만드는 활동을 지속했는데, 취미삼아 하는 활동이었지만 아르바이트로 의뢰 받은 사이트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길지 않은 경험의 시간이었습니다만 저는 실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바로 복학하지 않고 얼마간의 구직 활동을 거쳐 웹 디자이너로 업무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근무 중 디자인 감각이 부족함을 크게 느끼게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와 시각영상디자인 전공에 집중했습니다.
졸업 시기가 찾아와 향후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쯤, 제가 지원할 수 있었던 분야는 크게 웹 개발, 웹 디자인, 영상편집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웹 개발과 웹 디자인을 하나의 업무로 생각해 크게 웹 방향으로 진로를 잡았지만, 졸업 후 약 1년 정도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며 온전히 웹 개발로 방향을 틀게 되었어요.
업무 수행의 중점은 디자인에 두세요
중소 규모의 회사들은 대부분 웹 디자이너가 ‘디자인’과 ‘코딩(개발)’ 업무 모두를 수행하길 요구합니다. 물론 디자이너가 코드를 만지지 않고 디자인에만 집중해야 비로소 전문성을 갖추게 돼 이상적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디자인 위주로만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직장은 주로 경험이 풍부한 지원자에게 돌아가기 마련이기에, 신입 웹 디자이너를 준비하신다면 디자인과 더불어 코딩 업무 역시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업무 수행의 방점은 디자인에 두시길 바랍니다. 디자인과 코딩을 모두 할 줄 알더라도 어느 한 방면으로 자신의 능력을 특화해야 하는데, 코딩을 주로 하는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하신다면 웹 디자이너의 본질인 디자인에 취약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추후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웹 분야에는 ‘코딩하는 디자이너’라 하여 디자이너에게 코딩을 적극 권하는 캠페인이 있으나, 코딩은 어디까지 디자인에 탁월한 사람이 부수적으로 겸할 수 있는 업무라 생각합니다. 유년기부터 코드를 배워온 사람만이 능숙하게 코딩을 할 수 있기도 하고요.
실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웹 디자인 지원자가 코딩을 할 줄 알거나, 웹 개발 지원자가 디자인을 할 줄 안다고 하여 특별히 우대하지 않습니다. 면접 시 약간의 가산점이 적용될 수는 있겠지만, 이후의 회사 생활이나 경력 관리에 도움 되는 바가 없으니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신입 웹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3가지 역량
신입 웹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역량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깔끔하게 업무를 마감할 수 있는 능력 2. 경험은 부족하나 앞으로 능숙해질 가능성을 보이는 업무 센스 3.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
사실 1번과 2번을 동시에 기대함은 모순입니다. 어떤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면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입이라도 입사 전 직무와 유관한 다양한 경험 해온 사람은 ‘일을 시켜봤더니 생각보다 알아서 잘 하더라’라는 인상을 상사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멘티님께서도 입사 전 많은 경험을 쌓기를 바랍니다. ‘신입이니 실수를 하며 일을 배워도 괜찮겠지’라는 여유로움은 더 이상 필드에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듯, 웹 디자이너도 많은 경험을 쌓아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3번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는 어찌 보면 신입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입니다. 개선할 부분을 지적하면 풀이 죽어 울상인 후배를 두고 싶어 하는 상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원래 성격이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근무 중에는 씩씩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동료 혹은 상사와 함께 일할 때, 나이에 맞는 대접을 기대함도 금물입니다. 신입이라면 신입답게, 부족하지만 앞으로 그러한 부분을 채워나가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보세요.
이외에 창의성과 같은 디자인 분야의 재능은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라기보다는, 그동안의 삶을 통해 몸에 배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며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기에, 기능적으로는 디자인을 잘 이해했으나 미를 추구하는 작업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창의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원래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를 돌보거나 무언가를 꾸미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창의적인 디자인 업무 수행이 가능할 거예요.
제 드린 답변 중 인상적인 부분들을 잘 정리해두시고 이를 본인의 자양분으로 삼으신다면,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