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범대를 졸업해 HRD로 커리어를 쌓고자 하는 학부생입니다. 요즘 커리어를 두고 고민이 많아 현직자 멘토님께 몇 가지 질문드리고 싶어 잇다에 글을 남겨요. 

©Alex Kotliarskyi

1. 멘토님. 대기업에서 HRD는 비주류 조직이기에 임원 등 조직 내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어렵다는데.. 그럴 경우 조직 생활이 조금 답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 연수원장도 그룹사 재무 출신이라던가..) HRD 종사자는 보통 어떤 커리어를 계획하나요?

2. HRM보다 HRD 커리어를 쌓는 것이 이직 가능성이나 승진에 있어서 불리하다는 데 사실인가요? HRM도 분야가 세분화되어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분야가 조금 더 이직이나 진급 면에서 수월할지 궁금합니다.

3. HRM이나 HRD의 경우 동종업계 외에 이직은 어려운 편일까요? 예컨대 제약에서 금융/제조 등으로 이직은 어려울지 궁금합니다.

4. 현재 제약 쪽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HRD 커리어를 시작하기에 조금 더 좋은 기업이나 업계가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아 질문이 괜찮았는지 모르겠네요.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사범대를 졸업하고 HRD 종사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 반갑네요. 질문 주신 것 답변드립니다.

HRD, 정말 비주류 조직인가요?

비주류의 당사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여러 대기업을 거쳐왔지만 HRD 부서가 회사 내에서 소위 말해 파워 있는 핵심부서는 아닙니다만(HRM도 파워 있는 부서가 아닌 건 마찬가지라 봅니다.) 그렇다고 비주류까지도 아니죠.

핵심부서는 주로 경영전략 짜는 부서나 회사 예산, 재정관리하는 경영관리부서, 신사업 팀 등이 핵심이고 그 외에는 영업, 마케팅처럼 돈을 주로 벌어오는 현장부서들이 인정을 받는 편입니다. 현장 한 번씩 안 겪으면 임원 되기는 힘들다는 게 통설이고요. 

HRD든 HRM이든 인사부서는 경영지원 백오피스 부서이기에 그렇게 막 파워가 있지는 않습니다. 또 인사 내에서는 만약에 인사 쪽 임원 TO가 한 자리면 HRM 출신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룹 연수원장이 그룹 재무 쪽에서 날아오는 생뚱맞은 케이스는 제가 몸담았던 대기업들에서는 본 적은 없고, 다만 HRD 출신은 아니고 인사, 노무 쪽 그룹사 임원이 내려오는 경우는 종종 봤습니다.

HRD 업무는 다른 장점이 많습니다. HRM은 늘 조직 내에서 공공의 적이고, 경영진을 대변하는 사측이기에 직원들에게 욕먹기 일쑤고 불편한 일, 껄끄러운 일, 민감한 일 (발령, 평가, 징계, 해고 등)을 많이 하는 히어로라면, HRD는 그런 것이 거의 없고, 주로 긍정적이고 동기부여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거 때문에 조직 분위기도 그렇고 일하는 사람들도 프렌들리 합니다.

또한 평생직장이 아닌 시대에 자의든 타의든 퇴사 후에도 프리랜서 강사, 전문 코치나 작은 교육기관, 평생교육기관, 컨설팅사 등 수요도 많습니다. (HRM은 조직이 있어야 존재하는 부서라 퇴사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커리어가 그다지 많진 않은 게 현실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HRD든 뭐 어느 다른 부서든 (홍보든 구매든 재무든 마케팅이든) 임원이 되기까지는 20~25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할 텐데 한 부서나 한 분야만 겪은 경우는 원체 없습니다. 두루두루 제너럴 하게 돌면서 그중에 최종 부서나 기간적으로 제일 길게 일한 직무나 아니면 입사 당시 직무 등의 기반으로 올라가죠.

즉 HRD 업무하다가 당연히 다른 업무, 다른 직무 발령 날 거고 그러면서 다른 커리어를 보시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어 갈 수 있답니다. 그리고 평사원이 임원 되는 것이 통계에 의하면 0.1% 수준이라고 합니다. 요즘 일반 직원들도 정년 채울 때까지 회사 다니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고요. 그래서 HRD가 임원에 유리하고 불리하고 따지면서 생활하는 동료들도 거의 없습니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다 오고 요즘은 대기업들도 인사팀 외에 교육팀, 인재개발, 인재 육성팀도 따로 있어서 관리자 TO도 늘고 있고, 제가 속한 그룹 연수원급에서 일하는 HRD 담당자들은 특히 이 팀, 저 팀, 옆 팀, 옆옆 팀, 다 HRD 업무하는 곳들이라 위로 올라갈 곳도 많고 기회도 많습니다. (여담으로 그래서 HRD 자체에 깊은 뜻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 계열사 소속의 HRD 담당자보다는 그룹 연수원 HRD 담당자가 되길 선호합니다. 저도 그래서 그룹 연수원으로 이직을 했고요)

 ©Abbe Sublett

이직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요?

이직 시에 HRM이 든 HRD든 딱히 유리하고 불리한 건 없습니다. 저는 HRD 경력만으로 대기업만 다섯 군데 이직했습니다. 자기가 잘 준비만 되었다면 뽑는 곳도 많고 갈 곳도 많습니다.

경력직 공고 일 년에도 수도 없이 봅니다. HRM 쪽은 두루뭉술하게 경력 공고가 뜨기보다는 채용담당, 평가담당, 노무담당 이런 세부 직무별로 뜹니다. HRD는 그중 교육담당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HR은 HRM과 HRD의 경력 유불리는 없고 다 어차피 세부 직무별로 이동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급에서 어느 쪽이 더 잘 되는지도 정해진 건 없고 그건 회사마다 다릅니다.

세부 직무별로 누가 KPI에 더 기여하느냐에 따라서 진급이 이루어지지 어느 직무에 가중치가 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회사 다니다 보면 어디 인사팀장은 노무 전문이고, 어디 인사팀장은 교육 절반, 평가 절반이고, 어디 인사팀장은 채용 중심이고 천차만별 케바케였습니다.

다만 아까 말했듯이 그냥 승진, 진급이 아니라 HR 임원 자리에서는 제너럴 한 경험이 우대받지만 굳이 극단적인 비교로 HRM만 20년 한 사람과 HRD만 20년 한 사람 중에서는 HRM만 한 사람이 더 발탁 확률은 높을 겁니다.

HRD와 HRM, 타업종 이직도 가능할까요?

업계를 넘나드는 이직은 생각하시는 것과 반대로 오히려 HRD가 나은 편입니다. 영업이나 마케팅이나 특정 산업군에만 존재하는 직무나 R&D에 비해서 경영지원 쪽(인사, 재무, 홍보 이런 부서)은 동종업 아니어도 이직이 잘됩니다. 저만 봐도 금융업, 제조업, 서비스업 많이 돌았습니다. 제가 아는 HRD 담당자들도 산업 뛰어넘었고요.

다만, HRD가 아닌 대한민국 모든 이직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동종업계 출신이 더 우대받습니다. 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타 직무보다 경영지원 쪽 부서들은 이종업으로 이동 충분히 가능합니다.

 ©Israel Andrade

특별히 우대해 주는 산업이 있을까요?

HRD 담당자가 특별히 더 유리한 '산업군'은 없습니다. 위에서 말했 듯이 경영지원 쪽 부서들이 어디 산업군이나 이직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어디서든 통용되는 직무라 그렇습니다.

산업군보다는 HRD가 속한 조직의 속성이 중요합니다. 그룹 연수원 소속 > 교육부서가 팀 규모로 따로 있는 곳 > 교육부서가 따로 없이 인사팀에 그냥 담당자가 섞여있는 곳 순으로 경력의 깊이나 업무 경험, 기회가 쌓이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케이스 모두를 경험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5대 그룹의 일반 계열사의 HRD 자리와 30대 그룹이지만 그룹 연수원 소속의 HRD 자리가 동시에 떠서 동시에 붙었다면 저는 무조건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실제 그런 적도 있고요)

다만, 만약 본인이 HRD 말고 HRM을 경험하고 싶다거나 아니면 아예 타부서도 겪고 임원까지 승진하는 게 목표라면, 그냥 재계 순위에 따른 대기업 규모에 우선순위 비례해서 입사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답변드리자면 HRD 부서가 막 파워 있는 부서는 아니지만, 어차피 회사 내 일부 부서 빼곤 다 똑같은 상황이고, 대기업 임원까지 성장한다는 것도 어느 직무 출신이냐보다 더 많은 요소들과 엄청난 운이 동반되어야 하는 점이기에 너무 그런 외부적인 요소에 매몰되지 마셨으면 합니다.

직무 자체가 나와 잘 맞는지를 느껴보면서 계속 이 직무를 갈지 전환을 할지 등에 고민하면서 맞는 쪽을 잘 선택한다면 분명 조직 내에서든 밖에서든 수많은 기회들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와 멘토님 정말 어디 가서 얻을 수 없는 자세한 답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오랜 경력자분께 얘기를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추후에 질문이 생기면 또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