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비전공자(심리, 경영 전공)이고 현재는 자바 백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지는 1년 3개월째입니다. 목표는 일단 IT 대기업으로 잡고 있습니다.

 ©Christopher Gower

저는 leetcode에서 알고리즘 문제 풀이를 하고 있고, 토이 프로젝트 한 개를 했습니다. spring 강의, 자바 기본 책, SQL 기본 책으로 이론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1. 멘토님. 공부가 길어지니 재능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알고리즘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한계점이 근본적인 재능의 부재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멘토님도 겪었고 많은 개발자가 겪었던, 그래서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매일 최소 한 문제 이상씩 풀고 있는데 제가 기업에 입사할 깜냥이 되는지 회의감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leetcode medium 문제를 풀다 보면 절반 정도는 풀이를 떠올려도 한 시간 내에 못 풀어서 discussion을 보고 다음에 다시 푸는 식인데요. hard 문제는 거의 풀이를 못 떠올리고 있습니다. 

풀었던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어서 풀이를 좀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제는 괜찮은데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생기면 계속해서 막히고 있습니다. 공부 기간과 현재 수준을 봤을 때 지금 제 상태가 어떤지 조언을 냉정하게 듣고 싶습니다.

2.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깊게 파고 들어갈지, 여러 개의 개인 프로젝트를 할지, 아예 팀 프로젝트를 해 볼지 고민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백엔드 기능 구현이 끝났고 프론트 쪽도 부트스트랩을 씌워놓은 상태입니다. 현재는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면서 조금씩 보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번 면접에서 다른 사람들의 화려한 프로젝트 이력을 보고 나니 제 프로젝트가 좀 초라해지더라고요… 보통 두세 개 이상은 하시는 것 같고요.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애착이 생겨서 원래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보완할 생각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3. 입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CS 공부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spring, 자바 기본기, 데이터베이스 기본기만 공부하고 있습니다. 배워도 지식이 날아가는 것 같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운영체제, 네트워크도 공부를 시작해야 할까요? 물론 다 잘하면 좋지만 그러려면 4년은 걸릴 것 같아요…

4. 마지막으로 목표 설정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에 적은 제 상황에서 IT 대기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목표를 잡는 것이 허황된 생각일까요? 주변에서는 전공자 대신 뽑힐 메리트가 없으니 스타트업으로 시작하거나 아니면 제 본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가는 것이 어떻냐고들 합니다.

아무래도 자신감이 점점 떨어져서 질문을 드려봅니다. 제 상태를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은데 오랫동안 혼자 공부를 했더니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요.

멘토님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견이 많이 담긴 내용이라는 걸 참고하시어 필요한 내용만 쏙쏙 뽑아가시길 바랍니다.

우선 제가 많은 멘토링을 진행해 본 건 아니지만 비전공자분들 중 정말 보기 드물게 정석을 밟아가고 계시네요. 원하는 IT 대기업에 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하나씩 답변을 해보겠습니다.

 ©Safar Safarov

알고리즘 문제풀이, 한계가 보입니다.

알고리즘 문제 풀이에 대해서는 분명 재능까진 아니어도 센스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센스가 없다고 해서 슬럼프에 빠질 이유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게 꾸준함인데 이미 매일 최소 한문제 이상 풀고 계시다는 건 정말 잘하고 계신 거라 생각합니다.

멘티님 질문을 읽어보면

"풀었던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어서 풀이를 좀 적용해 볼 수 있는 문제는 괜찮은데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생기면 계속해서 막히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저도 알고리즘은 무조건 양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준비했어요. 매일 한 문제씩 풀며 눈에 익은 문제들을 많이 만들고 그러다 진짜 코딩 테스트를 봐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는 1~2주가량 문제풀이 양을 폭발적으로 늘려 준비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도 알고리즘을 잘 못 풀었고 심지어 코테를 보는 동안에 너무 긴장을 해서 알고 있던 것마저 까먹는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경험도 쌓이면 무뎌지게 되니 실전을 많이 경험해 보시거나 여의치 않다면 모의 실전을 주기적으로 진행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 플랜,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까요?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깊게 파고 들어가기 vs 여러 개의 개인 프로젝트를 하기 vs 아예 팀 프로젝트를 하기에 대해 질문을 주셨는데요.

저라면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깊게 파고 들어가기 + 팀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결정할 것 같아요. 물론 많으면 좋겠지만 많다고 무조건 좋은지는 사실 모르겠습니다.

딱 하나의 프로젝트만 있어도 거기서 내가 "이슈를 만났을 때 무슨 고민을 하고 개발했는지" "더 좋은(확장에 용이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무슨 고민을 했는지"를 잘 설명하고 어필할 수 있다면 가볍고 평범한 100개 프로젝트 경험보다 한 개의 프로젝트가 훨씬 값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내가 적용해 보고 싶은 기술들을 적용해 보고 공부하며 만난 이론을 실제 프로젝트에 반영해 보며 개인 프로젝트를 깊게 가져가 보시는 걸 추천해요. 단, 반드시 더 좋은 코드가 되기 위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뭐가 있을지를 생각하며 개발해 보세요!

그리고 여기에 팀 프로젝트 경험을 추가한 이유는 아무래도 개인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내 생각"에 갇혀 아무리 최대한을 뽑아내도 나의 지식을 넘어서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팀 프로젝트를 해보면 나와 다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동료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죠. 좋은 동료가 주변에 있으시다면 팀 프로젝트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공부량 정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의 CS 공부가 필요한지의 답변은 가장 어렵고 애매한 답이 될 것 같습니다. 정답도 없고 정도도 없어서 어떻게 말씀드리는 게 좋을지 모르겠으나 우선 지금까지 공부해오신 건 너무 잘하셨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Spring, DB는 더 깊게 공부를 해보시고 추가로 네트워크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운영체제도 물론 하면 좋은데 이걸 혼자 독학 하기에는 좀 쉽지 않을것 같습니다.

 ©Boitumelo Phetla

비전공자의 대기업 목표 허황된 것일까?

허황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네이버랑 카카오를 경험하며 만난 비전공자가 많습니다. 오히려 "전공자 대신 뽑힐 메리트가 없으니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보라"라는 말이 틀렸습니다. 스타트업은 언제나 일당백을 원해요. 제대로 된 스타트업이라면 더 뽑히기 어려워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읽어봤을 때 저는 잘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는데 자신감이 떨어진다 하시어 마음이 쓰입니다. 다만 면접이나 실제 지원한 경험을 적어주시지 않아서 혹시라도 아직 실전 경험이 없으신 거라면 아무 데나 수시모집 떴을 때 막 넣어보시길 바랍니다.

경험을 많이 해보는 건 진짜 중요합니다. 가고 싶은 회사를 제외한 여러 곳을 넣어보며 연습해 보시고 진짜 원하는 회사의 공고가 떴을 때 좋은 체력을 갖고 지원해 보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적어서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스럽게 답변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실전 경험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 주셨어요. 지금까지 딱 한 번 네이버 공채만 써 봤었는데 그때는 코딩 테스트에서 떨어졌거든요.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확신과 앞으로의 방향까지도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기로에 선 채 쓴 질문 글이었는데 용기 내어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