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취업 당시에도 질문드리며 많은 도움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취업 후 생산직으로 일하며 직무와 관련된 고민이 끊이지 않아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Louis Reed

현재는 A사 배양팀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곧 2년을 채웁니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제가 생각했던 업무와 많이 달라서 힘들어했고, 체력이 많이 소비되는 직무이다 보니 이직 생각이 많았는데요. 막상 2년이 거의 다 되어가니 어디로 가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채용하는 공고에는 5~8년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바이오 제조업에서는 생산 경험이 필수라고 하지만 막상 채용 공고들을 찾아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보이네요.

멘토님께서 바이오, 제약 업계에 오래 계시면서 생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직하는 방향으로 추천하는 직무/회사 계열들이 있으실까요?

안녕하세요.

A사에 취업하게 되신 줄 몰랐습니다. 메신저로 한 번 연락 주셨으면 커피라도 한 잔 사드렸을 텐데 아쉽습니다. 예전에 해드렸던 멘토링에 이어서 이번에도 현실적인 내용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직무 변경의 시점은 언제가 적절할까?

모든 것에 정답은 없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재취업을 한다든지 직무 변경을 한다면 떠돌이가 될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일단은 요즘 바이오 업계의 인력 시장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A사만 봐도 임직원이 4천 명이 넘습니다. 배양 인력만 제가 알기론 수백 명에 이릅니다. 만약 이직을 생각해 보시죠. 우리나라 안에서는 갈 수 있는 회사가 몇 없습니다. 저는 셀트리온, 삼성, SK 및 외국계 제약회사를 제외하고는 오래된 중견 제약사나 벤처를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자본력, 사업, 제품 등에서 너무나도 열악합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라면 모를까 대한민국의 생명공학 산업의 현실은 아직도 처참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실 할 수 있는 건 경력 쌓기뿐이 없습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소 5년 이상의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5년 정도의 경력이 있으시다면 그 이후에 직무 변경이나 이직을 고려하셔도 됩니다. 다만, 배양이 너무 힘들어서 직무 조정을 하고 싶으시다면 보직자와 잘 말씀하셔서 일탈, 변경 관리, 시정 및 예방조치 혹은 다른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경력 설계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National Cancer Institute

지금의 조건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선은 영어 회화 실력을 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 자체가 국내는 너무나 작습니다. 이 사업은 수출 위주의 산업입니다. 따라서 영어 실력이 받쳐줘야 좀 더 본인이 원하고 몸이 편한 직무로 변경하기가 쉽습니다. 앞으로 만 5년을 채울 때까지 영어 점수가 아니라 실제 영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시길 권장 드립니다.

다음으로 ‘만 5년’을 채운 후에 뭘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정하셨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품질 부서로 가고 싶다면, 끊임없이 품질 부서에서 어떤 직무를 하고 생산에서 본인이 어떻게 그 직무와 연결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A사 안에서 부서 이동이 어렵다면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문화가 폐쇄적이기 때문에 아직도 한 직장에서 오래 다니거나 한 부서에서 오래 버티는 사람이 잘하는 것처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언컨대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역량과 경력은 본인이 설계하는 것이지 오래 버티기의 문

취업 공고가 커리어 가이드입니다

본인이 5년 후 뭘 하고 싶은지 대략적으로 정했으면 그와 관련된 채용 공고의 모든 직무 기술서를 조사하고 정리해 놔야 합니다. 타 회사의 직무 기술서가 곧 이 산업에서 요구하는 핵심 기술들입니다. 현재 부서 안에서 그런 요구 기술들을 배워 놓을 수 있다면 하나라도 더 배워두세요. 그러면 5 년 후의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질 것입니다.

같은 대학을 나오고 비슷한 전공을 하였고 같은 회사에 있었던 후배님께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을 드리고자 제가 아는 한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항상 힘내시고 언제든 질문 있으시면 글 남겨주세요. 아! 운동은 필수입니다. 교대 근무로 힘드셔도 항상 몸 챙길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고민하시고요!

정성 가득한 답변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 출, 퇴근의 반복적인 회사 생활로 게을러진 삶을 반성하게 되네요. 방향성 잘 잡아서 제가 원하는 직무와 회사에서 일하게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