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패키징 후공정에 대해서는 학부 때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하고 패키징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 것 또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저는 패키징 그중에서도 3D integration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어 석사 진학을 고민 중입니다.
©Umberto
하지만 S 전자의 경우 학사와 석사는 차이가 없다는 말이 많아 고민되네요. 석사 커리어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학사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나을까요?
안녕하세요 멘티님! 석사에 대한 고민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나름대로 답변을 드려보겠습니다.
석사 학위의 영향은 어느 정도는 있지만, 유의미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동기들은 석사도 있고 학사도 있어요. 그리고 제 후배는 기계과 학부생 출신으로 연구직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언뜻 학과가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임에도 잘 준비해서 왔지요. 열전달과 관련된 학과를 중점적으로 들어서 패키지라는 직무에 잘 맞춰서 준비를 해온 케이스입니다.
반도체 패키징의 기본 기능은 배선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전기적 불량 분석을 할 때에는 전자과 출신 선배님들이 종종 주도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을 보곤 해요. 이렇게 패키징은 한 분야만 알아서는 할 수 없는 일종의 '종합 산업'과 같은 느낌입니다. 지금 제 밑으로 있는 후배 4명 중 3명은 학사에요.
©Niek Doup
박사는 경력직이니 논외로 치고, 석사는 아무래도 연구개발 직무의 핵심 산출물인 특허와 논문이 있기 때문에 경쟁하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학사 취업이 목표라면, 경쟁 대상은 학사로 한정하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위에 논문과 특허를 언급한 이유는, 이것이 바로 직무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영업을 하는 사람은 무언가 팔아본 경험이 직무경험이고,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은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본 것이 직무경험이겠죠? 특허와 논문은 바로 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본 경험입니다. 학사 취업을 고민하신다면, 지금까지 개발과 연구에 참여한 산출물을 바탕으로 멘티님만의 이론을 만들거나 보고서를 써보려고 노력하는 방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석사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연구개발 이외의 직무를 쓰게 될 경우에는 무조건, 100% '공학 석사인데 왜 연구직 안 가고 ㅇㅇ직무를 지원했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석사 출신인 저 역시 취업 마지막 시기에 제약 영업, 은행원, 담배 회사 등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 싶으면 이력서를 써서 제출했었습니다. 그리고 면접까지 간 회사에서는 100% 저 질문을 받았습니다.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요. 그만큼 확고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연구직 이외 직무에도 관심이 있다면 학사로 취업을 준비해 보세요.
©Mathew Schwartz
다만 멘티님께서 '3D Integration에 흥미가 많다'라고 구체적인 분야까지 말씀해 주셨는데요. 스스로 흥미가 있거나 더 공부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석사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저는 태양광과 친환경 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석사 때 태양광 에너지(광촉매) 연구가 무척이나 재미있어서 휴일도 자진 반납하고 토요일, 일요일까지 연구실에 출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회사의 연구개발은 특정 목적이 있고, 위에서 주어지는 일을 시간 안에 완성하는 것이 목적이라 석사 연구에서 주어지는 자유도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도 석사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공부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석사를 한 것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드로젤 전극 연구, 골드나노입자 광전소재, Cu to Cu Bonding 등 다양한 연구를 해보고 나서 3D Integration에 대한 흥미가 생긴 것이라면, 석사 생활은 정말 마음에 드실 겁니다. 성과도 잘 나올 확률이 높아요. 그러면 당연히 연구직으로 취업을 할 때 플러스 요인이 될 겁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는다면, 구체적으로 한 번 연구 계획을 세워 보세요. 멘티님께서는 이미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겁니다. 자료를 조사하시면서 이론 파악에 얼마, 재현 실험 2개월, 논문 주제 선정 4개월, 논문 작성 1개월 이런 식으로 크게 크게 계획을 세워 보세요. 이 과정에서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불안감이도 점점 줄어들 거예요.. 그때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해 봐도 늦지 않아요.
불안할 때는 일단 계획과 실행부터
취준생에게는 취업이 전부일 수밖에 없지만, 목적을 위해 과정을 희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고민이 된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일은 내가 시간이 지나서도 할 수 있는 일일까?’라고요. 이 시기에만 가능한 일이라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시어 멘티님이 원하는 바를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