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9월에 졸업 예정인 예비 취준생입니다. 

최근에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아서 서비스 기획 쪽으로 준비를 해보고자 해요. 다만 학부 시절 동안에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했었기 때문에 취업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당연히 그에 맞는 준비도 안 했기 때문에 사실 다른 취준생들에 비해 스펙이 많이 딸리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여자인데, 나이는 27살이라…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는지 조급한 마음이 들어요.

다음 주부터는 두 달 동안 기초부터 다지며 과제와 퀴즈를 통해 실무도 경험해보는 강의를 듣기 시작할 예정이고, 그 강의가 끝나고 나서는 취업 서비스 실무 경험을 하며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갈 예정입니다.

©Dayne Topkin

멘토님. UI /UX 디자인 쪽도 함께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공모전이나 기타 스펙을 쌓아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들은 주로 중소/중견기업부터 시작해서 경력을 쌓은 후 이직할 때마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시스템인가요? 저는 사실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이긴 한데 신입을 잘 뽑지 않는 직군이라 들어서 중소기업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더불어 27살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서비스 기획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 늦은 시도일까요?

급작스럽게 취준으로 전향하다 보니 마음이 조급하고 답답해서 두서없이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낸 것 같아서 민망하고 죄송스럽습니다. 답변 주시면 제가 앞으로 이 길을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일단 서비스 기획 쪽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사실 멘토링을 하다 보면 서비스 기획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막연하게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답변들이 멘티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가고자 하는 길에 꼭 용기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먼저 27살이라는 점을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한참 어립니다. 무엇을 시작하든, 무엇을 실패하든 어떤 것도 문제 될 것이 없는 나이랍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뒤늦게 취업 준비를 한다는 조바심이 이해되지만 지금 시작해서 실패를 여러 번 해 본 후 또 다른 길을 찾아도 될 나이예요. 조바심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런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연습도 필요해요. 

조바심이나 두려움이 발목을 잡기도 하거든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도 충분히 조바심 나고 두려울 수 있어요.  다만 그 생각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해요. (참고로 저는 퍼블리셔로 시작해서 35살에 기획자로 전향했어요. 제가 멘토링 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30대 이상입니다)

 ©Sigmund

경험이 곧 경쟁력. 돌아가는 경험은 없습니다 

서비스 기획은 대기업에서 신입을 채용하는 게 흔하지 않죠. 있다고 해도 경쟁률이 너무 높아 기회를 잡기가 어렵고요. 그래서 저는 서비스 기획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스타트업을 많이 추천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프로젝트 경험이 가장 중요해요. 기획서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기획자이기에 프로젝트 경험이 최고의 스펙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은 프로젝트 경험뿐 아니라 서비스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좋은 곳입니다. 체계적인 인력을 갖추고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니 기획자 외 다른 업무들도 하게 되기도 하겠죠. 이런 전반적인 경험들은 굉장한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에이전시나 SI 업체를 통해 경력을 쌓을 수도 있어요. 이런 업체들은 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쪽은 신입일 때 길어야 2년 정도만 경험해 보는 것이 좋아요.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하지만 늘 새로운 프로젝트만 하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경력을 어느 정도 쌓은 후 대기업이나 큰 서비스 업체로 이직하는 것이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노선입니다. 대기업/중소기업 이런 기업 규모로 기준을 잡지 말고 어떤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지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야 일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요.

 ©Brands&People

보며 마음을 쓴다, '관심'이 중요해요

덧붙여 UI/UX 디자인이라는 것이 별개 아니에요. 기획자가 잘 설계해 준 설계서로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게 되는 것인데, 기획자의 설계서와 디자이너의 디자인 파일로 나뉠 뿐 다른 작업이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디자인을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관련된 내용의 블로그나 작업물들을 많이 보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공부"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말고 많이 본다고 생각하세요) 강의를 듣고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하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많이 사용해 보세요. 비슷한 분류의 서비스를 묶어서 각 화면별로 비교 분석도 해보고, 어떤 서비스의 어떤 기능이 다른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비교도 해보시고요. 서비스 기획자는 UI/UX 설계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의 전반적인 기능 정의, 사용자 흐름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서비스를 많이 사용해보면서 분석해 보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어요.

다다익선, 기록을 멈추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공모전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해보는 것도 좋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다면 해보는 것도 좋아요. 둘 다 여의치 않다면 혼자서 많은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분석해보고 개선하면 좋은 부분들을 찾아보고 적어보세요. 많이 하면 할수록 서비스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될 겁니다. 블로그나 문서로라도 자료를 남기면서 쌓아가면 이 또한 좋은 포트폴리오로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본인의 분석이 기획자의 관점으로서 깊이 있는 분석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신입에게 그런 수준을 기대하는 회사도 없답니다. 분석을 꾸준히 해보고 공부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제 답변이 멘티님의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주는 답변이길 바랍니다. 언제든, 어떤 질문이든 다시 해 주시면 제가 도움 될 수 있는 한 열심히 답변할게요.

멘토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궁금했던 것들이 전부 해소된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서비스 기획이라는 것을 설명 듣기만 해서 말씀 주신 것처럼 이 직무에 대해 막연한 감이 있지만 이번에 수업 들어보고 실무 프로젝트 경험해보며 제가 뭘 하고 싶은지 구체화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멘토님.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