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변리사를 희망하는 수험생입니다. 변리사님의 소개 글을 보고 막연히 털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020년 4학년이 되고, 남들은 전공 공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변리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생겨 처음 민법강의를 들었습니다. 변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날 당장 휴학이라도 하고 공부에 전념했어야 했지만, 졸업 후 장교로의 군 입대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군대가 서 하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설렁설렁하다 보니 한심하게도 아직 민법도 다 마무리 못한 채로 2년 가까이 지났네요.

핑계는 대지 않겠습니다. 그만큼 간절하지 못했고, 진지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4학년과, 장교로서의 첫 1년은 너무 빨리 지나, 군 생활은 고작 1년 남짓 남았는데, 아직 저는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습니다. 퇴근하고, 독서실에 오면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잠을 줄여봐도 네 시간 남짓입니다.

남은 과목은 민법/ 특허, 상표, 디자인/ 자연과학인데 성격상 어느 하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기 힘들어 민법의 민법총칙, 물권법 파트까지 개념만 세 번째 정독 중입니다. 그마저도 워낙 중간에 끊긴 적이 많아 적당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 완전히 암기하고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쩌면 안 하느니만 못한 공부였습니다.)

변리사가 되기로 다짐한 후 단 한 번도 제 꿈을 의심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마음은 같습니다. 다만, 계속 제자리걸음인 것이 저를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Isabella and Zsa Fischer

멘토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완벽히 숙지되지 않은 부분이라도 일단은 넘어가고 추후 객관식 문제로 보충하면 될까요?

일단 빠르게 특허상표디자인, 자연과학까지 한번 다 돌고 이후 부족한 개념은 문제를 반복해 풀어 보충하는 게 맞나요?

아니면 하루 네 시간 남짓 찔끔찔끔 하느니.. 그냥 차라리 제대하고 2년 동안 고시원에 살며 한빛 학원에 다니면 될까요?

두서없는 내용과, 질문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실 지금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막연함과 자괴감이 번갈아 드네요. 변리사님 따끔한 질책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우선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음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거 같아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질문 올리신 시간과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걱정은 앞서고 생각은 정리가 안되시는 거 같아 카테고리를 나누고자 번호를 매겨보았습니다.

1. 변리사로 방향을 확실히 정한 것인가?

전 수험생활을 겪으면서 변리사가 되기로 확실히 마음먹지 않고서 관성 때문에 그저 공부만 하고 있는 상황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저 또한 어느 정도 고민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이는 변리사 공부량이 결코 적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듯합니다.

다만, 멘티께서는 현재 단계에서는 공부량 때문에 변리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거 같지는 않아 이 부분은 패스하겠습니다.

©Angelina Litvin

2. 공부 방향이 맞는가?

사법고시가 폐지된 지금, 현존하는 국가시험 중 변리사 시험은 가장 난도가 높은 시험일 것입니다. 긴 수험생활을 겪고 나서 느낀 것은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비슷한 공부 방식으로 누가 더 많이 하냐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면, 국가고시와 같이 높은 난이도의 시험은 누가 더 빨리 본인에게 맞는 공부 방식을 찾아 그 강점을 빨리 극대화하냐가 승패를 가르는 듯합니다.

현재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잘 넘어갈 수가 없다고 하시는 부분은, 이과인 우리들은 법을 접해본 경험이 적어 당연히 고민되는 부분이고, 이는 반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이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론은 처음부터 리걸 마인드가 있는 사람(드물게 있습니다)이 아니라면 적어도 1차 법 과목에서는 반복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 방법입니다. 멘티님의 공부 방향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 1차 법 과목에서는 빠른 시간에 반복을 통해 법과 친숙해지는 것이 이론이나 판례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다만, 제 생각에 4시간이라는 시간은 처음 법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매우 부족한 시간인듯합니다. 아무리 1차라고 해도 하루 4시간을 투자하여 합격하기에는 공부량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공부시간이 더 확보되어 공부가 반복되면 지금 멘티께서 고민하시는 부분은 적어도 1차에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3. 법 및 자연과학의 공부 사이클 문제

이 문제 또한 4시간이라는 공부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요. 원칙적으로는 법 과목과 자연과학은 병행되는 것이 맞으며, 모든 공부는 누적되는 것이 맞습니다.

처음에는 민법만 보겠지만, 특허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일정 부분 민법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하고, 상표가 시작되면 민법 객관식과 특허 중급 강의와 같은 공부들이 함께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시험이 임박했을 때 헷갈리거나 헤매는 상황을 방지하고 보다 확실하게 머리에 새기고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부 방식에서야 다들 차이가 있겠으나, 1차에 있어서는 누군가 불시에 문제를 냈을 때 '답이 헷갈린다'면 시험장에서는 '무조건' 틀린다고 봐야 합니다. 

©Mpho Mojapelo

4. 나라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만약 제가 어쩔 수 없이 4시간이라는 제한 속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고 이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법"에 있어서는 다소 불명확하게 지나가더라도 빨리 민법 기본강의를 마무리하고 (헷갈리는 부분을 한 번 더 정리하는 차원에서 중급 강의를 한 번 더 들을 수 있음) 객관식 풀이를 통해 O, X를 분명히 가릴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연과학 중 상대적으로 자신 있는 과목은 후 순위로 미루고 지구과학과 같이 적은 공부량으로 만점을 맞을 수 있는 과목을 우선 병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멘티님의 상황상 모든 자연과학을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은 힘들 듯하고, 두 과목 정도는 시험장에서 거의 찍다시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다만, 실제 시험장에서 과학 문제 40문제를 제한된 시간 안에 완벽히 푸는 것은 아무리 이공계 출신이라 하더라도 쉽지가 않습니다. 조금 걱정을 덜어 드리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저는 물리가 공부량도 많고 어려워 아예 공부를 하지 않았었는데요. 물리는 두 문제 정도를 풀고 모두 찍었었는데 1차 합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생물은 열심히 풀었음에도 맞춘 개수는 물리랑 큰 차이가 없더군요.

결국 핵심은, 누가 '법'에서 이기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을 듯합니다.

5. 결론

성향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지금 군대에 있다면 저는 군대에 있는 시간을 합격하고 나서 해야 할 일들에 미리 쓰고 싶습니다. 합격하고 일을 시작하면 일 의외에 것들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녹록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운동을 확실하게 해본다거나 공부를 위한 체력을 키운다든가, 어학 공부를 더 확실하게 한다거나 등이 있겠죠.

멘티님의 질문에서는 종합적으로는 현재 "나이"때문에 오는 상황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거 같은데요, 장교로 복무 중임을 감안했을 때 현재 20대 중반 정도로 예상해 봅니다. 저 또한 4학년까지 마친 상태로 군대를 갔었고 제대 후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합격 나이를 예상했을 때 현재 20대 중반은 변리사 업계에서는 오히려 엄청 엄청 어린 축입니다. 제가 30대 중반인데 지금도 고객 미팅을 가면 어떻게 이렇게 어린 사람이 왔냐고 놀라기도 합니다. 나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으실 필요는 없어요. 긍정적으로 수험 생활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할게요.  

변리사님, 제 열정에 걸맞는 노력으로 공부해 꼭 변리사가 되겠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