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생명과학과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 학생입니다. 지금까지 취업을 막연히 생각만 하고, 공부나 활동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길이 보일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취업이나 진로 설정에 관한 공부를 해야 했나 봐요. 정말 막막합니다.
생명과학과 출신은 취업을 위해 석사를 필수로 따야 한다고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석박사를 하더라도 취업 문이 좁아지는 추세라 학위만 얻고 취업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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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 전공을 살리면서 학사 학위만으로 취업이 되고, 대학원을 다니며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까요?
요즘 정말 고민이 많은데 멘토님께 질문을 드릴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멘토의 답변
학사 학위로 취업에 도전해도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멘티님은 참 많은 경험을 하셨네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간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본인에게 맞는 길을 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찾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제 이야기부터 들려줄게요. 저는 학사로 취업했습니다. 입사자 중 석/학사 비율은 대략 반반 정도 되는 듯하네요. 따라서 취업할 때 어떤 실험실이 유리하다고 단정적으로 답변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주변의 경향을 보았을 때, 유전공학이나 생명공학 같은 일반적인 생명과학대학원 출신이 많았습니다. 그 외에 원예/뇌과학/신소재공학/생태 등 업계와 직접 관련 없는 전공 대학원 출신도 많았습니다.
이들이 석사 출신이라고 합격한 건 아닙니다. 회사에 입사하는 사람 중 세포 주 개발 같은 흔히 말하는 유전공학/생명공학 분야로 배정되는 사람은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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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학사 학위로 취업에 도전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그 전제는 석사가 ‘취업 관문’으로서의 가치만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석사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저희 회사에 와보면 알겠지만, 석사와 학사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석사는 경력 2년을 인정받아 3년 차 사원으로 입사한다는 점만 제외하면요. 실험을 수행할 때도 전공에 맞는 실험실에서 온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학사/석사는 구분이 되질 않아요. 본인 실험실과 맞는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5% 이하로 생각됩니다.
그럼 학사 출신들이 입사 후 석사를 준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는 업무를 시키기 위해 인력을 채용합니다. 그리고 직접 업무를 하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대학원과 일을 병행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석사 하는 것이 무의미하단 뜻은 아닙니다. S 의약품 제조사는 석/학사에 차이를 두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을 제외한 많은 회사가 석사를 우대합니다. 제가 말한 것들을 고려해서 진로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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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의 최종 목표는 ‘허가기관 설득’
하나 더 당부하자면 영어 공부를 하세요. 입사하고 나면 문서작성 업무가 엄청 많습니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사라서 실험만 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우나, 저는 정제공정개발부서(흔히 말하는 연구개발 부서입니다)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문서 70 실험30 수준으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약업의 최종 목표는 완벽한 실험이 아니라, 실험 결과를 문서로 만들어서 허가기관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근거자료가 될 수행 결과(activity result) 문서부터 각종 보고서까지 ‘영어’로 작성된 상당히 많은 문서를 각 부서에서 작성합니다. 굳이 RA(허가) 부서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답변이 충분했나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또 질문 주세요. 회사도 가까우니 한번 놀러 오세요. 올 한해 건승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