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휴직하고 로펌 비서를 준비 중인 취준생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부터 로펌 비서를 준비했지만, 워낙 학벌과 스펙을 많이 본다는 얘기를 들어서 우선 기업 비서로 입사해 사회 경험을 쌓았습니다. 현재는 한 로펌 비서직에 지원한 상태입니다. 

인사 담당자나 현직 로펌 비서가 아닌 변호사님께 이런 고민을 나누게 되어 의아해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서와 함께 일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어떤 비서와 일하고 싶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어떤 능력과 성향을 갖춘 비서와 함께 근무하고 싶으신가요? 멘토님 답변이 자소서와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연말이라 바쁘실 테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휴가와 출장이 연달아 이어져서 답변이 늦어졌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렸을 멘티님을 위해 최대한 자세하게 답변하겠습니다.

답변에 앞서 멘티님의 참신한 발상에 놀라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변호사들이 바라는 비서 상을 조사하는 멘티님을 보며, 질문이 달라져야 답이 달라진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어떻게 비서 면접을 통과할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변호사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비서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한 멘티님에겐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눈썰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눈썰미가 비서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변호사는 비서에게 업무를 부탁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일부 변호사들은 비서들이 업무에 관해 재차 확인 질문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담당 변호사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해내기 위해서는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담당 변호사의 성향에 맞춰 과제를 해결하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멘티님은 비서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능력을 이미 갖춘 것 같습니다. 

멘티님도 알다시피 로펌 비서의 주된 업무는 로펌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변호사, 변리사, 외국법자문사, 전문위원, 고문 등)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입니다. 비서가 보조하는 업무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어떤 변호사들은 은행 업무, 여권 관리 등의 개인적인 용무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비서’, ‘센스있는 비서’가 훌륭한 비서라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자세와 관련해 소개하고 싶은 사례가 있습니다. 함께 일했던 비서 중 한 분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업무 노트에 매일 매일의 경험을 모두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비서는 전문가가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해서 한 코멘트라면 지나가는 말도 놓치지 않고 모두 기록했습니다. ﾠ

그 비서는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이 자세히 업무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기록했던 코멘트를 토대로 업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전문가가 만족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서는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업무 수행 방식을 완벽하게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비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업무를 수행할 때 눈썰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확성’과 ‘신속성’입니다. 아무리 개별 전문가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실수가 잦거나 업무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전문가를 보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비서가 직접 법률절차와 관련된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를 프린트하고 도장을 찍고ﾠ최종 점검하는 업무는 비서의 고유사무입니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때 실수를 한다면 담당 전문가는 물론 회사와 의뢰인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해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침착하고, 꼼꼼한 일처리를 두 번, 세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밝은 생활태도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비서는 어느 회사에서나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대화하고, 얼굴을 마주하는 비서에게 정서적으로 많이 의존합니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늘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가끔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작은 일로도 크게 화를 냅니다. 이런 상황에도 쉽게 풀 죽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은 비서의 덕목입니다.

설명하고 나니, 좋은 비서가 되려면 참 많은 덕목을 갖춰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고, 신속하고, 센스 있게 일을 처리하려면 늘 긴장해야 하는데, 이와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주위를 돌봐야 하니 참 어려운 일이네요. 늘 담당 비서에게 감사하지만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이 샘솟는군요. 

진지한 태도로 비서 업무를 고민하는 멘티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미래에 함께 일할 전문가들을 대신해서 멘티님께 고맙다는 말씀 미리 드립니다. 준비 잘해서 꼭 훌륭한 비서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