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대미술학과에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1년 휴학 후 3학년으로 복학을 앞두고 있고, 산업디자인을 복수전공 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졸업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계획대로 하려면 학교를 3년이나 더 다녀야 하더라구요. 

원래는 졸업 후 해외로 갈 예정이라 2년 동안 유학 준비를 병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만약 복수전공을 한다면 과제 및 두 번의 졸업전시회 준비를 위해 1년 더 다닐 수밖에 없을 듯해요. 이미 재수까지 해서 이래저래 고민이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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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공을 포기하고 남은 2년 동안 지금 전공에 집중하는 게 좋을까요? 그런다면 UX/UI 디자인 프로그램과 어학을 공부하며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만들 생각이에요. 

그래도 디자인 분야 취업을 위해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장을 취득하는 게 나을까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두서없이 적었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재수, 복수전공, 두 번의 졸전, 해외 석박사 준비까지 모두 계산하니 졸업 시점이 늦어져 조바심을 느끼시는 듯합니다. 조바심은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죠.  

멘티님의 고민을 압축해 보면 공부(준비)를 많이 한 뒤 업계에 진출할지, 바로 실무 경력을 쌓을지인 것 같아요. ‘학력 vs. 경력’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과연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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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고 선택하세요

저도 대학 시절의 선택들이 제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노심초사하며 지낸 기억이 많아요. 그래서 멘티님의 고민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이렇게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대신, ‘어떻게’에만 집중하시는 거예요. 

UX/UI 분야 진출에는 현대미술이든 산업디자인이든 사실 큰 상관이 없습니다. 전공이나 준비 방법 선택은 지금 내가 현실적으로 소화할 수 있고, 믿음이 가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등을 고려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하시면 됩니다. 그 선택이 반드시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거라 큰 기대를 하고 준비하면, 나중에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왔을 때 크게 좌절하게 될 수 있어요. 

저는 첫 회사를 무려 서른에 입사했습니다. 석사도 안 했는데, 이럴 줄 몰랐죠. 또 전공인 시각디자인이 아니라 서비스 기획자로 하게 될 줄도 전혀 몰랐습니다. 당연히 계획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원에 다니면서 UX 분야에 오게 됐습니다. 대학 시절에도 UX는 너무 어려워 보여서 관심 밖에 뒀던 분야였어요. 재직 중인 L 전자 또한 학부 때부터 목표로 했던 회사가 아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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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학부 때 무얼하든 상관이 없다는 게 아니라, 커리어는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커리어는 식물처럼 계속해서 가꾸고 키워야 하는 대상입니다. 그 안에는 실패도, 오판도, 성공도, 신의 한 수도 다 녹아들어 있죠. 그 하나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이 커리어와 나를 ‘어떻게’ 구성할지가 더 중요한 겁니다. 

A는 X 때문에, B는 Y 때문에, C는 Z 때문에 고민한다면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나는 H를 원하고 그를 위해 필요한 게 B라면, Y를 무릅쓰고 B를 해보자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때 무엇보다도 H를 원하는 게 확실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해도 후회가 적고 자양분이 될 수 있어요. 단점을 가지고 저울질하지 마시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멘티님만의 방법을 연구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28살 졸업을 앞두고 정말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32살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만나러 온다면 뭘 하라고 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의 내가 어떤 걸 가장 후회할지 생각해 보니 쉽게 마음이 정해지더라구요. 사실 이런 생각은 제프 베조스가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80살의 자신을 상정했다고 하네요. 

©️Syda Production

UX의 목표는 실용성, 실무로 얻을 수 있어요

보다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여 보겠습니다. UX/UI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 게 확실하시다면, 이론보다 실무에 집중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디자인 분야는 실무가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UX 실용성을 목적으로 탄생한 분야이기 때문에 기초 지식을 쌓은 상태라면 그다음부터는 실무 능력이 많은 것을 좌우합니다. 

여기서 실무 능력이란 단순히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능력을 발휘하려면 전문성뿐만 아니라 회사의 조직문화, 지휘계통, 보고 위계, 부서 특성, 환경요인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쉽게 말해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나 업적이라 하더라도 상사가 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경제성, 설득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의미입니다. 

‘잔뼈가 굵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업무에서의 노련함은 일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석박사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닙니다. AI, 빅데이터 관련해서는 고학력 지식과 경험도 업계에서는 굉장히 필요한 자원이 맞습니다. 단,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멘티님께서 고민하시는 시점이 다소 이른 것 같다는 게 제 의견이에요. 

멘티님께서 기대하신 답변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UX/UI 분야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더 구체적으로 궁금하시면 언제든 질문 주세요.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히 잘 복학하시길 바랄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