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티님. 자비 출판 업계의 북디자이너라면 업무상의 제약이 상당하시겠어요. 짧은 시간에 제한된 자원을 바탕으로 디자인에 나서야 할 뿐만 아니라, 비용을 지불하는 의뢰인의 눈높이에 맞춰 작업을 하다 보니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소위 기획출판을 하는 단행본 출판사에서 작업할 기회를 얻고 싶으신 것 같네요.
저도 충분히 멘티님의 상황에 공감하고 있으니, 현실적인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Jason Briscoe
단행본 출판사 디자이너는 현실성이 떨어져요
먼저 기획출판 업계의 디자이너가 되기란 쉽지 않음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시장을 상대로 출판하는 단행본 출판사 가운데 상당수가 아웃소싱을 통해 북디자인을 해결하기 때문인데요. 즉, 디자인 전문회사 또는 개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맡겨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회사 내부에 디자이너를 두는 출판사도, 빅 타이틀의 표지 작업과 같은 중요한 디자인은 외부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주로 의뢰합니다. 내부 디자이너는 본문 조판이나 오퍼레이팅, 이벤트 페이지 디자인 등에만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생산성의 측면에서 볼 때, 외주를 주는 게 디자이너를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고정인건비가 적게 든다는 판단도 있어요.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내부적으로 완결된 디자인을 추구하더라도 결국 오너인 사장의 디자인 취향을 따라야 한다는 문제입니다. 자비출판 업계에서 디자이너가 비용을 지불하는 의뢰인의 눈높이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하듯, 출판사에서는 급여를 주는 사장의 취향에 맞게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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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로 승부해 보세요
그럼에도 여전히 단행본 출판사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싶으시다면, 먼저 멘티님께서 원하는 출판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내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셔야 하겠습니다.
그저 단행본 출판사의 디자이너 모집공고를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기획출판 업계의 디자이너 선발은 대체로 특채나 스카우트를 활용하기에 공채가 드문 편입니다. 또한, 공고가 나더라도 디자이너보다는 오퍼레이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포트폴리오를 보내야 하는지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까지 작업했던 결과물을 단순히 한데 모아 보내지 마시고, 해당 출판사에서 펴낸 책 가운데 멘티님이 작업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타이틀을 골라 다시 디자인한 시안들을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참고할 만한 백데이터로 기왕의 작업 포트폴리오를 함께 보내시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그 노력을 높이 사서 출판사 측에서 멘티님께 일할 기회를 줄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외주를 통해 이따금 작업 기회를 부여할 거예요. 혹 이 방법마저도 안 된다면 다른 디자인 회사를 찾아 이직해 경험을 쌓아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참 막연하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간절한 만큼 그 간절함을 직접 표현함으로써 함께 일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물론 인크루팅 업체에 이력서를 보내놓고 꾸준히 모집공고를 살피는 일은 계속하시는 게 좋아요.
모쪼록 제 답변이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