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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 PR분야,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멘토
마케팅/MD
약 6년 전
💬 멘티의 질문
안녕하세요 멘토님! 서울 4년제 대학교 언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곧 3학년이 되는 학생입니다. 막연히 광고나 PR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Alexis Fauvet


1. 멘토님께서는 대학생 때부터 지금 하는 일을 꿈꾸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대학 생활을 보내셨을지 궁금합니다. 대외활동을 많이 하셨나요? 아니면 아르바이트, 여행 등 취업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셨나요?

2.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멘토님께서는 현재 직업이 정말 좋고 재밌어서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3. 교수님들께선 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려 하지 말고, 관심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조건 따지지 말고 취직하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멘토님은 C 기획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처음부터 이곳에 취직 하신건지, 이직 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4. 광고, 홍보 분야에서 대기업과 대기업이 아닌 기업이 연봉이나 다른 조건들이 차이가 크게 나는 지도 알고 싶습니다.

제 질문은 여기까지 입니다. 아직 명확한 꿈이 없어 막연한 질문들만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멘토님의 답변을 들으면 제가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해소될 거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멘토의 답변

공모전 탈락 경험은 성장의 자양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느라 멘티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멘티님의 글을 보니 고민하는 게 느껴져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곧 3학년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더불어 열심히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 부족하나마 몇 자 적습니다.


Ⓒpatpitchaya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대학 시절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 광고 관련 대외활동과 공모전에 참여했고, 인턴을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아쉽지만, 부모님 반대로 하지 못했고요. 이 외에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10개월 동안 필리핀에 갔었고, 졸업 전에 1달 정도 유럽 배낭여행을 했었어요.

제 이력을 보아서 알겠지만 저는 지방사립대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에 취미가 없었어요. 관심도 없고 잘하지도 못했고 친구들이 다 대학을 간다길래 그냥 점수 맞춰서 제 고향 강원도에 있는 대학에 갔죠.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광고를 알게 되었고, 이걸 꼭 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을 느꼈어요. 좀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첫사랑과 같은 강렬한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까지 무엇에도 흥미가 없고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었는데, 광고가 너무 멋있고 내가 저걸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멘티님과 마찬지로 저도 많이 막막했지요. 다행히 제가 다니는 학교에 광고홍보학과가 있어서 진학했지만 학교에서는 이론만 가르쳐줄 뿐 공모전이나 인턴 생활에서 요구하는 실무적인 광고기획 스킬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Mike Tinnion


그래서 무작정 혼자서 집에서 기획서를 썼습니다. 공모전에 떨어져도 계속했어요. 이 시간이 창피하지 않은 이유는 이 시간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혹자들은 이런 말을 하지요. 힘든 걸 견디고 아픈 걸 이겨야만 뭐가 될 수 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인생에서 빠르고 쉬운 길을, 쉽고 안전한 길을 찾아왔지만, 미래의 업을 찾는 관문인 공모전에서 여러 번 떨어진 기억은 저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지 절대 넘어져서 아픈 시간이 아니었어요.

매번 떨어지면서도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떨어졌지만 첫 번째 보단 두 번째 도전한 기획서가 더 잘 섰고, 세 번째는 그거보다 더 좋았음을 스스로 깨달은 덕이죠. 성장을 확인하고 느낄 수가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때도 왔고요.

결국엔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니 고군분투 하라는 라는 말 같은데 그런 뜻은 아닙니다. 주변을 찾아보면 실무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요. 다만 배우는 것 그 자체가 어떤 성취를 가져다주진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요즘 스펙 푸어들이 많지요. 아무리 스펙이 높아도 취업에서 자꾸 미끄러집니다. 왜 그럴까요.?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화려한 수상경력에 인턴에 대외할동까지 해도 그 스펙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아요. 결국 무엇을 찾아서 배우러 다니는 것이나 어떤 타이틀을 하나 더 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공모전을 많이 할 때요, 어떤 기획서는 정말 잘 썼는데 떨어져요. 어떤 기획서는 잘 못 썼는데도 상을 받아요. 이력서에 수상경력 한 줄 더 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광고 기획을 좀 더 잘하고 싶다. 그것에 목표를 두니까 수상 경력에 개의치 않았어요. 

사실 상이라는 것도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해서 주어지는 것일 뿐이잖아요. 스펙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 스펙을 가질 만큼의 인재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그렇다면 좋은 인재로 보인다는 것은 어떤 것이냐. 이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관한 거예요. 이력서가 화려해도 내실이 없는 사람은 몇 마디만 말해 봐도 티가 납니다. 제가 올해 30살이에요. 저도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도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인생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그런 거예요. 경력만 화려하고 실력이 없는 친구인지, 이력서는 좀 비어있지만 내실이 있는 친구인지 어른들은 몇 마디만 해도 분명하게 그걸 알아봐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진심으로 그 일을 좋아하고, 내면에서부터 자신감을 뿜어져 나오도록 실력을 다지세요. 스펙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남들 하는 건 다 해야 하죠. 하지만 똑같이 스펙을 쌓으면서도 그 과정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져요.

첫 번째 질문을 보니 취업과 관계있는 일, 혹은 없는 일을 나누어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됩니다. 방법이 한정되어 있어서 요즘 친구들의 취업 준비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어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빛난다고 봐요. 

다만 여러분을 잘 모르는 어른들이 여러분의 재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잣대를 가지고 판단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부응해야 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evan kirby


우연한 경험으로 마음속 싹을 키우다

멘티님도 질문을 남기고 적극적으로 답을 구하는 것을 보면, 지금 분명히 스스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의지가 있어요. 그 마음을 믿고 나가시면 됩니다. 위에서 말했듯, 저는 우연한 기회에 대학에서 광고를 알게 되었고, 그 순간 단번에 끌려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지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광고를 보자마자 바로 꽂혔다고 그랬죠? 광고를 처음 알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5월쯤이었어요. 학교에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 분야에서 뛰어난 고학번 선배가 후배들을 몇 명 모아서 소그룹으로 가르쳐주는 거예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신입생 티를 못 벗고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렸어서 수업이 다 끝나고 선배를 따로 만나 뭔가를 배우는 게 정말 하기 싫었어요. 근데 친구가 자꾸만 같이 가보자고, 한번 가보고 재미없으면 안 가도 된다고 꼬드기더라고요.

학교 앞에서 밥을 사준다고 해서 그걸 얻어먹고 그냥 어영부영 따라갔어요. 그리고 광고를 만났고, 홀라당 마음을 뺏겼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과정 자체는 저도 진심으로 광고를 좋아하고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꿈을 빨리 만나게 된 건 아주 행운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운을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제가 해주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조각가가 있어요. 권진규라는 분이에요. 이분은 일제강점기에 부호의 아들이었어요. 그 당시에 일본 유학 가 있는 형을 따라서 일본 여행을 갔고, 거기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는 강렬하게 사랑에 빠져들었죠. 이 분이 그래서 훗날 뭐가 되었을까요? 음악가가 되었을까요? 지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했을까요? 이 분은 훗날 유명한 조각가가 되셨어요. 보자마자 단번에 빠져들었던 오케스트라 음악 때문이에요.

그는 이 음악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하면 이 소리를 손으로 만질 수 있을까 생각했대요. 그래서 음악에서 얻은 영감을 조각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처럼 꿈이라는 건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튀어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죠.

그러나 꿈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어떤 준비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앞서 말한 권진규 선생님의 사례처럼 음악에서도 미술이라는 꿈이 튀어나올 수 있죠. 이처럼 내 꿈이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아주 자그마한 꿈의 싹이 확 튀어나올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걸 끊임없이 경험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경험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어요. TV 예능 프로그램 시청일 수도 있고, 남자친구와의 영화관람일 수도 있어요.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은 없어요. 경계가 없어요. 

이미 멘티님의 마음속에 아직 인식하지 못한 아주 작은 꿈의 싹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분명 인생에서 우연히 마주한 어떤가가 그 싹을 세차게 잡아 당겨줄 거예요. 그 싹에 계속 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경험에 열린 태도를 가져보기를 추천해요. 저처럼 낯선 일을 경계하지 말고 경험해보세요. 분명 멘티님 마음의 싹을 잡아당겨 줄 거라 믿어요. 

Ⓒ Vintage Tone


처음부터 목표를 낮출 필요는 없어요

C 기획이 제 첫 직장이고 여기서 일한 지 5년이 되었어요. 제 경험으로 토대로 얘기하자면, 첫 사회생활 경험은 매우 중요해요. 제가 계속 이곳에 있든, 만일 다른 데로 이직을 하든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저의 일부처럼 쭉 따라다니게 되니까요. 제가 일하고 있는 C 기획은 객관적인 지표로 봤을 때 사람들이 업계 1위라고 해요.
 
광고 종사자들이 종착지로 꼭 가고 싶어 하는 곳이죠. 이직해서 이곳에 온 선배도 많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시작했더라도 능력을 인정받고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그러다 보면 조금 더 좋은 회사로 옮길 기회가 생기더군요. 

우리 회사에 오기 위해 세 번, 네 번 여러 회사를 거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차피 경력직은 능력에 따라 항상 채용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혹시나 처음에 원하는 회사를 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도 아마 그런 의미로 말씀해 주신 것 같아요.

다만 처음부터 목표를 낮게 잡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곧 4학년이 되면 시도하겠지만, 취업 달력을 보면 대기업 채용이 가장 먼저 끝납니다. 특히 삼성이 가장 먼저 채용 프로세스를 마무리하죠. 여기엔 좋은 인재들을 미리 쓸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목표가 대기업이라면 거기에 먼저 지원을 하고 안됐을 때 그 다음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처음부터 목표를 낮출 이유는 없어요.

연봉이나 그 이외의 조건들은 회사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납니다. 우리 회사 외에도 대기업 광고 계열사들이 좀 있는데, 홍보 쪽으로는 없는 거로 알아요. 홍보 분야는 글로벌 기업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회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연봉이나 그 외 조건들이 제각각이라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제가 알고 있는 정도만 말하자면 광고 분야 탑 5회사들 연봉이 3천~4천 사이입니다. 정말 소규모 회사는 신입사원이 한 달에 100만 원을 채 못 받기도 하고요. 이것은 나중에 멘티님이 지원하는 회사를 따로 알아보고 판단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두서없이 적은 글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꿈을 향해 가는 데 많은 것들이 필요해서 짧은 문답으로는 모두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호기심은 있는데 뭘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는 멘티님 마음도 알고, 저 역시도 해줘야 할 말이 많은데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요. 

혹시 시간이 되면 제 책을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제가 전하고 싶은 더 많은 말들을 좀 더 정성들여 써놓았어요. 늘 응원할게요. 겨울 따뜻하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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