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대학 시절부터 마케팅 분야로의 진출을 꿈꿔, 졸업 후 가구 제조 및 유통 회사인 H사에서 영업 전문직으로 인턴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가구 B2C 영업직 업무를 수행하며 비전을 찾을 수 없었고, 제 적성에도 맞지 않아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니 저는 3년 넘게 블로그 관리를 하며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낀 적이 많았고, 최근 들어 온라인에서 경쟁력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 혹은 웹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기획하는 업무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하지만 기획자가 정확히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모를뿐더러, 제게 앱을 개발하거나 웹 페이지를 디자인해 본 경험도 없어, 기획자가 되려면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멘토님이라면 지금의 제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먼저 기획 직군에 관해 설명해드리자면, 기획자는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기획자는 보통 프로젝트 설계자에 가까운 편이에요. 즉, 회사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를 받거나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앱 또는 웹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기획자의 업무라 할 수 있습니다.

 

ⒸRadachynskyi Serhii

그러므로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기획자에게 개발, 디자인 관련 지식이 필수로 요구되지는 않습니다. 실제 회사에서 기획자를 뽑을 때도 해당 경력이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기획자는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창조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바로 문제 해결 능력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획을 진행하다 보면 기획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힐 때가 많아요. 그러므로 원활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기획 업무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죠.

 

기획자가 되는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저 또한 법학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오랜 기간 방황하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론이라는 책을 읽고 기획자의 꿈을 꾸게 되었어요.

이후 이리저리 부딪혀가며 기획 관련 경험을 쌓다 보니 현재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멘티님이 근무하신 H 사에서 온라인 기획자로 잠시 근무하기도 했었어요.

다만 막연하게 기획자가 되길 희망하기보다, 본인이 흥미를 갖는 기획 분야를 먼저 찾는다면 좀 더 빨리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획자도 각자가 맡는 업무 분야에 따라 게임 기획자, 검색 기획자, 웹 서비스 기획자, 앱 서비스 기획자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뉘기 때문이죠.

또한 한 분야에서 기획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다른 분야에서도 그 능력이 통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야별로 요구되는 전문성이 따로 있거든요. 그러니 멘티님께서도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기획 분야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해보시기 바랍니다.

현재의 멘티님께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본인의 경험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간략하게 기재해주신 질문 상의 경험만으로도 저는 멘티님이 좋은 기획자가 될 자질을 이미 갖췄다고 생각해요.

 

먼저 H사의 영업팀에서 근무하신 경험은 상당히 좋은 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웹 서비스에서든 오프라인 매장에서든 고객을 유치해 매출을 올린다는 기본 개념은 같아요.

따라서 H 사에서 영업직 업무를 수행하며 알게 된 정보들, 예컨대 고객이 주로 몰리는 매장은 어디이며, 해당 매장의 판매 전략이 무엇인가 등을 기억하신다면, 이는 고스란히 온라인 쇼핑몰의 영업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 블로그를 3년 넘게 운영해 온 점도 기획자로서 좋은 자질을 갖췄다는 증거가 됩니다. 기획 업무는 생각보다 운영적인 부분이 많아, 꾸준히 특정 서비스를 관리하는 역량도 기획자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그러므로 기획 직군 지원 시, 멘티님의 경험들을 믿고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어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