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해외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CSR 직무를 준비 중인 멘티입니다. 대학 생활 동안 아시아 지역의 교육 자원 불균형에 관심을 가지고 NGO, 교육 프로젝트, 봉사 및 멘토링 활동을 해 왔어요. 

CSR을 알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인데요. 제가 했던 단순 봉사와 멘토링이라는 영역의 한계를 넘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컨설팅해 주는 일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Vitali Michkou

그러다 현재 멘토님이 계시는 D 컨설팅사의 지속가능경영 인턴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 시절 해온 활동들과 지속가능경영 업무를 어떤 식으로 매칭시키면 좋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또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쪽으로 가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우선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은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이미 구체적으로 해 보신 듯하네요. 정말 멋지십니다. 

제 에세이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 커리어를 처음 쌓기 시작할 때엔 멘티님 정도로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거나 계획하지는 못했었거든요. 멘티님께서 지금까지 가져오신 관심과 해 오신 노력은 분명 좋은 자산이 될 겁니다. 

©️freepik

들어가며

멘티님은 대학 생활 동안 사회 변화에 관심이 있었고, 최근에는 CSR에까지 관심이 이어지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아마 기업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시게 된 것이겠죠? 

기업을 통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 개인의 노력보다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하셨을 것 같아요. 또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에 흥미를 느끼시게 된 것도, 아마 ‘기업의 사회 공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멘티님께서 궁금해하시는 D 컨설팅사 지속가능경영 인턴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저는 다른 그룹으로 소속을 옮긴 상태이므로 ‘지속가능성 컨설턴트로서 커리어를 쌓으려면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하는 것으로 대신할게요.

©️megaflopp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의 업무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의 일은 기업이 가급적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많이 질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설명 드리면, 많은 분들이 ‘역시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들은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저는 이렇게 첨언하고 싶어요.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은 컨설팅받는 기업이고, 컨설턴트는 기업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고요.

한 가지 예시를 들어 볼까요? 중남미 모 국가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 해당 국가 여성의 문맹률이 높다는 점을 발견하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장 근로자 + 인근 지역의 여성들에게 무료로 스페인어 교육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때 기업은 ‘과연 이 활동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겠는가?’에 대해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에게 자문을 구하죠. 

컨설턴트들은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 활동이 실제 해당 지역의 문맹 퇴치에 기여할 수 있나, 사회적인 기여 외에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들어가는 자원은 얼만큼인가, 이해관계자들은 누구며 그들에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나 등을요.

그런데 검토 중에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예시니까 그냥 편하게 가정하겠습니다.

©️Syda Productions

문제 1. 해당 국가의 여성 문맹률은 교육 기회 자체가 부족한 것만큼이나 ‘여성은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에서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료 교육을 제공해도 꾸준히 참여할 사람이 적으므로 문맹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 2. 우리 기업은 대한민국 정부 모 기관의 지원금을 받아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해당 국가의 낙후된 행정체계로 인해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높다. 따라서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모 기관은 교육 프로그램 실시에 부정적이다.

이런 경우 멘티님은 기업에 ‘지금 모 나라의 여성 문맹률을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마십시오.’라고 자문할 수 있나요? 혹은 ‘중남미 모 국가에서 스페인어 무료 교육을 실시하려면 그 공장에서의 수익성은 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니, 직원들의 급여는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시고 월별 생산 물량은 현재의 12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합니다.’라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나요?

물론, 지속가능경영 컨설턴트가 이런 상황에 자주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커리어 내내 많아야 한두 번 정도일 거예요. 혹은 저런 자문을 제공해야 할 일이 전혀 없을 경우가 훨씬 많을지도 몰라요. 운이 좋다면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려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합니다'라는 자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그러나 내가 분석한 결과가 저렇다면 ‘나에게 의뢰한 기업을 위해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것을 유보하라는 자문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컨설턴트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tstock Productions

기업의 CSR 부서와 사회공헌재단도 고려해 보세요. 

멘티님의 경험은 분명 NGO에게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기업의 교육 프로젝트, 봉사 및 멘토링 활동 기획·실행에 자문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컨설팅 펌의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팀이라 하더라도 늘 그런 업무를 선별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어요. 컨설턴트는 기업이 자문을 구하는 것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사람들이지, 자기가 컨설팅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컨설팅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대신 기업이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식으로 해결점을 찾아가는지,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 어떤 식으로 판단하는지를 살펴보는 데에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조직은 괜찮은 무대일 수 있어요. 

멘티님이 여태까지 해 온 활동들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는 컨설팅 조직보다 그런 활동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는 조직들입니다. 이미 목표로 하고 계신 기업의 CSR 팀이나 아니면 기업에서 운영하는 재단들이요. 

이 두 조직은 자주 협업하긴 하지만, 기본 관점이나 태도는 상당히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점을 염두에 두시고 경력 계획을 잡으시는 것이 아마 보다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fatir29

균형 잡힌 커리어 설계를 위한 조언

멘티님께서 이미 커리어에 대해서 이미 구체적으로 생각해 두고 계신 것 같아서 일부러 조금은 냉정하게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검색 등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CSR에 대한 정보들은, 상당수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관점만 보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CSR = 정의로운 것, 좋은 것’이라는 온정주의적 인식이 일반적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해 오히려 약간은 냉담해 보일 수 있는 의견도 제시하는 게 멘티님께서 고민의 균형을 잘 잡으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만큼 멘티님께서 지금까지 해 오셨을 고민을 제가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앞으로 멘티님께서 스스로 균형을 잘 잡고 커리어를 잘 쌓아나가실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제 답변이 멘티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고민해오시느라 정말 수고하셨고, 앞으로도 커리어 성공적으로 잘 쌓으시길 진심으로 성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