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영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대학교 새내기 멘티입니다. 진로를 좀 더 깊고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멘토님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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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님 직업인 마케터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을 알려주세요.
마케터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동료들은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나요. 아니면 만족하나요? 이유도 알고 싶어요.
가장 힘들었던 사건이 있었나요?
마지막으로 멘토님이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나 충고 부탁드립니다. 훌륭하고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마법사, 마케터
안녕하세요 멘티님. 새내기 시절에 본인의 꿈과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쉽지 않은데, 참 보기 좋습니다. 제가 그동안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을 하셨어요. 대답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노력해보겠습니다.
제 커리어 패스를 소개하자면 광고회사, 마케팅 회사를 거쳐 금융회사에서 일을 했고 지금은 조그마한 금융서비스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지금도 제가 매일 접하고 고민하는 일이고요.
©️oatawa
질문 내용으로 봐서는 마케팅 영역에서의 장단점을 물어보는 것 같은데 맞지요? 이 일의 장점은 정말 매력 있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인식의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은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내가 의도한 대로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저희 브랜드, 서비스, 상품 등이 시장에서 우리의 의도대로 통한다고 느낄 때의 감정은 말 그대로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느낌’과 같습니다. 실제로 광고 PT에서 우승하면 We are the champion이라는 노래를 회사가 떠나가도록 틀어놨었습니다.
반대로 단점은 너무나 많은 고통이 따른다는 점입니다. 마케터는 절대 고상한 직업이 아닙니다. 제가 마케터일 때 전국의 시장, 백화점을 돌아다녔던 기억도 있고, 고객과의 심층 인터뷰, 설문 등으로 밤을 지새운 적은 허다했습니다.
또한, 높은 지식과 학습을 요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는 필수입니다. 마케터는 세상의 트렌드, 감성,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 사고에 민감해야 합니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 문화생활은 물론이고 TV 프로그램이나 기본적인 대중문화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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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학교에 ‘공부도 잘하는데 운동도 잘하고 TV 프로그램도 꿰고 있는 친구’가 있듯, 사회 생활하면서도 마케터는 약간 그런 느낌이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시간을 투여해 업무와 그 외적인 요소를 습득해야 합니다.
더욱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제조자의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을 두루 파악해야 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대립하거나 중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받는 상처도 많습니다. 마케터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제가 여태 말한 장점과 단점을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장점 : 사람을 이해하고, 연구하고 변화시키는 일이 매우 매력적이다. 고로 향후 다른 업종이나 일을 할 때 범용적인 활용도가 높다.
단점 : 업무 영역이 따로 없고, 무엇이든 배우고 익혀서 활용해야 하는 과정이 어렵다.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가 크다.
앞으로 마케팅은 다양성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마케터의 전망과 비전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마케팅은 획일화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과 개인 성향, 취향이 제각각 다르고 더욱 다양해지는 시대에 마케팅은 과거보다 10배 100배 더 세분되고 다각화될 전망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마케팅은 대기업 중심의 획일화된 방향보다는 다양성을 전제하고 그 다양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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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준비한 전략이 윗선에서 엎어졌을 때 힘들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꿈을 정하지 못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했던 시기였어요. 업무할 때는 의도한 대로 전략이 적용되지 않는다거나, 며칠을 고생해서 만든 마케팅 기획안이 윗사람의 주먹구구식 경험 때문에 쓰레기통으로 처박힐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한 동료나 상사가 윗사람의 한마디에 전략을 한 번에 뒤집고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며칠을 밤새워 만들었던 전략안과 기획안을 반대 방향으로 다시 짜 맞추는 일을 할 때 정말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힘들어했습니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진로를 선택하지 마세요
마케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들 질문을 합니다. 그때마다 과연 마케팅이 허울 좋은, 그럴싸한 직업으로 포장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 제가 광고회사에 있을 때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멋진 직업인 것 같다면서 회사를 찾아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회사에 들어왔다가 몇 개월을 일해보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며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절대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하지 마세요.
©️William Potter
제가 아는 어느 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동차 광고 디자이너가 되는 게 목표였답니다. 그래서 H 자동차 광고를 하던 그 당시 기획사의 CD(creative director)에게 자신이 만든 자동차 광고 시안을 분기마다 포트폴리오에 담아 보냈다고 합니다. 몇 년 뒤 같은 회사의 디자이너 자리가 났고, 그 친구를 인턴으로 기용하고 이후에는 그 회사의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주식으로 부자가 된 워런 버핏은 9살에 병뚜껑을 모아 번 돈으로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낡은 주차장 한 켠에서 스물의 나이에 애플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전하고 부딪힐 용기가 중요합니다.
제가 후배들에게 물어봅니다. 얼마나 도전해 보았냐고요. 우리 사회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멸시를 보낼 정도로 얼어있지 않습니다. 본인이 진정 마케터가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마케팅을 배울 만한 회사는 많습니다.
무보수로 쓰레기를 버리고 복사를 할지언정 그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이번 여름에라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고 편지를 써보세요. 그리고 배우고 싶은 열정을 보여주세요. 그 열정이 자라야 스스로의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 전에 꿈과 비전에 대한 고민을 우선 해보시고요. 두드리세요, 아우성치세요, 미친 듯이 도전하세요. 그래야 기회의 문이 열리고 원하는 것을 얻고 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먼 훗날 멘티님의 이름이 대한민국 마케팅 업계에 이름을 날릴 그 날을 함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