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대학교 수료 상태인 멘티입니다. 원래 저는 영상 쪽으로 경력을 쌓고 이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나중에 경력단절이 될까 봐 무서워, 꿈을 포기했습니다. 저 스스로가 일과 가정 중 가정을 더 우선시하는데, 영상 쪽 일을 하게 되면 가정을 소홀히 할 거 같아 겁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히 외국계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곳에서 B2B(Business-to-Business) 홍보 마케팅 인턴 자리가 생겼다고 하여, 먼저 제게 인턴십 제안을 했습니다.
여성으로서 일과 가정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다가도, 갈수록 채용이 적어지고 있는 취업 시장 분위기에서 일단 외국계 회사 인턴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고민이 됩니다.
멘토님은 경력단절 이후에도 원래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계시는데요. 저는 어디로 방향을 잡고,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요? 저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답변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저도 20대 초중반에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해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무턱대고 하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했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멘티님의 글을 읽고 나니 그때 당시가 생각나고, 남의 일 같지 않네요.
멘티님께서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인 건, 사회경력을 쌓는 것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싶은 소망 때문인 거 같습니다. 처음에 영상 분야 진출을 희망하셨다가 나중에 접으신 것도 이에 맞지 않기 때문인 거 같고요.
공감합니다
감히 예측해 보자면, 더 근본적인 이유는 현재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현재를 압도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수 있어요. 저도 그랬고요.
미래를 고민만 하지 마시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세요
아시겠지만, 미래는 알 수 없고,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내 생각과 가치, 세상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뀔지, 그동안 삶에서 우선순위였던 것들이 어떻게 변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히 조언 드리자면, 멘토님께서도 제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 당장 알 수 없는 것에 집중하지 마시고,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셨으면 합니다.
외부 상황과 요인은 내 능력 밖의 일입니다. 따라서 상황이 어렵고 쉽게 풀리지 않을수록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만의 알맹이 만들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하셔서,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하나둘 경력을 만들어나가시실 추천해 드립니다. 저도 그랬지만, 도전하고 움직이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명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겁니다.
취업이 불안할수록, 미래가 아닌 현실에 더 집중해보세요
만약 지금 제가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첫 번째로는 정말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계속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가장 집중할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고려하면서, 비록 중간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고, 몇 년 후 다시 할 수 있는 길을 차근차근 준비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계속 바뀌어 가기는 하겠지만, 육아로 몇 년 쉬고, 시간제 형태로 일하다가 다시 문제없이 본인의 일로 돌아가시는 분은 얼마 없습니다. 돌아가는 대다수의 경우는 의사, 교수, 선생님과 같은 전문직과 일부 프리랜서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중간에 경력이 단절된 일부 몇몇 경우, 전문분야를 다시 공부해 시작해서 업종을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시도를 한 끝에 다시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문성에 대한 배고픔과 불안, 미래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이것이 정말 내 길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로 선택을 두고 고민 중인 멘티님께서 앞으로 이 점을 고려하셨으면 합니다. 멘티님께서 중시하시는 ‘행복한 가정’은 절대 나 혼자 힘과 의지만으로 꾸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해요.
결혼하고 싶어도 좋은 사람을 못 만나거나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나중에 나 스스로가 결혼을 굳이 하고 싶지 않아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를 지나치게 염두에 둔 나머지 아직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너무 고민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
멘티님께서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취업을 말씀하셨습니다. 제 친구 중의 한 명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고려하여, 공기업 중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곳 중 한 곳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기업에서 일하면서 인생 가치관이 바뀌어 누구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음에도 답답하고 의미 없게 하루 9 ~ 10시간씩 일하는 삶에 힘들어했습니다.
친구는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일상에서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인가’에 대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를 과감히 관뒀습니다. 그리고 통번역 대학원에 진학해 현재는 아이들 키우면서 프리랜서로 새로운 경력을 쌓으며 살고 있습니다.
반대로 결혼하면 일 관두고 아이 키우면서 취미생활 하면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다른 친구는 결국 본인이 원하던 결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컨설팅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남들 보기에 번듯한 일을 하고 싶었던 친구는 변호사가 됐지만, 지나친 업무 스트레스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동료를 보고 이직했습니다. 지금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급여는 낮지만, 좀 더 일하기 편한 기업 법무팀으로 옮겨 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든 이유는 결론적으로, 미래는 알 수 없고 예측한 대로 되지 않으며, 대비한다고 그대로 펼쳐지지도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염두에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를 하시되,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그 안에서 나의 성향과 미래에 맞는 선택지를 다시 또 고르셨으면 합니다.
진로 선택으로 고민 중이시다면, 이렇게 해 보자
혹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림으로 먼저 그려보세요. 그다음엔 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지금 내가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목록화해보세요.
그중에 가장 빠르게 그림을 그리고 채울 수 있는 일을 진행하시고요. 설령 그것이 조그맣게 보이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더라도 거기서부터 모든 연결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그림이 뭔지도 모르겠고 막막한 상황이라면, 조바심을 버리고 내가 가장 즐겁고 내키는 쪽으로 우선 움직여 보셨으면 합니다. 외국계 회사 홍보마케팅 인턴도 해보시고, 이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드시면, 그때 또 다른 일을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그래 봐야 고작 몇 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남보다 늦는 것입니다. 이 정도는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드신 상황으로 추측되지만, 그럴 때일수록 마음에 여유를 가지세요.
사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아직도 찾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드린 내용은 현재 제가 늘 되뇌고 있고, 곱씹고 있는 말과 생각입니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어린 시절엔 이런 이야기가 와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말 나에게 꼭 와닿는 내용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때론 제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가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정작 훼손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제 생각과 행동과 다른 일을 하더라도 언제나 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진짜 의미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짬을 내어 작게 로라도 틈틈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선 걱정은 NO! 하고 싶은 일에 꼭 지원하자
멘티님. 미리부터 걱정하지 마시고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세요. 그게 쌓이면 경험과 경력이 됩니다. 그렇게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능한 선택 중 제일 나은 방법을 택하세요. 멘티님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아직 개인에게, 여성에게, 특히 워킹맘에게 너무나 불리하고 배려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이 바꿀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비록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꼭 하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상황이 더 나아질 거라고 믿으면서요. 비록 조금씩일지라도 말이죠. 쓰다 보니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제 두서없는 답변이 멘티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용기 잃지 마시고 끝까지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