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고졸입니다. 그리고 나이는 서른입니다. UI/UX디자인에 대해서는 기초 지식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잘하는 선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전했다 실패하면 위험이 너무 클 것 같아서요. 사실 도전하는 게 조금은 두렵기까지 합니다.

©️kenchiro168

제가 이 꿈을 실행에 옮겨도 될까요? 멘토님의 현실적인 멘토링이 절실합니다. 

멘티님, 안녕하세요. 고민을 많이 하시고 있을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전 그동안 ‘잇다’에서 UI/UX 관련해서 많은 멘티분께 성심성의껏 답변을 드렸었는데, 어찌보면 어려운 질문을 주셔서 다른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진솔하게 잘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unsplash

UI/UX 분야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나이에 대한 걱정을 언급하셨어요. 제 첫 직장은 서른 살 1월부터였습니다. 그 당시엔 UI/UX 쪽도 아니었습니다. 서비스 앱 기획자 역할로 들어갔었기에 전공인 시각디자인하고도 다소 거리가 멀었습니다. UX 디자이너가 될 줄, 그 당시엔 저도 전혀 몰랐습니다. 

서른에 제가 들어간 첫 회사는 당시 앱 개발사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저랑 제 동기가 다짜고짜 대표님을 만나자고 해서 회사를 방문한 것이 자연스럽게 인터뷰가 됐었습니다. 바로 필요로 하는 포트폴리오와 서류를 요청받아 전달한 게 계기가 되어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 경험에만 비춰보더라도 나이는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IT 기획자로 시작해 여차여차 이렇게 경력을 만들어 온 경우입니다. 따라서 나이는 어떤 전형에 지원할 때에 만약 회사에서 어떤 제약을 걸지 않았다면, 스스로 문제 삼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물론 경쟁 상황에서 더 어린 사람을 뽑고자 할 순 있겠지만, 그것도 선택의 순간까지 갔을 때의 일이지 처음부터 나이로 인해 스스로 발목을 잡을 필요는 사실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나이 서른에 관련 경력이 없더라도 기존에 했던 경험과 내 생각, 비전을 토대로 일단 UI/UX 관련 직무에 다가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 같습니다. 물론 제 경험이기에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중요한 요점은 관련 직무에 어떻게든 최대한 빨리 다가서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최대한 서둘러서요. 이 일을 정말 원한다면 말이죠. 

©️JpegPhotographer

UI/UX 분야는 실무 경험이 가장 중요해요

현재 취준생이시면, 저는 UI/UX 직무 혹은 비슷해 보이는 일이라도 일단 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UI/UX는 상당히 실무 성향이 강한 분야입니다. 물론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책에서 보는 이론과 현실에서의 일은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UI/UX는 학습할 방법이 많습니다.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있고, 여건이 허락하신다면 온라인 강의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개론적인 내용은 단기간에 섭렵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면서, 해당 업계의 문을 계속 두드리셨으면 합니다. 단순히 준비만  계속 하게 되면, 오히려 초조해지고 진짜 중요한 '경력'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에 관련 직종에 계속 지원해보세요.

멘티님과 관련해, 중소기업 소매영업부에서 주로 매장관리 및 영업을 하신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그럼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만나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UX 관련 경력이 없다고는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이런 부분을 오히려 드러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장 출신, 현장의 경험을 가진 UI/UX 디자이너가 희소하므로 이러한 사전 경험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고객을 대했던 다양한 이야기, 여기서 어떤 통찰력을 얻었고, 업무를 어떻게 대처했으며, 어떤 식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고, 회사에 기여했는 지 등의 이야기를 스스로 많이 발굴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그동안 경험하신 일들을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참신하게 이 분야 진출에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Poring Studio

나이? 학력? 중요한 건 ‘경험’과 ‘역량’

다시 말씀드립니다. 나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최종 학력 요건은 현실적으로 고려해 보셨으면 합니다. 학력은 누구에게나 민감한 부분이라 답변을 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만, 그래도 밝혀주셨기 때문에 제 나름 최선의 답변을 드리도록 해보겠습니다. 

대기업 HR(human resources, 인사팀)에서처럼 학력을 중히 여기는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굳이 UI/UX 분야가 아니더라도 취업은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UI/UX는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실무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즉, UI/UX 업계에서 유명한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이라든가, 성공했던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력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충분히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 '경력'과 ‘실무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드리면  현재 UI/UX 쪽은 확실하지는 않으나 학사, 석사 반반 정도 비율인 것 같습니다. 분야 자체가 기본적으로 '다학제적' 성향을 지닙니다. 즉, UX 분야는 이를 하기 위한 전공 분야가 정확히 있다기보다,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 이러한 일을 협력해 처리하는 방식이자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Alexxndr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공과 경험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국문학 전공자라면 UX Writing이라고 불리는 언어적인 부분에 특화될 수 있고, 작곡과 출신에게는 Sound UX 전문성을 기대합니다. 심리학도에게는 더욱 본질적인 사람의 이해를 통한 기획을 원할 테고, 시각 디자이너에게는 아무래도 미적 감각을 기대할 테죠. 

단순히 그 사람의 학벌을 따진다기보다는 이런 직무 전문성을 판단할 근거가 필요하다고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듭 말씀드리면, 나는 이런 경험과 경력이 있어 이런 전문성이 있고, 그것을 통해 UX 분야에 일원으로 앞으로 이렇게 성장하고 싶다는 자기 비전을 제시해주세요. 스토리텔링이 확실히 있어야 합니다. 

취업까지의 대략 어느 정도의 기간을 잡고 투자를 해야 할지 그 기간 산정이 참 애매합니다. 저도 석사 2년을 준비 기간이었다고 봐야 할지, 서른부터 시작한 IT 경력을 다 고려해야 할지, 시각디자인 전공부터라면 대학생부터 봐야 할지 참  애매합니다. 전 이렇다 할 수업 활동과 자격증도 없거든요. 따라서 이 분야는 시험 합격을 통해 진출 가능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경력’을 만드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장기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의 경험도 다 활용하시고 가능한 관련 업계나 직무를 직접 수행하는 일을 해보시길 재차 권해드립니다. 이러한 부분은 저 말고 다른 훌륭한 멘토에게 지속해서 질문하셔서 원하는 답을 얻어가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 같습니다.

©️LDprod

UI/UX 분야 비전은 ‘사용자’에 있습니다

끝으로, UI/UX에 대한 비전을 궁금해하셨습니다. UX가 뭔가요? 결국, 핵심은 최종 사용자 관점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고 만들라는 것입니다. UI는 계속 변합니다. 심지어 음성인식 단계가 되면 지금의 UI는 거의 생략되고 없어지다시피 될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분야의 장래가 밝진 않습니다. UI, GUI 디자이너의 역할과 직무 범위는 아마도 수정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UX 디자인의 핵심은 당분간은 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법론과 전문성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존속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비전은 밝지는 않아도 분명히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분야에 대한 비전 여부는 큰 의미가 없으며, UI든 UX든 중요도가 변화하는 것에 발맞추어 나의 비전을 계속 재설계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멘티님의 상황이나 생각 등을 조금 더 알 수 있다면 보다 풍성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보가 제한적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답변해 드리고 싶었거든요. 제 답변을 보시고 추가 질문은 얼마든지 해주셔도 됩니다! 저도 경력이 다른 사람에 비해 늦게 시작했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경우라서 왠지 모르게 멘티님을 더 응원하고 싶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