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영어권 국가에 3년째 머물며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내꺼하자’나 GD&TOP, 2PM 노래를 들을 때 저는 오아시스, 언니네 이발관,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노래를 들었고 중학교 친구들이 ‘으르렁’이나 씨스타, 악동 뮤지션의 노래를 들을 때 저는 롤러코스터, 디 엑스엑스, 재지팩트, 루스 존커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Malte Wingen
또 고등학생이 되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데모곡들을 듣다 보니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혼자만 알던 노래가 음원 차트에 오를 때, 혼자만 알던 밴드나 아이돌 그룹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때 이유 모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런 재능이 직업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던 중에 *A&R이라는 직무를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덕생덕사”,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인생을 살며 평소에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나 개선점을 발견하면 소속사에 안타까움마저 느끼던 제게는 딱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직무를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지 고민해봤습니다. 대략 A&R의 기본적 소양이 기술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음악적 지식(학력), 외국어 능력, 기획 능력(경력)과 재능, 감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반 대기업이라면 4년 차 대리를 뽑기보다 4년제 명문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뽑겠지만 엔터테인먼트 계열은 실무를 중시한다니 경력을 쌓아야지 생각하다가도, 학력에 제한을 두는 메이저 기획사들이 많으니 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rnel Hasanovic
지금 영어로 수업을 하는 일본 대학교 입시를 준비 중이기는 하지만, 대학 진학보다는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차라리 고졸 학력으로 학력·경력 없이 취직할 수 있는 회사에서 스펙을 쌓으며 사이버대학 강의를 들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부모님이 들으신다면 속 터질 소리겠지만요. 그나마 현실적으로 타협을 하자면 전문대를 가는 것인데 그럴 바엔 일본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게 이력 상 좋지 않을까 싶어 더 고민입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실패하면 격차만 커지는 이 사회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언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 글로벌 온라인 음악 유통 플랫폼
*A&R: Artist and Repertoire의 약어. 아티스트 발굴, 계약, 육성과 아티스트에게 맞는 악곡의 발굴, 계약, 제작 등을 담당
💬 멘토의 답변
멘티님 안녕하십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얼른 뛰어들어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바로 답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A&R은 아직 시작 단계
사실 한국 엔터계에서 A&R이라는 분야는 아직 원래 의미에 걸맞은 업무들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이제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라고 봅니다.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있는 단계라는 거죠.
ⒸHanny Naibaho
하지만 필드에서는 이런 다양한 업무들을 잘 처리하기 위한 인프라와 인력 그리고 인식 모두 아직은 다소 미비한 상황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하는 회사는 제가 봤을 때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대부 SM이 유일합니다.
공부가 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에서 A&R과 관련된 분야들을 공부해보고 필드에 나오시는 것이 시기상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외국계 학교에서 공부하셨으니 언어에 대한 장벽이 덜하시겠죠? A&R 시스템이 매우 발달한 일본도 좋습니다.
ⒸMark Solarski
가능한 외국에서 관련 전공(저작권/녹음 및 콘서트 엔지니어링/음악비지니스 등)을 공부하신 후에 일을 시작하신다면 그때쯤에는 한국의 A&R 필드도 지금보다는 더 일하기 좋은 모양새를 갖추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그 분야를 공부하시다 보면 아르바이트든, 과제든 필드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일들도 생기게 되겠죠.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우리 대학은 아쉽게도 제가 아는 한 아직 제대로 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교육 기관이 없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사업 특성상 학력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직무 경험이나 능력을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물론 대기업화된 몇몇 회사들은 학력까지 중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변별력이 있는 요소를 넣지 않으면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교육의 수준과 상관없이 무언가를 얻어 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동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멘티님의 열정을 글에서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기에 주어지는 교육보다 더 가치 있는 배움을 얻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름의 조언이 도움이 되셨기를 빌며 여기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