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나서, 이제 1년 된 직장을 퇴사한 25살 멘티입니다. 사회 초년생이고, 경험도 부족한 제가 회사 1년 다닌 것으로 무엇을 판단하겠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 생활 어디를 가나 다 똑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분명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고 좋아하냐 아니냐에 따라 똑같은 회사생활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직 어려서인가요? 아직 뭘 잘 몰라서 그렇다면 충고 부탁드립니다.

©️IvanMichailovich

다녔던 회사는 작은 경영 컨설팅 회사였습니다.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입사했었습니다. 정확히 목적도 모른 채 스펙 쌓기에 시간을 보내느니 작은 회사부터라도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졸업을 하자마자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직접 컨설팅을 하진 못했지만 그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저는 컨설팅 회사로만 알고 있어서 업무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것도 좋은 경험이 되고 제 적성에 맞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맞지 않았죠. 그 외의 여러 가지 문제도 겹쳐 결국 퇴사했습니다. 

이제는 자리 잡을 수 있는 일을 해야겠습니다. 반추해 보니 대학생 때 K사  엠하우스에서 산학협력으로 신사업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모바일 또는 웹서비스를 기획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실제 그곳의 직원분들과 팀을 이뤄 수행하며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ChristianChan

결론은 모바일/웹 서비스 기획업무로 나가고 싶습니다. 이쪽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관련 경험이라고는 K사 엠하우스와, D기술 인턴 시절 세미나 발표 중 모바일서비스 아이디어를 발표한 것에 대해 전무님께 칭찬을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20대지만 얼리어답터도 아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지만 활발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IT지식은 초급 수준이고 주변에 관련 지인도 없습니다. 요즘 트렌드를 알고는 있지만 민감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IT지식을 쌓아야 하나요? 아니면 세미나, 동호회, 스터디에 들어야 하는지 등 사실 인턴부터 다시 시작해서 실제 업무를 간접이라도 경험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큽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업무에 지원하는 것이 좋은지, 정보는 어디에서 얻으면 좋을까요? IT업계는 대략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한 순간에 기획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도요. 조금 무모하겠지만 원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어떤 조언이라도 좋으니 따끔한 충고도 감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답변 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freepik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멘티님! 먼저 무언가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에 응원을 보냅니다. 어디를 가나 회사는 다 똑같다는 말은 맞습니다. 사람과 장소는 달라도 겪는 일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기 싫고 하기 나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멘티님이 옳습니다. 

더 많은 곳을 겪어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어디를 가나 똑같은 회사생활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고 적응해 가는 것이 회사생활이니까요. 많이 경험해보고 내가 원하는 것과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멘티님 나이에 어디를 가나 똑같으니 대충 맞춰 산다면 그게 더 안타까운 일이죠!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안 맞는 회사 생활이었지만 그곳에서의 경험들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도 박수를 보내요. 확실히, 그것들은 멘티님 인생에 있어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테니까요.

©️immstudio

서비스 기획에 대하여

서비스 기획을 하면서 재미를 느껴보아서 그쪽 일을 하고 싶다고 하셨죠. 많은 친구들이 "모바일 서비스 기획"을 하고 싶다고 질문을 합니다. 아무래도 요즘 모바일 시대이고 이런저런 모바일 서비스들이 대박을 치기도 하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성공사례 인데다가 앞으로도 절대 지지 않을 분야 인 듯 해서일 수도 있어요. 모바일 서비스 기획만 잘할 수는 없어요. 서비스 잘 쓰는 사람이 서비스 기획도 잘하고, 서비스 기획 잘하는 사람이 모바일 서비스 기획도 잘합니다.

왜 모바일 서비스 기획만 잘할 수 없는지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많이 쓰는 서비스 중 네이버를 예로 들자면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메일 등의 서비스가 PC 웹과 모바일 웹 혹은 앱에서 기능이 차이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PC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과 모바일 그리고 앱 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큰 서비스 회사에서는 대부분 웹/ 모바일 웹/ 앱 담당자가 각각 따로 있어서 각자 맡은 부분만 잘하면 되지만, 이제 기획을 시작해보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만 선택해서 그 부분만 잘하기 부족합니다. 3가지 각각이 무엇이 다르고 어떤 특성이 있고 어떤 기능들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기획도 가능하겠죠? 

이 3가지의 차이점을 안다면 똑같은 서비스, 같은 페이지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각각 특유의 기능들을 가져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당연히 서비스는 풍부해질 것이고요. 물론, 많은 서비스들이 앱만으로 하기도 합니다. 앱으로만 서비스를 하기에는 서비스의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어 어느 한 곳에만 집중하는 서비스가 나올 수밖에 없고요.

하나에만 집중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3가지를 다 해야 한다니까 조금 겁이 나실 수도 있지만, 그러나 겁내지 마세요. 기본적으로 그 차이를 알고 시작하라고 드리는 설명일 뿐이니까요!

기획자, 웹 & 모바일 웹 & 앱 3가지의 차이와 특성, 기능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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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와 동호회를 통해 인맥과 정보를 재산으로 만드세요

세미나, 동호회, 스터디 등을 해야 하냐고 질문하셨는데요. 세미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많은 세미나들이 뜬구름 잡는 내용이 많아 실무에 대한 경험 없이 듣기에는 그저 어렵기만 할 겁니다. 그리고 세미나들의 퀄리티가 도움 될 만한 경우는 잘 없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동호회, 스터디는 가능하면 여러 개 참여하세요. 거기에서 배우는 실무의 경험들은 미약할지라도 결국 인맥과 정보가 재산이 됩니다.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회사를 소개받을 수도 있고 좋은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된 사람들을 통해 업계의 전반적인 이런저런 소식들을 알게 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 모임을 통해 실력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보다 인맥 쌓기 목적으로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턴으로 시작해서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런 곳 찾기도 만만찮을 겁니다. 스타트업이라도 좋다고 하셨는데,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없는 자본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인건비 발생 없도록 지인들끼리 마음을 맞추어 하는 곳이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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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직접 사용하며 분석에 익숙해지세요

자, 그럼 어떻게 준비해가면 좋을지 얘기를 해볼게요. 일단 서비스를 많이 써보세요. 이것 저것 가리지 말고, 범위를 정해보죠. 조그마한 서비스들이 좋겠네요. 특정 서비스 하나를 지정한 다음에 다음의 순서로 해보세요. 문서로 작성하면 더 좋겠죠?

1. 그 서비스를 하나하나 제대로 써보세요. 

2.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에 무엇이 있네? 이런 기능이 있네? 정도로 끝나면 안돼요. 어떤 기능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몇 번의 단계를 통하는지, 그 중간중간에 어떤 메시지가 나오고 하는 등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써봐야 합니다.

3. 어떤 부분이, 어떤 기능이 사용하기 편한지/ 불편한지 정리해 보세요. 불편하다면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고민해 보세요. 이 서비스에 어떤 기능이 추가되면 좋을지 고민해 보세요.

4. 네이버나 다음 등 큰 포털 사이트에 비슷한 서비스 혹은 기능이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비교해 보세요. 특별히 포털을 비교 대상으로 잡은 것은 크고 오래된 서비스일수록 기능의 사용성이 명확하게 되어 있거든요.

5. 멘티님이 바꿨으면, 추가되었으면 하는 기능이 포털에 있는지 찾아보세요. 그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구현해 두었는지 자세히 보세요. 

6. 마지막으로, 그 서비스의 형태가 웹/ 모바일 웹/ 앱이 각각 따로 있다면 그 3가지를 다 써보고 비교를 해보세요. 작은 서비스라면 3개가 다 있는 경우가 드물겠지만요. ‘그 3가지에서 기능이 달라진 것이 있는지? 기능을 실행하는 과정이 다른 것이 있는지?’

서비스를 많이! 직접! 사용해보며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보세요

©️Lotus_studio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 보세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몇 가지 서비스를 두고 이 과정을 통한 분석만 해봐도 명확하게 감이 잡히는 것들이 생길 거예요. 모든 서비스들이 모바일에서 ㅇㅇ기능이 없는 것을 보니 이 기능은 모바일에서 안되는 거구나 하는 감이 올 거에요. 그런 다음 그것들 중 구체적인 질문들이 생길 거에요. 

예를 들면, ‘왜 쇼핑몰에서는 주문 할 때마다 약관동의를 받지?’ 등이요. 그 질문을 검색을 해보거나 동호회나 스터디 같은 모임에서 물어보시거나, 제게 질문을 해주셔도 좋고요. 이런 식의 서비스 분석이 익숙해 지면 실무에서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어느 서비스 회사에 지원하게 될 때, 그 서비스를 이런 식으로 분석해서 면접을 준비 한다면 훨씬 도움이 되겠죠?

혹은 서비스 분석에 관한 내용을 회사 담당자에게 메일로 보내 "이런 방향으로 서비스가 변경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 일을 내가 그 회사에서 직접 해보고 싶으니 기회를 달라"고 요청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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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웹에이전시에서 경험하시길 추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턴으로라도 시작해 보고 싶다 하셨는데, 처음부터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니 에이전시 등으로 시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웹에이전시에 들어가서 여러 프로젝트 실무 경험을 좀 해보면 사소하게는 문서작성 법부터 프로젝트 진행 방법 등 기본적인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거든요. 

더군다나 여러 종류의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하며 하는 작업이라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웹에이전시는 상시로 프리랜서를 많이 구하고 있으니 프리랜서로 시작하며 경험을 쌓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 일부 담당자들은 에이전시 경험있는 사람들은 우대하기도 합니다.

최대한 쉽게 답변드리려고 했는데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걱정되네요. 멘티님의 새로운 시작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언제든 또 질문주시면 내가 알고 있는 한 답변 열심히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