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의류회사 상품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3년 차 직장인 멘티입니다. 생각보다 영업 비중이 높기도 하고,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직을 너무 하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 MD 채용 공고를 보았는데요. 혹시 면세점에 납품하는 백화점 MD와 브랜드 MD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까요? 또한, 브랜드 MD로 일하게 되면 나중에 백화점이나 다른 MD로 이직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요즘 이직 때문에 고민이 너무 많은데,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질문을 남깁니다. 멘토님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직을 고민하고 계시는데, 첫 취업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시면 목표하신 바를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바로 답변 시작할게요.
큰 맥락에서 보면 비슷비슷한 MD 업무
일단 면세점 납품 브랜드 MD 간 업무 차이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사실 MD의 업무만 봤을 때, 면세유통업이든, 일반 유통(백화점)이든 큰 차이는 없습니다.
매입 구조는 대부분 직매입 방식으로 이뤄지고, 시즌 업무, 기획, 발주 대비 등 개별 업무 자체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에 건강식품을 담당했었는데, 당시 홍삼 업체 MD로 일하던 동료가 나중에 패션 브랜드 MD로 가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동료 MD에게 소개해주기도 했었어요. 즉, 카테고리가 달라져도 큰 맥락에서 업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잠재력이 무궁무진! 이직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제 이직 가능성을 말씀드릴게요. MD는 본인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만 있다면, 어떤 MD 분야로도 충분히 이직할 수 있습니다.
MD 직군이 중요하게 떠오른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전히 발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MD로서 역량을 잘 발휘해서 존재가치를 증명한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멘티님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 업무에서 불만족을 느끼고 계시는데, 아무래도 기대했던 상품기획 업무보다는 영업의 비중이 더 높으시죠? 제 경험을 돌아봐도 대부분의 MD는 영업에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 같습니다. 유통산업 특성상 업무가 영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저도 이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실을 간과할 수는 없잖아요. 어느 MD로 일하든 영업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
기획은 why? 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
그럼 MD로서 본인의 역량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요? 조직에 능력을 증명하고, 이직할 때 도움이 되려면 차별화된 ‘기획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기획은 쉽게 말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이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소비자에게는 왜 A 제품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에 트렌드, 가격, 수요 등을 고려해 논리적인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럼 구체적으로 기획을 완성하기 위해 트랜드 개념을 설명해드리고, 트렌드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트렌드는 새로운 움직임이나, 대중적인 유행을 뜻합니다. 또한, 트렌드를 분석하려면 대중의 ‘신호’를 읽는 것이 핵심인데, 이 신호를 대박 상품으로 연결하려면 속도(타이밍)와 방향(유행)까지 잡아야 합니다.
기획의 핵심은 ‘신호’ 파악? 그것이 알고 싶다
앞서 말한 신호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건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자세히 설명해드릴게요.
저는 식품 카테고리에서 포장식품을 담당했었습니다. 2017년 트렌드를 보면, 1인 가구 증가 폭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어느덧 1인 가구 숫자가 500만 명에 달한다는 내용인데요.
가처분소득은 고정되어 있는데,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 형태가 변화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소비할 때, 과시 욕구보다는 개인 만족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대표적으로 SPA 브랜드나 노브랜드 제품이 대박을 터트리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실용적이고, 가성비 좋은 소비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저는 과시적 성향의 소비를 프리미엄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디저트 포장식품을 고안했습니다. 그렇게 출시했던 허니버터 아몬드나 말차초코파이 등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렇게 1인 가구 데이터에서 트렌드를 읽어낸 것이 제가 잡았던 ‘신호’입니다.
사실 트렌드를 포착하기 위한 신호는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잡을 수 있습니다. 방금 말한 예시에서 저는 단순히 1인 가구 통계만 참고한 것이 아니고, 삼정 KPMG 자료와 FTA 보고서까지 분석했습니다.
이 자료들을 보니 수출에서 제조업 비중이 작아지고, 소비재만 유일하고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즉, 해외에서 한국 소비재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면세유통 MD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러한 데이터를 읽으면서 동남아, 일본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해야겠다는 방향성이 잡힌 거죠. 이때 회사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보기 쉽게 수치화해서 제시했습니다. 트렌드 분석에서 증감 폭과 구성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데이터와 자료를 크로스 체크하면서 신호를 읽고, 상품으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기획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던 속도 즉, 타이밍 역시 필요합니다. 트렌드 분석 방향이 잡히면 최대한 빠르게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분석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신호를 잡기 위해 참고할 만한 자료로는 한국유통협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에서 나오는 경제/사회 분야 보고서입니다. 30 페이지 정도 분량의 보고서를 짧게 요약하면서 탐구하시면 분석적 사고를 형성할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멘티님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질문을 주셨다고 해서 열심히 답변을 썼습니다. 혹시 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다시 질문해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