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IT 기획 직무를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 멘티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진로를 명확히 정하고 앱 기획 등 IT 기획 경험을 다수 쌓았습니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면서 궁금한 것들이 생겨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Arnut09Job

1. 금융사, SI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은 개발과 기획을 구분하지 않고 IT/디지털 직무로 통합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개발자와의 경쟁에서 강점을 가지려면 제가 기획자로서 어떤 부분을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요?

2. 자소서를 쓰면서 고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에이전시에서 일하면서 여러 기획 프로젝트의 지원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했던 업무 대부분이 문서작성처럼 잡무 성격이 강한데 이걸 기획 역량으로 어필하는 것이 좋을까요?

3. 멘토님은 개발자로서 어떤 신입 기획자와 일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채용 공고가 뜰 때마다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답변해주신다면 앞으로 취업하는데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질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비록 온라인이지만 멘티님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럼 바로 답변 시작할게요.

ⓒed2806

금융권과 SI 업체가 IT 통합 채용을 하는 이유?
대기업의 IT/디지털 직무에 대해 질문을 주셨는데요. 일단 대기업으로 묶어주신 금융권과 SI 기업은 업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금융권에서 IT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갑의 위치에서 필요한 기능에 대해 기획을 진행하고, 그 기획을 실현하는 프로젝트를 발주해 협력사를 선정해 맡기는 거죠.

이때 대기업 SI 업체가 그 구현 업무를 맡게 되는데요. 대기업 SI도 직접 구현을 하는 것은 아니고, 해당 프로젝트의 PM/PL을 맡아 지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대신 실제 구현은 아래의 협력사가 진행합니다.

정리하자면 금융권이나 SI 업체가 실제로 기획을 구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지휘해야 하므로 IT 기술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이 IT 직무 등으로 통합 채용을 하는 거죠.

ⓒStock Rocket

참여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이제 질문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컴공 출신들과 비교했을 때, 통합 채용에서 본인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계시는데요. 저는 멘티님의 다양한 경험을 잘 강조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멘티님께서는 앱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하셨는데, 단순히 이력 몇 줄이 아니라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채용자 입장에서는 참여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거기서 멘티님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가 궁금하거든요. 그리고 역할을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을 소개하면 좋습니다.

멘티님이 A 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설계했다면, A를 통해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실제로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 구체적으로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tommaso79

IT 기술을 이해하는 기획자는 아주 매력적
자소서에 대해 더 팁을 드리자면, 기획을 다루는 본인의 생각과 경험을 탄탄한 논리구조로 술술 읽히게 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기획자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서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갖추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프로젝트에서 이런 경험을 하며 역량을 길렀습니다”라는 식으로 어필하는 거죠.

덧붙여 기획자 중에는 입사 초반에 IT 기술을 먼저 경험하고, 어느 정도 연차가 된 이후에 기획 업무를 본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IT 기술에 대한 지식 없이 기획 먼저 맡게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IT 기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기획자도 많이 있어요. 멘티님이 IT 기술을 다뤄보는 경험을 해봤다면 분명 매력적으로 보일 겁니다. ‘IT 기술을 이해하는 기획자’는 아주 매력적인 인력입니다.

ⓒProstock-studio

프로젝트 경험은 기획자에게 소중한 자산
멘티님이 프로젝트에서 잡무 위주로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전반을 경험했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자산입니다. 제 생각에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구성 요소(요구사항부터 개발, 테스트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기획자로서 좋은 플러스 요인이거든요.

따라서 자소서나 면접에서 프로젝트나 역할의 중요도를 따지기보다 거기서 무엇을 느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문서 작성을 했다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어떤 문서를 어떻게 작성했고,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려면 이런 식으로 바꿔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본인만의 생각까지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supawat bursuk

개발까지 고려하는 겸손한 기획자가 최고
개발자인 제가 신입 기획자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업무 이해도입니다. 사실 개발자와 기획자의 커뮤니케이션에 오류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대방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기획자는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자기 영역만 생각하며 기획을 하게 되면, 그걸 실제로 개발해야 하는 개발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신입 기획자라면 개발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개발자와 관계를 돈독하게 맺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기획자라고 해서 일을 지시하고 명령하는 입장으로 오해하지 말고, 하나의 팀으로서 개발자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인의 기획에 수정할 부분이 있을 때,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기획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