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파트의 배양 직무와 품질 파트의 QC(품질 관리) 직무에 관심이 많은 생명공학과 멘티입니다. QC 직무 쪽으로 가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다음 학기인 4학년 1학기에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면 학기로 인정해주는 IPP에(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 지원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학기 동안 그 실무 경험보다 다른 전공선택 과목을 더 많이 듣는 게 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망설여집니다. 혹시 이 부분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품질 관리 직무의 업무 범위
QC는 Quality Control, 즉 품질 관리를 뜻합니다. 이곳에서 하는 업무는 공정 중 샘플이나 제품에서 채취한 샘플을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시험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신입으로 입사하면, 간단한 시험법부터 본인이 책임질 주요 시험법 등을 분배받고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렇게 일을 담당하게 되면 분석법이나 기기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니까 관련 전공 지식이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만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이 외에도 실험실 문서업무, 유지관리, 실험실과 관련된 온갖 총무/인사 업무 그리고 품질 부서의 프로젝트성 업무들도 지원해야 합니다.
미국-유럽 시장 노리는 제약업계, 어학능력은 필수
필요 역량을 설명하기에 앞서 제약회사의 특성부터 말하겠습니다. 제약회사는 규제 산업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제약 업계는 책임이 무겁고 스트레스가 심한 편으로 꼽힙니다. 특히 과학적 근거와 규제에 기반해서 회사 내부에 갖춰진 절차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그런 절차를 하나하나 다 지켜야 하며, 설사 본인이 실수로 절차를 위반했다고 해도 즉각 시스템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를 보고해야 합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른 산업군보다 큽니다. 그러나 실수로 절차를 위반해도 절대 개인의 불이익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만약 그런 회사가 있다면 잘못된 회사겠죠. 제약회사는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작업자가 거짓말하지 않게 ‘Open Reporting’(열린 보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사람의 실수를 통해 ‘Quality System’을 개선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약회사에 필요한 첫 번째 역량은 상황 파악 능력입니다. 생산 공정 중에 참 많은 변수가 발생합니다. 그 때문에 실험 스케줄도 변경될 수도 있고 갑자기 대량의 문서업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루틴 업무 중에 이벤트성 업무들을 소화하고 이런 것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적절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체력입니다. 제약회사는 업무량이 많습니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가 많고 중간 중간에 발생하는 이벤트성 업무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을 커버하기 위해 정신적/육체적인 체력을 갖춘 분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길러지는 것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가 운동이나 개인 활동을 통해서 재충전하고 회복해야 잘 극복해 나아갈 수 있겠죠?
세 번째는 영어 능력입니다. 요즘 많은 제약회사가 미국(FDA) 및 유럽(EMA)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어학 능력은 필수입니다.
QC의 경우에는 분석법 기술이전이나 외주 실험 계약과 관련해서 외국인들과 대화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노린다면 말하기 능력을 꼭 강화해야 합니다.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실험실 인턴과 선택 전공, 상황에 맞게 선택하세요
멘티님은 혹시 가장 가고 싶은 회사 3개 정도를 정했다면? 그렇다면 거기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특히, QC는 실험실 인턴 같은 경험이 이력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취업하신 분 중에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잘된 케이스가 있습니다. 학점인정 인턴이라면 더욱 좋겠죠.
반대로 선택 전공을 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바이오의약품 제약회사를 취업하길 원하신다면, 꼭 그와 관련된 전공들을 들어놓는 게 좋습니다. 단백질체학,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미생물학 등은 대부분의 생명공학 학과에서는 필수 과목이라 다 듣지만, 만약 이런 것들을 듣지 않았다면 어렵더라도 수강하는 걸 추천합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으나, 저는 분자 생명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다른 과목을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립암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그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상 제 답변이 도움이 됐길 혹시라도 추가로 궁금한 게 있다면 또 문의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