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용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이번에 무역 관련 수업을 하나 들으면서 업무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질문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1. 무역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일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 인터넷에선 무역학과 경영학과 혹은 경제학과 전공자들이 무역 회사에 많이 간다고 하는데, 응용통계학과 학생인 저도 무역회사에 지원해 어필할 수 있을까요?
3. 제가 비전공자인 만큼, 그리고 늦게 무역에 관심을 끌게 된 만큼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떤 준비를 해야 무역회사에 입사할 수 있을까요?
영어는 미국 혼자 한 달 다녀오면서 이 사람 저 사람들하고 평상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토익, 토익 스피킹은 이번 방학 때 한국사 자격증 취득한 후에 공부하려고 합니다. 추가로 어떤 자격증이 필요할까요?
ⒸErik Odiin
4. 무역 회사에서는 학점을 어느 정도 보는지 궁금합니다.
5. KOTRA에 지원하려면 어떤 것들을 준비를 해야 할까요?
6. 친구들은 미생을 보라고 엄청 추천하는데, 미생을 보는 게 도움이 될까요?
궁금한 점이 굉장히 많은데 꼭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명준 멘토의 답변
질문이 굉장히 많아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답변을 드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요점을 정리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무역이란?
무역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수출과 수입을 말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국경을 넘어서는 모든 거래를 무역이라고 하죠. 멘티님이 펜을 한국에서 만들어 한국에서 파는 건 무역이라고 하지 않듯,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 현지에 파는 것도 무역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Rawpixel
전공의 중요성은 회사 내 직무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단 무역회사든 어느 회사든, 전공이 중요한 보직이 있고 아닌 보직이 있습니다. 보통 통계학이라면 영업 관리 분야나 경영관리 분야에서 가장 선호하고요, 무역회사뿐 아니라 어느 기업이라도 영업직군은 전공에 상관없이 뽑습니다. 영업은 한마디로 회사의 아이템을 파는 직종이고요, 그러다 보니 전공에 상관없이 뽑게 되는 거죠.
한마디로 "무역회사"라는 큰 범주를 잡고 얘기하신다면 전 "어느 전공이나 입사할 수 있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고요, 흔히 생각하는 서류 가방 들고 해외 출장 다니며 바이어 만나는 그런 "해외 영업" 직군에 지원하신다면 아무래도 전공을 커버하실 만큼의 언어 수준이 있으셔야겠지요. 만약 무역회사의 "영업 관리" 부서에 지원하신다면, 멘티님의 전공(통계)은 당연히 유리하겠죠.
ⒸDoran Erickson
무역 회사가 선호하는 인재
사실 삼성, LG, GS, SK 등등 모든 대기업은 다 해외 영업부서가 있기 때문에 결국 무역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기업의 어떤 직종에 지원하시려는지 모른 채 무턱대고 추천해드릴 수가 없는 어려움이 있네요.
기업마다 분위기도 달라 보는 시각이 다르지만, 해외영업 부서의 경우 보통 언어 구사 능력이랑 친화력 그리고 도전 정신을 많이 봅니다. 언어란 유창한 실력보다는 어느 정도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면 되는데요, 그래도 대기업 해외 영업 군은 워낙 지원자가 많다 보니 수준을 굉장히 높게 잡습니다. 제가 보기엔 요즘은 언어는 워낙 기본이 되어서 영어만 잘해서는 대기업 해외 영업직에 입사가 어렵고요, 플러스알파의 경쟁력을 가져야 매력 어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업이란 게 원래 모르는 사람 만나서 대화 풀어가면서 내 물건 팔아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말발도 좀 있어야 하고 사람 대하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하고요. 또한 해외 영업을 하다 보면 예측 못 한 어려움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런 거에 좌절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이외 세부적인 부분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위 역량을 우선 기르시고 각 기업에서 원하는 부분을 좀 더 보완하는 방향으로 준비하시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Nathaniel Shuman
무역회사의 기본 스펙은?
위에서 말씀드렸듯, 중소기업 무역업 회사라면 영어만 잘하셔도 충분합니다. 대기업 해외 영업직이라면 영어는 토익 900 이상에 토스 7급 수준은 보유해야 기본자격은 될 거고요, 예전에는 중국어 같은 제2외국어 중상급 이상 자격증에 가점을 줬는데 요즘은 하도 많아서 큰 메리트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 자격증은 무역 관련 공공기관에 지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그리 중요한 스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특히 요즘은 워드나 엑셀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준비하세요. 워드 1급이나 컴활 모스 이런 건 큰 장점은 안 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모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외 영업 쪽으로 준비하신다면 영어에 우선 집중하셔서 역량을 키우시고, 그다음 다른 언어도 최소 중급 수준의 자격증을 취득하신 뒤 무역 관련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경력을 가진 분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국제무역사나 무역 영어 자격증도 질문을 많이 받는데, 무역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공부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그 자격증이 취업의 대세를 가를 정도로 대단한 자격증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이것도 회사에 따라 다릅니다)
ⒸAngelina Litvin
무역 회사에서 요구하는 학점은?
이 질문 역시, 학점을 보는 기업이 있고 아닌 기업이 있기 때문에 제가 딱 잘라서 이 점수 이상 받으면 안전하다고 하긴 어렵네요. 공공기관은 학점을 전혀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기업 중 일부는 4.0도 못 넘으면 공부 안 한 애라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곳은 3.5 정도만 넘으면 공부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3.7 받고 졸업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있어 그 학생의 성과를 측정하는 도구는 당연히 학점이지요, 하지만 사회에 나와 업무를 하다 보면 회사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학점이 아닙니다. 따라서 학생은 "학점이 낮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우려하는 반면, 회사원은 그 직원의 학창 시절 학점이라는 것 자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사실 무역이란 분야가 워낙 넓어서, 답변을 구체적으로 드리기가 쉽지 않네요. 재작년 기준 무역협회에 가입한 수출기업만 10만 개가 넘는다고 하니, 작은 스타트업 수준의 수출기업부터 수입업 협회 회원사, 외국계 기업 생산공장 등까지 포함한다면 그 많은 기업이 학점 높은 게 좋다 아닌 게 좋다고 일률적으로 딱 정해놓은 게 아니거든요.
코트라는 어떤 인재를 채용하나요?
잘 알고 계시겠지만 KOTRA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모든 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입니다. 하지만 수출에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한국 특성상, 우리 기관은 수출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기능이 점차 확대되어 해외 투자 유치, 해외 투자 진출은 물론 해외 취창업, 방산 물자 교역 등의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Paul Schafer
KOTRA에 지원하시려 한다면, 저라면 토익과 토스부터 고득점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토익은 기수별 평균이 950 정도이고, 토스는 최소기준이 7급이라 그 이상일수록 좋겠지요. 그 외에는 경제논술에 집중하시라고 권하고 싶은데, 경제신문 읽고 스크랩하는 건 물론 경제 관련 서적도 열심히 보셔야 하구요.
주 1회 정도는 예상 문제 뽑아 실제로 시간 재면서 써 보는 훈련을 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주요 수치 정도는 외우는 게 좋고요. 또 코트라는 직무역량평가도 보는데, 주어진 자료를 활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험입니다. 사무업무 실무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으신 분이 유리하겠죠.
조금 더 팁을 드린다면, 코트라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조금 더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시는 것도 좋아요. 이런 부분을 채우려면 코트라 청년인턴을 지원하셔서 직접 업무를 해보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 이상 근무하시면 나중에 면접 보실 때 가점 5%도 붙거든요. 단, 해외무역관 인턴은면접 가점이 없고 특정 시장에만 치우치게 돼서, 같은 시간을 투입한다면 본사 청년인턴이 제일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미생은 꼭 봐야 할까요?
저는 미생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역이란 게 워낙 학교에서 배우는 거랑 실제랑 다르기 때문에, 비록 과장이 섞인 드라마이긴 해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훨씬 와닿는 게 많으실 거예요.
ⒸThomas Drouault
특히 미생을 제작할 때 제작 지원한 곳이 대우인터내셔널이랑 코트라인데, 대우인터내셔널은 종합 상사로 아마 멘티님이 생각하는 무역회사랑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큰 기업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대우인 터는 삼각무역을 하는데, 예를 들면 호주에서 철을 사다가 중국에서 가공해 인도네시아에 되파는 이익을 남기는 회사에요.
미생의 배경이 대우인터랑 상당히 흡사한데, 한번 보시면 대우인터의 분위기도 파악되고 좋을 것 같네요. 해외 영업 하시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인데, 학교에서 1년 배웠다가 다 까먹었던 이론을 해외영업부 입사해서 3개월 만에 파악한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만큼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쯤에 위치한 드라마를 보는 것도 분위기 파악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궁금하신 점들을 모두 해소하셨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조언을 드린다면, 일찍부터 무역의 어떤 부분을 하고 싶은지, 나랑 가장 맞는 기업은 어디일지 등을 정하시는 게 좋아요. 무역을 한다면수출업무, 수입업무, 둘 다 할지 등을 골라둬야 하고, 기업을 선택한다면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특정 분야 전문기업, 공공기관, 정부 부처 등 다양한 분야부터 확정하시고요.
수출 업무라면 해외 영업, 수입이라면 구매 파트, 둘 다 하는 업무는 대우인터 같은 종합상사 등 본인의 꿈을 조금 더 세분화할 수 있어서 나중에 취업 준비할 때 좀 더 유리하실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