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소재 4년대 대학교 지리학과를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꿈이 외항사 승무원이어서 요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특히 회화 부분을 매일 전화 영어 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직 이수 합격을 해서, 다음 학기부터 교직 과목을 들으려고 해요. 질문하려고 들어왔는데 반갑게도 지리학과 선배님이셔서 너무 좋았어요! 질문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전화 영어를 한 지 일주일 쯤 되었는데 전화 영어 말고도 전반적인 영어 공부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시험 준비보다 정말 영어를 배우고 싶어요.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닌데 학원에 다녀야 하나요?
2. 영미권은 비용 문제가 있어서 대만 쪽으로 3학년 1학기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데요. 만약 교환학생을 가게 되면 교직이 한 학기가 미뤄지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졸업이 늦어질 것도 같고, 하지만 교환학생도 너무 가고 싶어요. 교직도 동기들과 함께 이수하고 싶은데 둘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요즘 이 고민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경험있는 멘토님의 조언을 기다리겠습니다!
반가워요 멘티님! 일단 교직 이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눠서 답변 드리도록 할게요.
인생의 포커스와 가치를 어디에?
글을 읽어보니 외항사 승무원 혹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 봐요. 두 가지 직업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서로 상이하다보니 어떤 데에 포커스를 둘 것인지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부모님과 상의도 해야 할 것이고, 본인의 체력과 강점 및 약점 등을 두루 생각해서 차분하게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의 경험을 이야기 줄게요. 교직 이수를 하려면 전공과목 중 이수 과목과 학기가 정해져 있잖아요. 저의 경우 사회과 교직 이수보다는 보다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미국 교환학생에 더 가치를 둔 편이었어요.
따라서 전공 교직 이수를 포기하고 영어영문과 복수전공을 하면서 영미권 교환학생 준비를 했고, 미국에 상호교환으로 1년간 다녀오게 됐어요. 그런데 교직이수에 대한 갈망은 있었고, 사회과 말고 영어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영어과 교직이수를 할 수 있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게 됐고요.
실력을 높이는 다양한 영어 공부법
글 초두에 꿈이 외항사 승무원이라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해주었어요. 정말 훌륭합니다. 영어 공부를 지금부터 꾸준히 한다고 생각하면 졸업할 시점에는 괄목할만한 실력을 갖추게 될거에요.
1. 전화 영어의 경우에는 면대면으로 발화하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영어 공부 방법이에요.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춘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전화로 영어입니다.
2. 멘티님의 학습 상태와 성향에 따라 다른 공부 방법을 적용해보세요. 영어교육에서는 이것을 다중지능이론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볼게요.
멘티님이 '듣기와 보기'에 강점이 있다면, 원어민 발화의 듣기(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 오디오북 등)를 청취하고, 자막에서 모르는 단어 및 숙어를 찾아 공부하며 따라 읽고 익혀가는 공부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읽기'에 강점이 있다면, 꾸준하게 영어로 된 텍스트(책, 신문, 에세이 등)를 읽고 난이도를 점점 높여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말하기'에 관심이 있고 강점이 있다면, 학교의 외국인 교수님께서 수업하시는 강의를 수강하거나, 학원의 외국인 선생님들께서 가르쳐주시는 회화 코스 등을 수강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3.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 학원에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사는 동네의 작은 영어 학원에 가서 외국인 선생님과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얼굴을 맞대는 회화 수업을 교환학생 가기 전 오랫동안 수강했던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머리가 멍했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훈련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익숙해지게 됐고요. 수업을 듣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미리 공부도 해보고, 복습도 해보고, 그러면서 영어 공부도 많이 됐던 것 같아요.
4. 전문 학원에서 시험 대비 코스를 밟아 공부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토플이나 토익은 출제유형이 정해져 있지만 혼자 시작하려면 다소 힘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점수가 필요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시험점수에 연연해하지 않고도 시험 공부를 통해 영어 실력을 많이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어 시험도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공부를 통해 분명히 얻는 것이 있을거에요!
회화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까 추천해주고 싶은 영어 시험 공부는 오픽(OPIC)이에요. 오픽은 말하기 시험인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문항을 자유롭게 말하는 시험입니다. 시험의 난이도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고, 답변도 정해져 있지 않아요. 아마 멘티님이 많이 관심 있어 할 것 같아요.
영어 회화? 암기하라! 해보지 않은 말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 가지 꼭 알려주고 싶은 팁은 '영어 회화를 잘 하려거든 모든 표현을 암기하라' 라는 것입니다. 입으로 수십 번, 수백 번 중얼거려 보지 않고서는 그 표현이 절대 입에서 튀어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전화 영어 해봤으니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거에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절대 없습니다.
아기가 엄마 배 속에서 나와서 처음부터 모국어를 구사하지는 못하죠. 처음에는 앙앙 울다가 그 다음엔 옹알옹알 하다가 그 다음엔 단어 몇 개를 조금씩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문장을 만들어나가죠.
우리는 한국어는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영어는 모국어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영어가 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잘하고 싶다면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잘 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걸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영어 공부를 하면 좋은 날이 올 거에요.
본질적인 질문에 대답을 생각해보세요.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되면 보통 9학기까지 많이 다니게 돼요. 나중에 느끼겠지만 8학기에 휴학 없이 졸업하는 학생도 드물어요. 휴학도 많이들 하고, 졸업 시점에는 졸업 엄두가 안 나서 졸업 유예도 정말 많이 한답니다.
저는 미국 교환학생 다녀오고도 8학기에 공부를 마쳤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 졸업하고 따로 준비 예정이었던 공부가 있어서 서둘러 졸업했답니다. 대만 교환학생 지원에 고민을 끝내버릴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는 왜 대학에 왔는가?" 입니다. 멘티님은 왜 대학에 진학했나요? 질문이 너무 어렵다면, 다르게 질문해볼게요.
- 멘티님은 대학 생활을 통해서 어떤 강점을 키우고 어떤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 본인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가요?
- 나중에 졸업했을 때 대학 때 뭘 했냐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것을 해봤다고 하고 싶어요?
이런 질문은 훗날 회사에서도받을 수 있는 질문이랍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을 썼는데, 사실 굉장히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이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영어단어 몇개 외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이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다면 앞으로 어떤 결정이든 자주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 거에요.
만약 '나는 정규 과정 내에 빨리 졸업을 해서 빨리 승무원이나 교사가 되고 싶다'라면 교환학생 등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어요. 일찍 사회로 나오면 남들보다 사회생활은 일찍 시작하겠지만, 그만큼 서두른다고 얻는 것이 과연 크다고 볼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일 거고요. 대체로 요즘은 '까짓거 한 번뿐인 인생 해볼 것 다 해보고 졸업하자'는 추세가 많다는 것을 살짝 이야기해드립니다.
개인적인 조언으로는 교직을 정규 학기에 끝내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하게 된다는 면에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인생을 길게, 단순하게 보세요
제가 쉽게 말하는 것으로 보여도, 정말 나이 들어보면 1~2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남들 재수도 하고 삼수도 하지 않나요. 인턴 한다, 해외 봉사 간다고 휴학도 하고, 반수 한다고 퇴학도 하고요.
늦깎이로 대학 다시 들어가는 일도 빈번합니다. 1~2년 일 빨리한다고 떼부자 되지 않잖아요. 남들보다 역량 높은 성과를 보이면 1~2년 늦어져도 나중에 충분히 더 큰 돈 벌기도 하고요.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싶다, 1년이 늦어져도 다녀와야겠다면 다녀오는거고요. 인생은 길게 보고, 단순히 봐야 해요.
그리고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지든 대학 생활을 다양한 경험(교환학생, 해외여행, 국내외 봉사활동 등등)과 폭넓은 인간관계로 채우게 된다면, 그건 평생 남는 것이 되고 대학 졸업 이후에는 결코 다시 할 수 없는 것들이랍니다.
저는 대학원 와서도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는데, 불가능하다더군요. 대학 때 안 가면 훗날에 기회도 없게 되는 것이죠.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토플학원에서 만난 사람들, 학교의 영문과 복수전공 동기들, 미국 교환학생을 가서 사귀게 된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 대학원 동기들, 외국인 선생님 및 교수님들 등등 인간관계는 본인이 발전하는 만큼 자꾸 확장되고 보다 넓어지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고 잘 찾아보면 알려드린 것보다 훨씬 더 알차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많을 거에요. 지금은 좀 답답하고 암담하게 보여도, 자신만의 길을 잘 발견하고 만들어보세요. 돌이켜봤을 때 녹음이 무성한 숲과 같은 풍성한 대학생활을 보내길 바래요. 멘티님의 인생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멘티님의 것이니까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