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대학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입니다. 빅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관심을 두게 되어 진로 변경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4학년이라 다중전공을 하기가 어렵고, 모르는 분야를 도전하다가 실패하기보다는 착실히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는 생각에 도전이 망설여집니다.
ⒸM-B-M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이 정말 내가 추구하는 직업일까 하는 생각에 불안하면서도, 동시에 기계공학이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이겠느냐는 의구심이 듭니다. 멘토님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으셨나요?
우리 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직군은 3D라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었는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삶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 문지형 멘토의 답변
적어주신 정보들을 보니, 굉장히 성실하고 열심히 대학 생활을 보내신 것 같아요. 멋집니다.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이니, 진로선택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시기겠군요. 기계공학을 배우고 관련 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사회에서 기계공학도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이 멘티님에게 큰 잔상으로 남지는 않은 느낌이 들어요.
추측건대,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를 생각하다 보니 요새 이슈가 되는 빅데이터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그래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관심이 생겼지만, 정작 관련된 경험이나 스펙은 없는 상태인 것 같네요.
스스로와 마주하세요
이쯤에서,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웃기지만,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데이터에는 힘이 있다’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전공은 의대를 가기 위해 화학생물공학을 주전공으로 택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 직업을 택하는 것이 그때의 저에겐 더 중요했던 거죠.
그런데 전공을 배우는 2학년 시점에서 "이곳은 나의 길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정말 솔직하게 대답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됐어요.
‘나는 왜 이 전공을 택했을까?’ ‘의대를 가고 싶었으니까’ ‘왜 의대가 가고 싶었는데? 지금도 같은 마음이야?’ ‘모두가 의사, 의사를 외치니까. 또 거긴 아무나 못 가는데 나는 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멋있어 보이려고 선택했나 봐’ ‘근데, 지금은 모르겠어. 난 의사가 되고 싶지 않아. 또, 화학공학을 배워서 사회에 나가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지 않아’ ‘그럼 하고 싶은 건 있어? ‘ ‘데이터?’ ‘데이터에는 힘이 있어. 화학공학에서 배우는 다양한 이론은 결국 현상에 대한 패턴이거든. 이걸 확장해보면, 사회에 넘쳐나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특정 패턴이 있을거고, 이게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저는 위와 같은 식으로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제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빅데이터가 이렇게 주목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 열망이 온전히 나에게서 나온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죠.
그 이후에는 최대한 그 분야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산업공학을 부전공하기 시작했고, 데이터 관련 과목을 수강하고, 석사를 관련 연구실로 진학하기 위해 노력했고, 진학하게 되었죠. 생각보다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삶"이 너무 재밌었고, 덕분에 데이터 모델링을 하는 기업에서 제가 배웠던 지식을 살려 서비스에 접목하는 일을 하며 그 당시 꿈꿨던 제 모습에 다가갈 수 있었어요.
ⒸPixabay
데이의터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은, 엄밀히 말하면, 멘티님이 주워들었다는 3D 직군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아니에요. 프로그래머는 웹 또는 모바일환경에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직업이고, 저는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면, 네이버에서 멘티님이 "잇다"를 검색했을 때 잇다 사이트라든지, 잇다라는 사전적 의미 등 다양한 검색결과가 뜰 텐데, 그중에서도 멘티님이 찾고 싶어 하는 정보를 가장 위에 배치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다루는 거죠.
기계공학 쪽 예를 들자면, (잘은 모르지만) 로봇이나 기계의 센서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를 통해 이상한 점을 탐지할 수도 있고,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델을 디자인하고, 결과를 보며 내가 만든 모델이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모델을 다시 디자인하고, 다시 틀린 부분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거예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해요.
멘티님이 질문한 것들에 대한 답을 얼추 한 것 같아요. 제게 ‘질문하기’ 방식이 효과가 있었으니 아마 멘티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게요. 저한테 답변을 주셔도 되고, 혼자서 생각해봐도 돼요.
ⒸKelly Sikkema
‘기계공학과는 왜 선택한 거에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갑자기 왜 관심이 생겼나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관심이 생겼음에도, W 전자에 입사하는 것이 왜 목표인가요?’ ‘인턴 생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요?’ ‘전공, 진로 이런 것과 별개로 멘티님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되고 싶나요? 최대한 동사나 형용사로 표현해주세요’(제 경우는, 사용자가 편리한 방향으로 데이터 모델링을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무엇을 했을 때 가장 뿌듯했나요?’
여태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멘티님이니만큼, 지금은 차분히 그 경험들을 정리해나가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