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대학교 4학년으로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올해 4월부터 공기업 사무직을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경영 전공, NCS, 토익, 자소서를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기업도 같이 지원하고 있고요.
문제는 제가 자기소개서를 심각하게 못 쓴다는 사실입니다. 자소서에서 항상 막혀 지난 2달간 마감 기간을 지킨 기업이 고작 5개뿐이고 제출한 서류들마저 탈락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자소서 완성 후 스스로 리뷰를 꼭 하는데, 이를 통해 발견한 제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구절절 나열식이라 가독성이 떨어진다. 심지어 제 자소서를 읽어본 현직자분이 ‘너무 기계적이라 읽기 싫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단어, 추상적인 단어가 반복된다.
임팩트가 없다 특히, 결론이 용두사미다.
저와 직무가 전혀 매치가 안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치명적인 단점이 모여있어 서류에서 탈락해도 억울하지가 않습니다. ‘써야 좋아진다’고 해서 계속 쓰고는 있는데 앞서 말한 문제점들이 자꾸 맴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차라리 제 자소서를 직접 보여주고 싶을 정도예요.
‘수치화하라, 소제목을 달아라’ 등 자소서에 필요한 조언들도 많이 찾아봤지만 제가 처한 문제점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될 조언이 필요해 멘토님을 찾았습니다. 서류에서 한 번이라도 붙고 싶은 마음에 질문 올립니다.
1. 기계적인 자소서 작성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요?
2. 기업, 직무에 끼워 맞추는 자소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분석 외에 무엇을 더해야 하나요?
사실 자소서 문제가 낮은 자존감과 집중력, 진로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하지 않은 점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나타났다고 봅니다. 자소서를 작성하며 겪는 어려움부터 해결하고자 가장 급한 질문부터 드립니다. 제 고민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회사 입사, 인생의 목적이 아닌 과정입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고민 글을 읽으며 멘티님이 얼마나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의 어려움을 장기적인 관점과 단기적인 관점에서 답변하겠습니다.
일단 장기적인 관점입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문서입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서술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실 잘 쓴 자소서와 못 쓴 자소서는 없습니다. 다만, 생각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의 자소서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소서로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생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회사 입사가 인생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입사는 철저히 과정입니다. 입사를 목적으로 쓴 자소서로 입사하기 어렵습니다. 입사하더라도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하지 못할 겁니다. 인생의 큰 방향 안에서 어떠한 '일'을 잘 해내기 위한 터전이 특정 회사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 경우 그 일을 잘 해내기 위한 터전을 현재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선택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터전의 규모를 키워가야겠지요. 중요한 건 어떤 회사에 입사하느냐가 아니라 내 인생의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느냐입니다.
생각과 방향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조금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멘티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들이 멘티님 인생이 더 멋지게 변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 멘티님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멘티님이 쓴 글을 봤을 때 상당히 열정적이고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역량을 가진 분으로 보입니다.
자기소개서에 촌철살인의 제목을 달아보세요
다음은 단기적인 관점입니다. 드라마나 책을 보더라도 스토리가 없으면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면접관이 보고 싶어 하는 자소서를 만들기 위해 멘티님의 삶을 독자의 관점에서 읽기 쉽고, 재미있고, 의미 있으며 공감 가는 스토리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 시키는 대로 살아왔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스토리로 만드는 작업을 어려워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분명 멘티님에게 의미 있었던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멘티님의 현재를 만든 과거 경험이 있을 것이고, 미래의 방향과 이어지는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을 찾아보세요. 당시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들을 한 번 찾아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긴 줄글은 읽기 어려워요. 무엇보다 제목엔 핵심 스토리가 담겨야 합니다. 책을 고를 때도 제목이 임팩트 있지 않으면 안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 있어도 손이 가지 않잖아요. 수많은 자소서 중에서도 멘티님의 자소서가 면접관의 손길과 눈길을 끌 수 있도록 허황되진 않지만, 촌철살인이 될 수 있는 멋진 타이틀을 다세요.
마지막으로 멘티님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멘티님이 회사의 CEO라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을까요? ‘열심히 하겠으니 뽑아만 주십시오’라고 하는 사람은 참 많을 겁니다.
멘티님이 잘할 수 있는 일 중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회사도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역량을 최대한 어필하세요. 그런 역량이 없다면 일단 키우는 것이 우선일 겁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간이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초석을 다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저를 찾으세요. 힘내세요. 멘티님. 지금처럼 노력하면 분명 잘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