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베트남사무소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종합상사 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종합상사의 홈페이지에서 종합상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찾아보았고, 해외 에너지나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무역 거래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보다 관련 분야 선배의 말 한마디가 더 정확하고 중요하다는 생각 끝에, 멘토님의 의견을 듣고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Drazen Zigic

멘토님께서 지금 S 물산에서 하는 일에 대해, 미래의 상사원이 될 후배들이 꼭 가졌으면 하는 능력에 대해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제가 지금 베트남에서 해외 인턴을 하는 만큼, 앞으로 종합상사원이 되기 위해 이곳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종합상사를 준비하면서 과거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종합상사에 들어 온 주인공 장그래가 PT 면접에서 슬리퍼를 팔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생각이 나는데요. 

베트남에서 한국 제품을 팔아보려는 생각을 해봤지만, 결국 한국 제품을 수입하여 유통하는 것이 제 능력 밖의 일임을 알게 됐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터넷으로는 얻을 수 없는 베트남 재래시장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 안 남은 인턴 기간,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멘토님의 따뜻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답장이 늦었습니다. 우선 베트남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시는 거 같네요. 해외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건, 인턴 자체가 갖는 고달픔뿐만 아니라 타향살이에서 오는 외로움도 견뎌야 하기에 여러모로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힘든 만큼 다른 한편으로는 남들보다 더 많이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George Rudy

종합상사 이런 일을 합니다

S 물산과 같은 종합상사의 역할에 대해서 질문해 주셨는데요, 사실 예전에 비해 단순 트레이딩으로는 S 물산과 같은 종합상사들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역회사', '상사'의 관점이 아닌, '종합 사업 회사'의 관점에서 S 물산 같은 종합상사들은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A국에서 물건을 사서 B 으로 판매를 한 뒤,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얻는 단순한 영업, 창고를 활용하여 유동적으로 재고를 조정하고 시황에 알맞게 제품을 판매는 재고 영업 등의 일을 종합상사에서 현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분투자를 대가로 특정 기간 확정된 마진을 보장받고 정확한 가격에 물량을 판매하는 Off-Take 계약, 건설사나 은행 또는 정부 유관 부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여러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병원 건립, 발전소 건설 등 일정한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S 물산 같은 종합상사가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MIND AND I

종합상사에서 원하는 능력

종합상사에 근무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적응력'인 것 같습니다. 업계의 빠른 변화를 재빨리 파악하고 새로운 기술, 정책, 제도를 이해하는 역량이 종합상사 일을 하는 데 필요합니다. 

언제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대비하여 자사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고민하고, 향후 치열한 변화의 현장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태도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싫어하고, 늘 같은 방식과 관점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한텐 종합상사에서의 생활이 힘들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고,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스스로 맡은 아이템의 성장을 위해서 주도적으로 고민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멘티님에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garagestock

두 번째로 '책임감'도 중요합니다. 종합상사에서 근무할 때 정말 중요한 태도이자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많은 종합상사의 경우 실제로 한 아이템을 담당하고 계신 분은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템에서도 세부적으로 또 나누면 2,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때 이 2, 3명의 역량과 책임감은 그 품목의 생존과 직결되기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야 종합상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책임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해보세요

제가 멘티님에게 베트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더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지금 하고 계신 재래시장 조사업무는 앞으로 종합상사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지원자로서 매우 훌륭해 보입니다. 

ⓒTheCorgi

베트남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가 어렵지만, 대신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 기계적이고 수동적으로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것보다, 주체적으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를 수행하시면 정말 좋을 거 같습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이것이 내 일이다’, ‘내가 완전히 책임지는 업무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결과물은 차이가 크게 나더라고요. 능동적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감을 느끼고 하게 되면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일 거로 생각합니다. 느끼는 바도 많을 거고요.

이번엔 이 정도로 답변을 마무리하고, 다음에도 질문 주시면 추가로 또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멘티님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