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계에 관심이 많은 멘티입니다. 국비 지원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관련 자격증은 모두 취득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대졸이 아니다 보니 서류조차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4년제 학사 편입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다만 업계 현실이 어떤지 잘 몰라 어떤 회사를 목표로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업종에 따라 회계 업무를 하기 좋은 회사가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모든 회사가 회계 업무를 필수로 해야겠지만, 업종마다 회계 부서가 맡은 역할이나 구체적인 업무가 다를 것 같아서요.
예를 들어 제조업과 IT 회사의 회계 업무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업종의 특성과 회계 업무의 관계에 대해 혹시 알려주신다면 제가 진로 설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마지막으로 4년제 편입을 하고 나서, 취준을 시작할 때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생길 텐데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일하시느라 바쁘시겠지만, 멘티들을 위해 항상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멘토님의 답변 기다릴게요!
안녕하세요, 멘티님. 반갑습니다. 끈기 있게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스로 자기 계발을 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멘티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열심히 노력하시는 만큼 원하는 학교에 편입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이제 질문하신 내용에 답변하겠습니다.
업종별 일반적인 특성이 있지만, 단정 짓지 마세요
멘티님께선 회사의 업종에 따라 회계 업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일하기 좋은 회사는 어딘지 많이 궁금하신 것 같아요. 일단 제 경험상 좋은 회사의 기준은 업종보다 정말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장에서 해당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 오너의 경영철학, 구성원의 성향 같은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거죠. 따라서 특정 업종에 속한 회사라고 해서 어떻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업종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해당 업종에서 회계 업무가 어떻게 수행되는지 조심스럽게 일반화해볼 수는 있겠죠. 멘티님께서 예로 드신 제조업을 한 번 자세히 파고들어 볼게요.
먼저 제조업은 보통 전통적인 생산방식을 고수하며,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에 따라 보수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어요. 호황과 불황, 정부 규제에 따른 경영의 제약 등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으니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보수적인 접근이 어쩌면 합리적일 수도 있겠죠. 최근에는 많은 제조업 회사가 이를 탈피하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오너가 상대적으로 젊은 IT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변화가 느린 편입니다.
또한, 제조업은 순수 노동력이 아닌, 설비기술과 원재료의 조달방법, 주요 판매처와의 관계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통적인 제조업 회사의 재경 부서는 ‘지원’보다는 ‘관리’의 성격이 강합니다. 오죽하면 ‘어머니의 잔소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겠어요. 이러한 제조업의 특성으로 인해 재경 부서와 오너의 관계가 IT 분야보다 더 밀접한 편이며, 높은 충성심을 요구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최근 많은 제조업 회사들도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생겨 재경 부서에 단순 ‘지원’ 역할을 요구하는 경향이 만들어지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어떤 업종이 더 일하기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업종마다 일반적인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나 가치 판단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업종의 대략적인 특성을 이해해도 막상 특정 회사로 자세히 들어가 보면 천차만별입니다. 업종만 보고 여기는 어떨 것이라고 단정 짓지 말아야 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지금 멘티님의 상황에서 ‘나는 제조업 회사에 들어갈 거야’라는 식으로 특정 업종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이 본인이 준비하는데 일종의 제약으로 작용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어요. 일단 열어놓고 준비를 하시되, 시장 상황 등을 현명하게 고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 업종만 보고 준비하는 것은 위험
네트워킹은 항상 도움이 됩니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기 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많이 막막하실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기에 많이 공감됩니다. 저 역시 군 제대 후, 남은 대학교 2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인생에서 선택을 내릴 때 ‘이게 정답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살아가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멘티님께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사람마다 길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 정도의 조언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의 성향이나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어떤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할 수 있을지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세요. 뻔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생각을 많이 해볼수록 본인에게 이로운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질 겁니다.
덧붙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세요. 이렇게 소통해본 경험이 향후 진로를 결정하고, 일할 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인맥을 만들어 놓으면 취업을 포함해 인생에 언젠가 쓰일 수 있어요.
제가 조언해드린 내용은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린 것뿐이지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드린 게 아닙니다. 그래도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제가 멘티님을 도와드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멘티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제 조언을 받아들이신다면 분명 건승하실 겁니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편하게 질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