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이 많이 더워졌는데 잘 지내시나요? 저는 승무원이 되고 싶은 멘티입니다. 특히 외항사 승무원에 관심이 많은데 멘토님께 생생한 조언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승무원은 실제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멘토님의 하루는 어떠신지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2. 국내 항공사 승무원과 비교했을 때 외항사 승무원의 장단점을 알고 싶습니다. 외항사는 선후배 관계나 업무환경이 자유롭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멘토님은 외항사의 자유로움 때문에 그쪽으로 취업을 결정하셨나요?
3. 멘토님께선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혹시 학원도 다니셨는지 궁금합니다.
4. 보통 항공사들은 어느 시기에 채용을 많이 하나요? 그리고 실전 경험을 위해 준비가 안 된 지금부터 입사 지원을 해보면 도움이 될까요?
5. 제가 듣기로는 많은 외항사 승무원들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실례가 안 된다면 주된 퇴사 사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6. 외항사 승무원을 그만두면 어떤 직종으로 이직하는지 궁금합니다. 외항사 승무원은 영어 회화가 되니까 새 직업을 선택할 때 폭이 넓을 것 같은데 맞나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질문이 산더미네요. 바쁘시겠지만 답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멘토님께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학교 다니면서 꿈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질문을 읽으며 저도 열심히 준비했던 시절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젖었네요. 궁금한 게 많으신 만큼 열정이 크신 것 같은데 차근차근 답변해 드릴게요.
바쁘게 굴러가는 승무원의 24시간
우선 근무 시간표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말씀드릴게요. 시간표는 한 달 단위로 짜이는데, 각자 원하는 요구 사항을 사내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합니다. 가고 싶거나 피하고 싶은 도시와 나라, 쉬고 싶은 날짜 등이 시간표에 반영될 수 있어요. 하지만 참고 정도일 뿐 근무자가 원하는 대로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복불복이라고 할 수도 있죠.
어쨌든 한 달 전부터 미리 직급순으로 근무 시간표가 나옵니다. 시간표는 기장-부기장-사무장-부사무장-일등석 승무원-비즈니스석 승무원-이코노미석 승무원 순서로 나오는데, 부사무장 밑의 일반 승무원 같은 경우 중순 이후~월말 정도에 시간표를 받는 거죠. 이게 나오면 다음 달에 언제 친구를 만날지, 언제 한국에 잠시 다녀올지 나름대로 다음 달 개인 계획을 짤 수 있게 됩니다.
이제 근무 날 일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말씀드릴게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공항은 회사 본사와 이어져 있어서 저는 공항이 아닌, 회사 본사에 먼저 출근합니다. 본사로 출근하고 난 뒤에는 근무할 비행기 출발 시각의 2시간 전까지 공항 브리핑룸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라면 10시까지 공항에 가는 거죠. 이럴 때 저는 보통 8시쯤 일어나 버스를 타고, 브리핑룸에 9시 45분 이전에는 도착합니다. 각각의 공항 브리핑룸에는 스크린이 있어 그날의 비행 정보와 크루 이름, 사진, 브리핑 시간이 표시됩니다. 브리핑은 주로 10~15분 정도로 진행되며, 그날 비행의 특이사항과 준수사항, 각자의 담당 구역 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또한, ’SAFE TALK‘라고 해서 안전 사항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합니다. 승무원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안전 수칙 등을 묻기 때문에 SAFE TALK는 함께 일하는 동료 사이에서 신뢰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그래서 대답을 못 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다만 회사 입사 후 교육을 받으며 모두가 배운 내용이라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어려운 사항은 아니에요.
이렇게 브리핑이 끝나면 출발 1시간 전에 비행기로 이동합니다. 크루들은 비행기에 도착해 출발 전 서비스(물수건, 기내식 메뉴, 어린이 장난감, 음료 등)를 준비하고, 담당 구역으로 가서 안전 점검을 합니다. 기내 안전 물품, 의료용품을 포함해 모든 수납공간과 의자 밑 공간 등을 수색하는데, 의심 가는 물건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철저하게 확인하는 절차예요. 승무원에게 모든 승객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굉장히 엄격하게 수행됩니다. 모든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승객의 탑승이 시작됩니다.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승객이 나가고 나면, 승무원들은 출발 전에 했던 기내 수색을 한 번 더 합니다. 분실물은 없는지, 수상한 물건이 있는지 등을 살피는 거죠. 문제가 없으면 뒷정리를 합니다. 깔끔하게 정리를 마쳐야 청소하는 분들의 일을 덜 수 있고 그 비행기를 다음에 타게 될 다른 승무원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겁니다.
이렇게 비행기 업무를 마치면 공항을 거쳐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갑니다. 버스 안에선 다음날 호텔 로비에 모이는 시간이 몇 시인지, 오늘 비행은 어땠는지 짧게 대화를 나누고 잠드는 편입니다. 비행이 끝나면 너무 피곤하거든요.
묵게 되는 호텔은 주로 4~5성급 호텔이고, 모두 개인 방을 씁니다. 이 부분은 항공사마다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호텔에 들어가고 나면 다음 날 소집 시간까지는 (보통 24시간) 자유입니다. 방에서 쉬거나 나가서 놀아도 되고, 한국일 경우에는 집에 가서 자고 와도 됩니다.
다음날 소집 시간이 되면 준비를 마치고 로비로 내려가야 합니다. 인원 파악 후에는 버스로 이동해 버스 안에서 브리핑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버스 이동 시간이 짧을 때는 공항에서 브리핑이 이루어져요. 근무할 때 24시간은 이런 식으로 흘러갑니다. 상당히 바쁘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영어에 자신 있다면 외항사 승무원은 좋은 직업
멘티님이 알고 계신 대로 외항사는 국내 항공사보다 자유로운 편입니다. 비행 중 체류 기간이나 사적인 시간에는 직급이 중요하지 않고, 친구처럼 지냅니다. 다만 업무 관련해서는 선후배 관계를 꼭 지켜요. 그렇다고 해서 한국처럼 일할 때 선배를 위해 먹을 것을 양보한다거나 엄격한 예절 같은 건 없어요. 그런 면에서는 확실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어요.
승객을 대할 때도 차이가 있습니다. 외항사는 직원에게 국내 항공사처럼 ’손님은 왕이다‘라는 서비스 정신을 상대적으로 덜 요구합니다. 손님이 무리한 부탁을 하시면 ’회사 회칙 때문에 그렇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식으로 단호하게 거절하는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물어보신 것처럼 제가 외항사만 고집한 것은 아닙니다. 외항사, 국내 항공사 가릴 것 없이 준비했거든요. 하지만 본인에게 맞는 항공사는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외국에서 사는 것을 좀 더 선호했고, 영어에 자신이 있다 보니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을 원했어요. 그리고 외국인들과도 거리낌 없이 잘 어울리는 편이라 외항사가 잘 맞습니다. 저 같은 분들은 외항사에 적극적으로 도전하시면 직업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실전 영어를 훈련할 수 있는 2가지 방법, 학원 외항사 과정과 스터디
저는 외항사와 국내 항공사를 동시에 준비했기에 모든 승무원에게 공통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갖춰나갔습니다. 다만 영어 공부만큼은 외항사 취업을 위해 별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서비스 관련 단어나, 인터뷰에서 주로 질문하는 내용을 영어로 숙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인터넷에 나온 기출 문제를 꼼꼼하게 공부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승무원 학원도 다녔습니다. 제가 준비할 때는 외항사 과정과 국내 과정이 따로 있었는데, 국내 항공사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항사 과정에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내 과정은 국내 항공사만 준비하지만, 외항사는 국내/외항사를 함께 준비하거든요. 두 과정의 가장 큰 차이는 단연 영어 수업입니다. 국내 과정은 한국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반면 외항사 과정은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합니다. 인터뷰 실전 연습을 많이 하는데요. 강사님이 실제 인터뷰처럼 질문을 하시고, 학생들은 한 명씩 앞에 나가 대답을 합니다. 따라서 수업 전에 영어로 말할 내용을 준비해가야 해요. 이 과정에서 실전에 적합한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스터디도 추천합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돌아가며 면접관 역할을 하고, 피드백도 하고 배우는 거죠. 인터넷 카페를 잘 찾아보시면 스터디 멤버를 구하는 글이 많으니 한 번 검색해보세요.
기약 없는 채용공고에 지쳤다면 오픈데이에 도전해보세요
사실 채용 계획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시기를 짚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대학교 입시처럼 딱 정해져 있지 않으니 준비하는 사람으로선 아주 답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게 싫은 분들은 해외에 나가서 면접을 보러 다니기도 합니다. 혹시 오픈데이(Open day)라고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해 ’면접 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어만 능숙하시다면 외항사 채용공고가 뜬 다른 나라에 가서 시험을 보는 겁니다. 영미권 국가의 외항사가 아니라고 해도, 면접은 대부분 영어로 이루어지거든요.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불리하지도 않고, 실제로 많이 붙기도 합니다.
오픈데이와 달리 국내에서 보는 외항사 시험은 대부분 학원을 통해 진행합니다. 학원이 1, 2차 시험을 통해 영어가 안 되는 지원자를 걸러낸 뒤 본사 직원이 나머지 3, 4차 시험을 운영하는 식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른 나라의 오픈데이 경우, 1, 2차 없이 3차부터 진행합니다. 다른 나라에는 승무원 학원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1, 2차에서 주로 떨어지는 사람들은 오픈데이에 경험차 다녀오기도 한답니다.
외항사는 고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과감하게 인터뷰에 응시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준비가 안 됐으니 지금 당장 붙기는 힘들겠지만,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시는 겁니다. 그럼 본인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느끼시는 게 있을 거예요.
외항사 승무원의 화려한 모습만 보지 마세요
많은 이들이 환상만을 가지고 외항사에 지원합니다. 외항사 승무원이 되면 외국에 나가서 당당하고 화려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거죠. 하지만 외항사 승무원이 된다고 해서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물론 생활이 윤택해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을 목적으로 외항사에 오시면 버티기 힘들 수밖에 없어요. 이 직업이 무슨 업무를 하는지, 힘든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와야 하는데, 환상만 가지고 오니 지치는 거죠.
외항사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기 쉽습니다. 한국은 맛있는 것도 많고 놀 것도 많아 재밌어 보이는데, 외국에서 살면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안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런 이유로 일부 외항사 승무원들이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전에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고, 본인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이유로만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국내 항공사를 원했지만, 외항사에 왔다가 국내 회사에 붙어 이직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에 두고 온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되어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직 분야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멘티님 말씀처럼 많은 분들이 외항사 승무원을 하다가 다양한 분야로 이직을 합니다. 제 룸메이트 친구는 승무원을 하면서 인터넷으로 심리학 공부를 해 학위를 따고 같은 E사의 인력개발팀으로 옮겼습니다.
사실 항공사에는 지상직 승무원, 객실 승무원 외에도 많은 직업이 있잖아요. 그쪽으로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제 지인들을 예로 들면, 영어를 사용하는 직종으로 옮긴 분도 있고, 호텔 같은 서비스 업계에서 서비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등 본인 전공을 살려 이직하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막상 현장에서 일하시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승무원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멘티님의 질문이 풍부했던 만큼 열정도 대단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멘티님께 정보를 전해드리는 게 너무 보람차니 언제든지 고민하지 마시고 질문해 주세요. 항상 긍정적인 마음 가지고 밝게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