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님 안녕하세요, 저는 사기업과 공기업 취업 방향을 놓고 고민하는 25살 멘티입니다. 학부 시절, SNS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활동을 주로 경험했고, 흥미와 보람을 느껴 사기업 마케팅 직무를 희망했습니다. 그런데, 인턴을 해보니 제가 사기업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수치 확인, 로직 체크, 문서의 오류를 발견하는 작업같이 루틴한 업무를 하면서는 칭찬도 많이 받고 스트레스도 덜했는데, 저만의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트렌드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둔감하고 트렌드를 캐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몹시 안정 지향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은 계획에 없는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소한 이유일지 모르지만 워라벨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인턴을 하면서 야근을 많이 했는데, 야근 많은 사기업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사실 여전히 콘텐츠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유행하는 인터넷 '짤방'을 패러디하는 작업물을 아직도 가끔 만들기도 하고요. 그러나 몹시 안정 지향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제가 사기업에 적합한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빨리 취업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서 준비를 잘하고 싶은데 고민이 많아 준비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멘토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을 정리하면
1. 사기업과 공기업 중 제 성향에 맞는 것은 어느 쪽일까요?
2. 공기업에서도 홍보, 마케팅 직무를 맡을 수 있나요? 보통 공기업 채용 공고를 보면 일반 행정직은 홍보나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것 같지 않아서요..
3. 콘텐츠를 많이 다루는 공기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외에 다른 기업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소 두서없고 긴 질문이었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해 주신다면 향후 취업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멘티님. 많은 고민 중이시군요. 제가 드리는 답변은 지극히 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완전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또 느낀 바대로 의견을 적어 드릴게요.
트렌드캐치, 사기업에만 환영받는 역량 아닙니다
마케팅 업무의 특수성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근래의 정부 / 공공은 트렌드에 민감한 편입니다. 대외적 여론이 정부나 공공기관이 변화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것을 지적하기 때문에 트렌드 캐치 능력은 공공에서도 환영받는 능력입니다.
물론 업무에서 그 아웃풋이 외부로 나갈 때 보수적인 시각이 개입될 수 있지만, 트렌드 캐치에 대한 니즈는 변하지 않습니다. 실무자의 입장에서 트렌드와 인사이트는 필요한 덕목입니다. 난 이 부분이 부족해서 공공의 업무를 선택한다는 이유는 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일해 본 인턴분들 중에는 본인 업무의 비교 대상을 상급자로 지정할 때가 있습니다. 트렌드나 인사이트는 정보력과 관계되어 있다고 볼 때 재직자들의 정보력에 노하우는 인턴이 쉽게 따라갈 수 없습니다.
더욱이 콘텐츠의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기업의 구성원과 회사의 전략과 지향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고, 재직자와 인턴은 이에 대한 노하우 격차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멘티님이 스스로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부족함이 아니라 업무를 진행하면서 타인에게 평가에 근거해 부족함을 느낀 것이라면 위축되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공기업의 특징, 순환보직
제가 마케팅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이 적어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변화가 싫으시다고 하셨는데, 공공기관은 한 가지 직무만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순환보직 제도는 저희 기관에도 있으며 담당하고 있는 사업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계획에 기반한 업무라는 부분으로 보자면 연간 업무계획과 담당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이 부분을 구체화하고 이행해나가는 것이 업무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멘티님께서 희망하시는 부분이 이쪽과 맞닿을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야근은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워라밸은 직장생활에서 사소한 고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알기로는 마케팅 직무는 워라밸이 좋지 않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요.
저희 기관은 야근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며 법정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에 민감합니다. 주말에 일했다면 대체 휴가를 사용해야 하며 연차 / 병가는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업무에 따라서,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야근이 아예 없진 않고요. 저는 계산해보니 올 상반기 동안 월평균 15시간 정도의 야근을 했네요. 이보다 적게 하시는 분들도 많이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업무의 상황과 개인의 업무 처리 능력에 따라 편차가 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 저의 회사에서는 유연근무제(8~10시 자율 출근 / 5~7시 자율퇴근)를 운용 중이고, 공공기관인 만큼 육아휴직(2년)도 남성과 여성 관계없이 많은 분께서 활용 중입니다.
사기업과 공기업 중 추천하는 쪽은?
마케터분들은 대체로 특정 직장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자신을 끊임없이 브랜드화하고 이직이 잦은 편이며 타 기업 담당자들과의 인맥을 두텁게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신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부분이 멘티님께 달갑게 다가오시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공공기관을 고민하는 첫 번째 이유가 루틴한 업무에 대한 기대감, 안정성이라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완전히 동일한 업무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워라밸과 정년보장이라면 공공기관을 추천합니다만 워라밸 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대기업 마케팅 부서는 마케팅 회사와 비교해서는 나쁘지 않은 워라밸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사기업이 마케팅, 그리고 마케팅의 효과에 대한 입증, 마케팅에 대한 성과 등에 업무적 압박이 있다고 가정하는 경우 공공기관은 해당 내용에 대해서 상대적으로는 업무적 부담이 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마케팅 쪽 현업에 계시는,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기업의 멘토분들께 좀 더 의견을 여쭈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공공기관의 홍보/마케팅 직무
저희 기관은 경력 채용의 경우 홍보/마케팅 직무 경력이 있는 포지션을 채용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입사원의 경우 행정직으로 선발하고 개인의 특성에 따라 홍보 부서에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기관에도 홍보/마케팅 직무는 존재하고 해당 부서에서는 언론 홍보, SNS 홍보, VOC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콘텐츠의 경우 직접 생산하는 경우보다는 용역사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관 담당자는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릴리즈할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또한, 저희 기관은 홍보 부서 외 몇 개의 사업부서는 사업부서 내 별도의 홍보 업무 담당자가 있습니다. 업무 내용은 홍보부서와 유사하며 특정 사업에 한정하여 홍보업무를 전담하신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기관에는 순환보직 제도가 존재하며, 순환보직으로 홍보 부서에서 계속 있기는 어렵습니다. 간혹 특정 분야에 대한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거나 다른 직원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긴 시간 동안 업무를 담당하시는 경우는 있지만, 이 부분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콘텐츠를 많이 다루는 공공기관은?
먼저 예시로 드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습니다. 문체부 산하의 기관으로 본원은 나주, 서울과 각 지역에 분원이 소재해 있습니다.
저희 기관은 경기도 산하 기관으로 콘텐츠 산업을 다루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광역지자체에서는 산하 기관으로 콘텐츠 관련한 산업을 다루는 기관을 설립 운영 중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전국단위의 사업을 진행하지만, 저희 기관은 경기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겠네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신다고 하셔서 콘텐츠 관련한 기관을 염두에 두신 것 같은데요, 사실 기관에서 말하는 콘텐츠는 ‘콘텐츠 산업(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지식정보, 음악, 패션 등등) 진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콘텐츠를 생산하기 때문에 콘텐츠진흥원이 아닙니다.
멘티님의 이력에 쓰여 있는 SNS 콘텐츠나 마케팅 콘텐츠 제작은 홍보를 위해서라면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진행하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벤처부 산하의 창업진흥원도 창업 지원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멘티님이 해왔던 SNS 카드 뉴스 등을 배포합니다. 따라서 공공기관 내의 홍보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공공기관 입사를 희망하신다면 예시로 드신 위의 두 기관 외에도 다양한 기관에 관심을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공기관은 알리오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해당 부처별 산하기관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부처 산하기관을 확인해보시고(스타트업 관련 경험이 많으시다면 창업진흥원을 추천합니다) 만약 지방 이전 등이 신경 쓰이신다면 서울시나 경기도 산하기관을 검색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답변이 도움이 됐나요? 여러 멘토께 질문해 보시고 현명한 선택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