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터를 꿈꾸고 있는 2학년 학생입니다. 진로에 여러 고민을 하던 중 저의 적성과 성격에 잘 맞을 것 같은 마케팅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질문드립니다.
멘토님은 마케터로서 하시는 일은 무엇이고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셨나요? 또한 마케터 관련 직종에 취업하기까지 필요한 스펙, 자격증, 성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멘토님이 대학생 때 느꼈던 마케팅부서의 이미지와 일하면서 느끼는 마케팅 부서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대기업 / 중소기업에서 마케터는 보통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궁금하고, 마케터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적이나 보람이 있었던 일이 있다면 언제셨나요? 질문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만큼 절박해 여쭙기에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질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준영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질문을 따발총처럼 쉬지 않고 궁금한 점이 많다는 것은 열정이 넘친다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하나씩 하나씩 답변해보도록 할게요.
멘토님은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마케팅 자체도 분야가 매우 넓답니다. 제가 마케팅팀에서 근무했을 때 업무를 떠올리면, 크게 3가지 정도가 되겠네요. 첫 번째는 멤버쉽 운영이에요. 멘티님도 CJ ONE이라든지 해피포인트 카드라든지 이런 카드를 갖고 다니지요? 저희 H 오일에도 주유 시 적립되고 다양한 CJ CGV, SPC그룹 가맹점 등의 제휴사에서 사용 가능한 보너스 카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이 보너스 카드를 밀착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죠.
두 번째는 CRM입니다. 고객 관계관리라고도 하는 CRM을 담당했는데요. 고객 Data를 기반으로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꾸준히 우리 회사 주유소를 이용하게 할 수 있나를 고민하여 다양한 타깃 마케팅을 시행하는 것이 그 핵심이랍니다. 예를 들면 고객이 우리 주유소를 꾸준히 이용하다가 갑자기 2~3달 전부터 떠나갔다면 그 고객에게 다시 유인책을 제공하여 우리 주유소를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죠.
세 번째는 개인정보 보안 관련 업무입니다. 제가 맡았던 일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일이기에 정보보안이라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지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하여 많은 기업이 곤경에 처했었는데요. 고객들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법과 전산 관련 수업을 정말 너무너무 싫어했었는데 마케팅팀에서 했었던 일이 1/3이 마케팅, 1/3이 전산 관련, 1/3 법 관련 부분이었습니다.
멘토님은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저는 대학생 때 후회가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생활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 때는 생각나는 목표나 꿈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하자 주의로 살았었어요.
1, 2학년 때는 학교에서 학생회, 학회, 동아리 생활을 하며 바쁘게 지냈었고, 3, 4학년 때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며 매 학기에 2개의 공모전 도전, 졸업 전까지 3가지 정도의 대외활동 기업 인턴으로 근무,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해 벌어 놓은 돈으로 해외여행, 아르바이트 등을 했고 매일 아침부터 경제신문을 저녁까지 정독하는 습관을 길렀었어요. 책도 열심히 읽었고요.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연애를 맘껏 못했다는 것 정도?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분명하게 정했다면 거기에 맞춰서 알아보고 준비를 하는 것이 좋지만 해당 업종과 직무가 정확하게 모를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준비를 남보다 훨씬 더 열심히 많이 준비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것 같아요.
마케터의 스펙은?
사실 마케팅 쪽이 어려운 부분은 공인된 자격증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에서 최고의 스펙은 마케팅 실무를 직접 뛰어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에 필요한 스펙이라면 오히려 직접 가게를 하거나 물건을 팔아본 경험이 아닌가 싶네요.
마케터가 갖춰야 할 성격이라... 사실 마케팅은 다양한 성격이 필요한 직무예요. 좀 의외일지는 모르지만, 분석력, 숫자를 다루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답니다. 거기에 더해서 기본적인 대인관계 능력, 협상력, 창의력 등도요. 심지어는 디자인 능력까지도 필요하죠. 조금 우스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 한 가지를 깊게 파는 깊이보다는 살짝은 얇고 넓은 박학다식한 능력이 필요하죠.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서 목적에 따라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은 다 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인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인지, 회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인지, 회사를 즐겁게 다니기 위해 인지 그런 개별 경우에 따라 무엇이 중요한지는 바뀔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꿈과 현실이 많이 다른가요?
물론 다르죠. 회사도 학교와 별 다를 바가 없답니다. 회사에 몇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 1~2년 안에 퇴사하는 친구들이 참 많은 이유가 뭘까요?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라고 봐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대학생 때는 내가 회사에 취직하고 나면 뭔가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TV에서처럼 멋진 수트 입고 내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현실은 큰 조직의 하나의 톱니바퀴로 일하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고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관념이 확실히 서 있어야 합니다.
마케팅은 재미있는 만큼 소위 말하는 3D, 노가다라고 하는 잡일이 많고 나의 주말과 밤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입사 전에는 대학생들 모두 야근도 주말 근무도 패기 있게, 즐겁게 할 수 있다고들 생각하죠.
하지만 막상 입사하고 나면 달라지는 경우들이 많아요. 동기들이 보통 비교 대상이 되는데 그들은 야근도 없고 편하게 일하면서 똑같은 월급 받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죠. 그리고 회사의 업무에는 대학생 때처럼 쉬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요.
일벌레처럼 일만 하다 하루를 보내고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보내다 보면 내가 일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 가라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 거듭 얘기하지만 자기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먼저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의 업무는 모두 팀플레이인가요?
회사의 업무는 거의 80% 이상이 팀플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나의 팀이 할 일을 파트별로 부서별로 나눠서 하는 것이에요. 회사에서 나 혼자 생각해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마도 없을 것 같아요. 회사 자체를 하나의 팀플레이로 보는 것이 현명하지요.
마케터의 연봉과 비전
마케터의 연봉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종사하는 업계, 분야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멘티님이 한 질문은 ‘인사팀은 연봉이 어떻게 돼요?’라고 묻는 말과 똑같은데, 인사팀의 연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전망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마케터는 없어질 수 없는 분야예요. 물건을 어떻게 만들어서 판매할 것인가 생산부터 최종소비까지 이어져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죠. 즉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지 등에서도 미래 유망 직종에 반드시 포함하기도 합니다.
업무의 보람은?
제가 업무를 8년간 했는데 매 순간순간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힘든 건 같이 일하는 동료 또는 상사가 저와 너무 맞지 않을 때죠. 드라마 미생 보셨죠? 미생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우리 직장인들이 너무나 공감할 수밖에 없어서거든요. 일하면서 매번 보람도 느끼지만, 항상 보람과 긴장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듯한 생활이 마케터의 숙명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모든 질문에 대답이 됐을까요? 열심히 도전해 보다 또 막히는 일이 생길 때는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