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27살 멘티입니다. 전공은 산업디자인이며 졸업 후 전공을 살려 디자인 사무실에서 1개월 정도 근무를 하고 적성과 맞지 않아 바로 퇴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학원 쪽으로 취업이 됐습니다.
현재 근속연수는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처음 맡은 업무는 취업 성공패키지(이하 국비 지원교육) 관련하여 운영하는 운영부 국비 지원 사원으로 일을 하였습니다. 1년 6개월 정도 맡아서 일하였고 부서를 변경하여 학원 영업을 현재까지 6개월 정도 맡아서 하였습니다.
처음 부서를 옮긴 이유는 권유도 있었지만, 이쪽 계열로 나중에 이직할 때 상담을 하는 스킬도 필요할 것 같아 배우려고 부서를 옮겼습니다. 현재 2년 동안 근무를 하며 직업상담사 2급을 준비하려 했지만, 근무 시간 상 학원에 다니거나 독학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2년을 채우는 시점에서 퇴사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제니엘이나 취업 성공패키지 업무 혹은 직업상담사 쪽으로 이직을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그런데 저는 총무/인사 혹은 HRM/HRD 계열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것저것 많이 알아봤는데 학력이 정말 중요하더군요. 저는 멘토님처럼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경영이나 상경계열 전공자도 아닙니다.
그래서 신입으로 들어가는 일은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직한 후 경력을 쌓아 HR 관련 업종으로 이직을 하는 방향도 괜찮은 걸까요?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이 시점에 고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두세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1. 전문대졸. 산업디자인과 졸업 후 학원에서 2년 동안 일함 (취업 성공패키지 및 HRD 관련업무 1년 6개월, 상담 및 영업업무 6개월)
2. 이직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는 평생교육사 2급과 직업상담사 2급을 생각 중입니다.
3. 이직 후 위 경력을 살려 기업 인사팀 및 HR 부서에 이직이 가능할까요?
너무 혼란스럽기도 하고 전공을 살려 디자인을 다시 하자니 다시 또 배워야 할 것 같아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이미 이야기가 다 된 상태이고 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여 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멘토님 같으면 지금 저와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셨을까요?
💬 이옥찬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먼저 질문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질문을 받고 여러 번 읽어보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답을 드리면 좋을지, 그게 얼마나 정답에 가까울지 생각했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더 그랬습니다. 맹신하시기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는 동네 형의 조언이라고 여기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드리는 답변은 멘티님께서 인사와 관련된 업무에 도전하고자 하실 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쓸모가 있을 거라 믿기에, 혹시나 다른 도전을 하시고자 마음을 먹으셨다면 가볍게 읽고 넘어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요즘 정말 취업하기 어렵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그 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기존에 어떻게든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쉬이 다른 곳(더 좋은 곳)에 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떤 구직자들은 복수 합격을 해서 골라가는 상황이고 그렇지 않은 다수는 남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정말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취업 준비라는 것이 먼 미래를 두고 생각해보면 지금 많은 분께서 생각하는 것 정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저는 믿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고는 여러모로 많이 버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부분은 맞겠죠. 따라서 지금도 많은 분이 취업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스펙을 쌓고자 밤을 새우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쓰임이 있습니다
그럼 과연 멘티님께서는 어떤 스펙을 갖춰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본인이 원하시는 '인사' 관련된 일을 하실 수 있을까요. 음 저는 스펙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다른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취업이란, 구직자가 자신이라는 상품을 팔기 위한 노력하고 회사는 그 상품에 대해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구매하는 시장과도 같습니다. 그 상품을 '가방'이라고 합시다. 시장에는 수 많은 가방이 있습니다. 어떤 가방은 손바닥만 하지만 천만 원을 호가하고, 어떤 것은 단돈 오천 원에도 구입 가능합니다.
가방을 살 수 있는 곳도 백화점, 브랜드 매장, 인터넷 마켓, 중고 가게 등 다양하며 혹은 지인에게서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한편 그 시장에서는 항상 비싸고 좋은 가방만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용도(직무)에 의해, 재정 정도(연봉)에 따라, 취향(회사 문화)에 따라, 재질(개인 역량)이 어떤지 등에 따라 그때그때 바라는 것이 다르겠지요. 만약 돈이 많고 브랜드를 선호하고 파티에 들고갈 가방이 필요한 사람은 명품백을 사겠죠. 하지만 매일 들고 다닐 튼튼한 가방이라고 한다면 다른 곳에서 찾을 것입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멘티님은 어떤 가방인가요. 어떤 가방이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회사는 어떤 가방을 사려고 할까요.
딱 봐도 본인이 느끼시는 것처럼 조건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많습니다. 전문대 졸, 경력이라고 하기에는 어중간한 상황,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도 부족, 그 외 흔히들 말하는 취업 스펙들도 낮습니다. 모든 항목을 다 채울 필요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필요한 것들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멋진 가방이 될 필요는 없지만 좋은 가방이라면 여기저기서 원하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미래를 도모하세요
질문을 읽고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하겠다 떠올린 답은, 중소기업의 총무과 등 인사와 관련된 업무 쪽에 도전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번뜩 얼마 전 교육 때 들었던 한 중소기업이 생각나서 찾아봤습니다. 그 회사채용 시 학력, 학점, 전공 등을 보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서 지난 채용 공고를 살펴봤더니 경영지원 부서의 경우 지원 자격이 4년제 대학 졸업자더군요.
하지만 답변을 위해 제가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들을 살펴보니 그보다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학력 등에서 완화된 조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 도전을 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지원 가능하다고 한다면, 그 후에 과정(자소서, 면접 등)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본인을 잘 포장하여 나는 이런 경험도 있고, 역량도 있고, 지원 동기도 강한지 등에 대해 잘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사실 이 부분만 해도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엄청 많습니다만 지금 다 적기는 어렵고요. 혹여 취업 쪽으로 마음을 정하시게 된다면 다시 질문 주시면 좀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2, 3년 이상 경력을 쌓으실 수 있다면, 인사 업무의 특성상 다른 곳으로의 이직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차후 좀 더 높은 수준의 회사를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가능하다면 편입도 고민하세요
그다음으로는 4년제 대학교 편입입니다. 인사 업무의 경우 전공 무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폼나는 부서라 인기가 있는 곳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얼마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느냐이며 함께 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반복되는 일이 되어버리고 버티지 못하기도 합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러한 마음을 품고 계신다면 4년제 대학교 졸업이라는 타이틀 획득과 함께 위에서 지원 가능한 곳보다는 더 안정적인 회사들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학사 편입과 일반 편입 중에 본인에게 더 유리한 방법을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미래를 놓고 본다면 지금 취업을 노리시는 것보다는 더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2, 3년 이상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지라 선뜻 말씀드리기는 어렵네요.
스토리를 이기는 스펙은 없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진로 가이드는 이 정도입니다만, 다른 이야기를 좀 더 드리고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채용한다고 할 때 학력 등의 취업 스펙은 채용의 이유는 되지 않겠지만 제한을 두는 기준은 될 수 있습니다.
성실함의 측면으로도 고려할 수는 있겠네요. 필요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은 조건이랄까요. 그렇다면 그다음에서 저를 설득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채용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멘티님도 한 번쯤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내가 남들보다 스펙이 부족하지만 그들보다 내가 뽑혀야 하는 이유에는 뭐가 있을까?' '나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사실 많은 취준생이 취업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 하다 보니 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합니다.
그럴 경우에는 스펙이 조금이라도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스펙은 낮지만, 본인이 꼭 그 일을 해야 하는 혹은 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어떨까요? 뭔가 남과 다른 차별점을 보유하고 있고 그게 우리 회사와 맞는다면 어느 정도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저는 그런 사람을 상사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즉, 본인만의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스토리가 대박이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모셔 가려 합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스토리는,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경험이야말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소스거든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나열식으로 말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경험과 일을 겪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이러한 사건들이 있었고, 그것을 통해 내가 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강력한 무기입니다. 본인만의 스토리를 생각해보시고 만약 부족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대단한 스토리를 갖춘 사람들은 이러한 경험과 일이 단편적이지 않고 1년 이상 관통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늦음은 없습니다. 포기하는 것은 있겠지만.
마지막 내용은 현실과 조금 괴리가 있고 당장 고민하시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진로 선택을 위해서도 고민하시면 좋겠고 앞으로 5년 후 10년 후를 위해서도 꼭 본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계속 이어가려고 하고 있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꿈을 가지시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도 지금보다 더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간단 정리]
- 대학원에서 생물 공부를 하며 교수를 꿈꾸다 내 길이 아님을 깨닫고 취업에 도전하여 아모레퍼시픽에 입사
- 화장품 원료 만드는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서 HR 직무로의 전환하여 기업 연구소 HR 업무 수행
- 2022년 다시 한 번 도전을 하여 정든 회사를 떠나 스타트업계로 이직
채용, 보상, HR 제도, 주재원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있었고 최근에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과 방법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듣기 좋은 말보다는, 도움이 되는 말로 채워드릴게요!
(더 이상 화장품 업계 관련 질문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