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멘티입니다. 저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꿈이 없어서 고민하였습니다. 너무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에 어제 커리어넷에 들어가 직업 가치관 검사를 비롯해 여러 검사를 받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출판물기획 전문가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직업을 본 순간 저는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고민하던 것들이 조금씩 풀리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그 뒤에 문득 광고홍보학과 전공생이 출판물 기획에 제가 들어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홍보 마케팅 부서도 있다고는 하는데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설 자신이 없어 걱정이 되고, 한편으로는 전공과 상관없이 다른 부서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이거다!’ 라고 아무리 느꼈다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그리고 낯가림이 있는 제가 만약 회사에 들어가면 잘 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꿈이 생겼다는 기쁨도 있지만, 그 뒤에 제가 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2학년이니까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제 미래가 너무 불안합니다. 진짜 무엇인가라도 잘 해내서 부모님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광고홍보학과에서 공부를 하는데 뭔가 이게 내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집중이 안 됩니다. 공부를 하면서 다른 꿈을 키울 수도 있을까요?
💬 정애지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멘티님! 부산에 계신 분과도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회가 새롭네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말씀 주신 고민 내용은
1. 낯가림이 심해서 광고홍보쪽이 나에게 맞는지 모르겠다. 2. 광고홍보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3.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해서 출판기획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로 정리할 수 있을 듯 싶은데요.
저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저나 제 주위의 경험에 비추어 답변드릴까 합니다. 제가 좀 말이 많은편이라 조금 길 수도 있는데, 지루하게 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낯가림이 심해서 이쪽이 나에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저 역시 낯가림이 심한데요.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서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낯가림 때문에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모르겠다.' 싶은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특히 홍보회사는 모두가 자기 PR에 능한 사람들이라서 성향 자체가 저와 달라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나는 낯가림도 심하고 첫인상도 좋지 않으니, 그냥 나에게 호감을 가져주는 사람만 만나야지.', '어색한 사람은 피하고 편한 사람만 만나야지.' 등등의 생각을 하며 상황을 피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직장생활을 4~5년째 하다 보니 낯가림은 제가 '어느 정도는 꼭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꼭 제가 광고홍보쪽 일을 하고 있어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 이직을 한다거나 했을 때 면접장에 가서 느낀 것이기도 해요. 어떤 회사든지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고 했을 때, 낯가림이 없는 사람을 조금 더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사람들은 그걸 자신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능력있는 사람이 좀 더 당당하다는 의미일까요?
저는 세상의 이런 시선을 깨닫고는 스스로 당당해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자랑이 아니라, 제가 첫 인상이 좀 좋지 않거나 해도, 일 하나는 정말 잘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내가 나 자신이나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낯가림을 가질지언정, 내가 하는 일이나 성과에 대해서만큼은 낯가림을 가지지 말자"라고.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만큼은 낯을 좀 덜 가리게 되더라구요. 물론 아직도 일 외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는 좀 불편하고 어색하긴 하지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낯가림 때문에 광고홍보가 적성에 맞는지 모르겠다'는 것은 아직 '광고홍보분야'에 그만큼 자신이 없기 때문(혹은 그 분야에 자신감을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저는 멘티님이 '낯가림'이라는 성격적 결함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는 분야를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고 '이것만큼은 내가 잘할 수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분야, 그게 꼭 광고일 필요는 없어요. 너무 조바심 갖지 마시고, 졸업하기 전까지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면서 천천히 찾아보세요. 분명히 언젠가는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낯가림을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광고 홍보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집중이 안 돼요
사람의 마음이 참 오묘한 게, 한 번 딱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 있죠. 연애를 할 때도, 그렇게 멋져 보이던 남자친군데 수틀리면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잖아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디자인이 싫었던 건 아니지만 디자이너가 되고 싶진 않았던 것 같아요. 뭐랄까 기획자의 시다바리(?)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디자이너를 비하하는 게 아니고요. 그만큼 '내 작업'을 할 수 없다는 한계 같은 것을 느꼈죠.
그래서 2학년 때부터 대외활동을 많이 했어요. ' 나는 기획자로 들어가고 싶은데, 디자이너를 기획자로 뽑아주진 않을 테니까 광고홍보과 학생들보다 대외활동을 더 많이 하자!'라는 생각이었죠. 내가 얼마나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열정을 증명할 길을 스스로 찾아서 보여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출판기획자라는 꿈을 갖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미 출판기획자가 된 사람들에게 내가 뭘 어필할 수 있을지, 어떻게 어필하면 좋을지를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럼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답이 보이실거예요. 타고난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리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전공자보다 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순 없어요.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해서 출판기획자가 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저는 반대로 광고홍보학과'라서' 출판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광고홍보학과에서는 '트렌드를 잘 읽는 법', '짧은 시간에 다른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법' 등을 가르쳐 주는데, 그런건 국어국문학과 같은 곳에서 가르쳐주지 않잖아요. 출판기획자가 되기위해 광고홍보학과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취하시고, 학교에서 취할 수 없는 것은 따로 공부하시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는 '융합'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죠. 주로 과학 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말이긴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에도 '융합형 인재'를 많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멘티님이 바로 그 '융합형 인재'가 되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히려 요즘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출판계가 주춤하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멘티님이 출판기획자가 되셔서 광고적인 감각을 잘 살리셔서 사람들이 읽고 싶은 책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질문에 대해 충분한 답이 되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자칫 훈계질이 되진 않을까 노파심도 들고. 만약 그렇게 비춰졌다면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고 싶은 욕심에 그런 것이라 생각해주세요.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 프로필에도 썼지만, 꿈이란 걸 섣불리 확정 짓진 마셨으면 좋겠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제 꿈은 모션그래퍼가 되는 거였어요. 사실 광고동아리를 들어간 것도 영상을 배우고 싶어서 들어간 거였고요. 대학교 2학년 마치고는 영상과로 편입하고 싶어서 휴학까지 했어요. 결국엔 실패했지만요. 대학교 3학년 때는 광고기획자가 꿈이었고, 4학년 땐 꿈이 딱히 있지도 않았어요.
그 대신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쌓아온 저의 이력들이 남아있었죠. 그 이력으로 홍보대행사에 들어갔지만, 그것도 제 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지만 이게 제 꿈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뭔진 모르겠지만 '콘텐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문화 기획'을 하는 게 꿈이었어요. 특히 영화나 음악, 대중문화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싶었는데, 정확히 맞닿아 있지는 않지만 지금 회사에서 영화, 대중문화와 관련된 클라이언트를 많이 맡을 수 있었거든요.
아, 그리고 직업으로 꿈을 한정짓지 마시길 바라요. 혹여나 그 직업을 갖지 못했을 때 오는 상실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거든요. 더 큰 상실감은 그 꿈을 이루고도 꿈으로부터 배반당했을 때예요. 광고가 너무 좋아서 광고회사에 입사했어도, 이게 직업이 되는 순간부터 싫고 힘들고 그렇게 되거든요. 그때 되면 또 한참을 방황해요. '내 꿈이 뭘까'하면서.
꿈은 계속 변해요. 우리가 나이가 들면 그 나이에 맞는 꿈을 또 갖게 될거예요.
천천히, 하지만 바르게, 계속 그렇게 성장하는 꿈을 꾸기로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혹시 또 궁금하신 부분이나 나누고 싶은 얘기 있으면 말씀 주세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대학 졸업 축사에서 꿈은 늘 바뀌기 마련이니 특정 직업이나 커리어 목표로 꿈을 정의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실패를 하고 실망을 해야만 비로소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이 보이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지요. 실제로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되는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케이블방송에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오히려 공중파에 있을 때 보다 더 큰 성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잉여, 루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남들이 '한심하다'고 여길만한 일도 많이 저질러 왔으며, 이 순간에도 전공과 직업을 밥 먹듯이 바꿔가며 이렇다할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결국 성공의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은 한번 쯤은 실패와 실망에 좌절해 본 잉여, 루저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은 무엇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믿고 있고, 언젠가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공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살아왔지만, 방향을 잃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저는 저처럼 자주 흔들리고, 넘어지고,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절대로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멘토라는 이름보다는 서로 부족한 삶의 과정을 나누고 고민하며 함께 자랄 수 있는 공생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