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시작할지, 아니 시작은 가능할지 희망과 자괴 사이에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작은 조언이나마 부탁드립니다.
💬 정애지 멘토의 답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나이가 어떻게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24살 정도 되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위로가 될 진 모르겠으나, 저는 첫 취업을 28세에 했습니다. 그것 역시 인턴직에 계약직이었어요. 정직원으로 첫 취업을 한 것은 29살이었습니다.
저와 친한 옛 직장 동료는 31세에 인턴으로 직장을 시작했고, 32세가 되어서야 정직원이 됐습니다. 저 역시 제 인생은 실패라고 생각해 포기했었고,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24살에 휴학을 하고 25살에 복학했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광고나 마케팅 쪽으로 취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학벌 좋은 친구들도 취업을 잘 못 하고 있던 때라, 저 역시 글렀다고 생각했지요. 멘티님이 제게 주신 고민의 첫 글자처럼 '망한 인생'이었죠. 그리고 정말 한심하게도 미친 듯이 아이돌을 쫓아다녔습니다.
26살 때 우연히 경향 신문에서 주최하는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거기서 제 멘토님은 제가 아직 망한 인생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돌 따라다니는 것밖에 한 일이 없었는데 취업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어요.
멘토님은 제가 아이돌질을 할 때 허투루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덕질을 하면서 팬 사이트를 운영하고, SNS를 만들어서 해외 팬들 자금 유치를 하는 등 제가 생각해도 특이한 일들을 많이 했었는데, 멘토께서는 그걸 이력으로 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취업할 때 그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여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그게 28~29살 때 일이었습니다. 늦게 취업을 했다고 제 인생이 망했을까요? 덕질에 빠진 인생은 망한 인생인가요?
김채운 님의 경우, 마케터는 아니지만 마케터로서 브랜드를 사랑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주셨기 때문에 마케터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한번 읽어봄 직한 내용이라는 생각에 공유해 드립니다.
진지하게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고민해보시고, 그것을 성실하게 따라가다보면 지금의 '망했다'싶은 순간이 기회의 창을 열어줄 거예요. 그 길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만, 자책하는 시간보다는 훨씬 값진 시간이 될 것입니다. 고민해 보시고, 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대학 졸업 축사에서 꿈은 늘 바뀌기 마련이니 특정 직업이나 커리어 목표로 꿈을 정의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실패를 하고 실망을 해야만 비로소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이 보이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지요. 실제로 그는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되는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케이블방송에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오히려 공중파에 있을 때 보다 더 큰 성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잉여, 루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남들이 '한심하다'고 여길만한 일도 많이 저질러 왔으며, 이 순간에도 전공과 직업을 밥 먹듯이 바꿔가며 이렇다할 성공을 이루지 못한 채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말처럼 결국 성공의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은 한번 쯤은 실패와 실망에 좌절해 본 잉여, 루저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은 무엇도 아니지만, 스스로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과정 중에 있다고 믿고 있고, 언젠가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공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살아왔지만, 방향을 잃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저는 저처럼 자주 흔들리고, 넘어지고,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절대로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멘토라는 이름보다는 서로 부족한 삶의 과정을 나누고 고민하며 함께 자랄 수 있는 공생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