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화장품 업계 상품 기획 쪽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대외활동을 통해 상품 기획팀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상품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로만 구성된 활동만 했습니다. 저희가 제시한 의견을 토대로 기획할 수 없으니 아이디어만 제시하라는 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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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실무 현장에서 상품 기획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상품 기획 직무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중인데 상품 기획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멘토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우 멘토의 답변
안녕하세요. 기대를 하고 대외 활동에 임했을 텐데 제품화는 어렵다는 얘기에 아쉬웠겠어요. 6개월 동안 아이디어만 제시한 거지요?
자기소개서에 MD 업무에 적합한 멘티님만의 강점을 녹이고 싶으니 이에 관한 조언을 부탁한 것 같은데 제가 잘 이해한 게 맞나요? 질문이 다소 광범위해서 순차적으로 답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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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기획, 소비자에 맞춰 제품을 계획하는 일
상품 기획에서의 기획이란 일종의 계획입니다. 기획이라는 말은 일을 ‘꾀하여 계획하다’는 뜻인데, 영어로는 planning 즉, 잘 준비된 계획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밥을 먹을 때도 누구와 먹을지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가격 수준을 결정하듯 상품 기획도 소비자에 따라 어떤 제품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기획은 '어떤 상품을 내놓지?'에 앞서 '소비자에겐 어떤 상품이 필요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ᅠ따라서 상품기획은 시장조사에서 시작됩니다.
상품기획은 시장조사, 품목(상품 종류) 선정, 제품 출시, 마케팅 활동, 상품 판매ᅠ순으로 진행됩니다. 마케팅과 상품 판매까지 상품기획 과정에 포함한 이유는 상품의 출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MD(상품기획자)이기 때문이에요.
멘티님이 상품기획자로 첫발을 떼기 전에 상품 기획 직무를 완벽히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설명을 길게 해봤습니다. 기업은 지원자를 볼 때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도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지원 분야의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봤느냐’를 알고 싶어 해요.
신입사원 중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사람이 약 30%, 2년 내 퇴사자는 절반에 육박해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채용했는데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관두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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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선정하는 두 가지 기준, 트렌드와 가격
MD가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선 소비자를 잘 알아야 합니다. 화장품 쪽에서 인턴 생활을 해봤으니 알겠지만, 상품 기획단계에서 ‘요즘 화장품 트렌드는 어떤 걸까?’라는 고민이 선행돼야 합니다.
트렌드란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인데,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로드샵의 몰락입니다. 더페이스샵이나 토니모리 등 로드샵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화장품 회사들의 이익이 점점 줄고 있어요. 로드샵의 중간 가격 제품이 특색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현실이에요.
그렇다면 떠오르는 화장품 브랜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국내 화장품 시장이 포화되면서 신세계 그룹은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서 파는 시코르, 부츠 같은 매장을 늘리고 있어요.
이제는 고가와 저가 중심의 상품 전략이 대세고, 이를 기초로 소비자 소득 포지션에 따라 화장품(상품)을 선정하는 것이 기본 과정입니다. 품목을 선정하고 제조사와 미팅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상품이 나온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가격입니다. 상품만큼이나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가격이기 때문이죠. 고객이 지불할만한 금액대가 어느 정도인지 고민하는 것이 가격 설정의 핵심입니다.
제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요소의(부품/화학재료/포장지 등) 원가를 아는 게 좋아요. 이런 밑지식은 MD가 협상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제품이 출시되고 난 후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합니다. 마케팅은 상품기획 초기 단계에서 설정한 타깃 고객이 원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를 조율하는 영역입니다.
소매유통의 제품은 결국 소비자에게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인데 화장품이 유독 더 그렇습니다. 화장품의 기능이나 성능보단 사실 브랜드 이미지를 파는 것에 가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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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기획자에게 협상력이 중요한 이유
이제 제 사례를 들어 설명할게요. 저는 면세점에서 식품과 전자 카테고리를 담당했습니다. 면세점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대상으로 제품을 선정합니다.
해외여행이 활발해졌다고는 하지만 면세 한도 600불~2,000불을 감안한다면 사실 면세점에서 취급하는 제품은 사치품에 속하는 브랜드가 대부분이에요. 소비자의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된다는 전제가 성립하는 거죠.
전자 브랜드를 입점할 때,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와 북유럽 감성의 음향기기 브랜드 뱅 앤 올럽슨 중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저렴한 제품은 판매 단가도 낮아서 큰돈도 안 됩니다.
상품기획자(MD)에겐 기획 업무도 중요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역량은 협상력에 집중돼 있습니다. 에이전트와 협상할 때 마진율은 어느 정도로 줄 수 있는지, 인기 상품을 우리 매장에 먼저 입점하기 위해서는 어떤 혜택을 줄지 등을 조율해야 합니다.
이처럼 MD는 또 다른 고객(에이전트/제조사)과 win-win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고민을 직접 해결하는 직업입니다.
질문이 광범위해서 필요할 것 같은 내용을 추측해서 작성했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추가로 궁금한 게 있다면 또 연락 주세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