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들께서 자소서로 고통 받고 계실 줄로 압니다. 여러분의 고민을 조금 덜어드리고자, 제가 다른 플랫폼에서 자소서 상담을 받을 때 건네는 말을 이곳에도 공유합니다.자기소개서에 대한 오해 1. 자소서는 소설이다? 아니다.자기소개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자기소개서 =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소개서는 소설이 아닙니다. 간혹 방송사나 공공기관, 일부 대기업에서 아주 긴 에세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 또한 소설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은 허구입니다. 아무리 치밀하게 구성하더라도, 현실을 잘 반영하더라도 소설은 본질적으로 거짓말입니다. 소설 속의 모든 것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증거와 증인을 제시할 수 없는 글입니다. 즉, 거짓인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소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모든 말에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내 성격, 장단점, 관심사, 학력, 수상경력, 경험, 자격증을 증거로 내밀어야 합니다. 유일하게 성격은 거짓이 통하지만 나머지는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요즘 좋은 회사들은 거짓이 유일하게 통하는 성격은 자소서에 잘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그럴듯한 구라로 자소서를 땜질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거를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만을 자소서에 쓸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2. 스펙이 충분하면 자소서는 개판으로 써도 된다? (거의)아니다.위에서 자소서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증거(스펙)만 충분하다면 마음대로 써도 될까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 예일대를 3년만에 졸업하고 유명한 투자대회에서 수상경력도 있는 수재가 자소서에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나" 라고 허접한 상용구를 날렸다고 칩시다. 자, 이 사람 합격할 수 있을까요?.....예 뭐 아마도 기업이나 직무 특성에 따라 합격할 가능성은 있을 겁니다. 그렇죠? 아이비리그 3년만에 졸업했으면 뭔가 있어도 중차대하게 우수한 것이 있을 겁니다. 그건 인정해야죠. 예일대 3년은 인정이지... 스펙이 '심각하게' 충분하면, 자기소개서 개판으로 써도 합격할 가능성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소서를 잘 엮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가진 증거를 인사담당자에게 보여줘서 3초컷 안 당해야 하니까 중요합니다. 학벌도 괜찮고 스펙도 꽤 벌어놨는데, 비슷한 친구는 면접에 자주 불려가는데 나만 서류컷 계속 당하는 경우. 이런 경우에는 자소서를 다시 뜯어보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인사담당자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뭔가 전국구 스펙을 갖춰야 합니다.3. 자소서는 정답이 있다? (거의) 아니다.나만의 것은 없고, 이미 증명된 것, 정답만 따라가려는 분들이 있습니다(당신은 효율왕) 물론, 자소서를 연습할 때 합격자소서를 참고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합격자소서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합격자소서를 쓴 사람의 인생, 준비과정, 스펙(증거)들이 여러분과 동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간단히 말하면? 저 사람이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예일대 3년만에 졸업한 지원자와, 평범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제가 거의 똑같은 코드로 자소서를 작성했습니다. 과연 제가 예3졸의 지원자를 이길 수 있을까요? 죽었다 깨어나도 못이길 겁니다. 자, 이건 스펙이 너무 압도적으로 차이 나니까 다른 예도 들어 보겠습니다.유명 연예인 기획사에서 연예인 매니지먼트 파트 채용을 오픈했습니다. A라는 지원자는 미디어 관련 학과, 관련 공모전, 대외활동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B라는 지원자는 관련 전공도 아니었고, 공모전도 해본적 없고, 대외활동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B라는 지원자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 다시 전문학교에 들어가서 연예인 매니지먼트 관련 수업을 이수하고 실습도 했습니다. A는 정석대로 증거(스펙)를 모은 사람이고, B는 뒤늦게 관심을 가져서 관련수업과 실습으로 자신의 열정과 진심을 증명하는 사람입니다. 둘 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입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자소서가 비슷해도 될까요? 비슷할 수 있을까요?아니죠. 비슷하면 안 됩니다. 당연히 모든 자소서 항목을 풀어가는 방식이나 표현이 완전히 달라야합니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가진 재료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자소서는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남들과 같은 자소서는 스펙이 압도적이지 않으면 나보다 더 고스펙인 경쟁자 자소서에 밀려 폐기당합니다. 만약 A 지원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석 코스' 스펙을 재료로 안 쓰고 '직무를 향한 진정성과 열정'만 어필한다면 그 자소서가 통할까요? 반대로 B 지원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직무를 향한 진정성과 열정' 대신 '정석 코스' 스펙을 어필하려고 하면 통할까요? 안 통합니다. 4. 개판으로 쓰면 안 된다면서 정답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냐? 그건 이런 뜻입니다.개판으로 쓰면 안 된다 = 내가 가진 장점, 나라는 사람을 증명하는 증거들을 보여주지도 않고 버리거나, 혹은 이상하게 보여줘서 오해를 사지 말고 잘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스킬적인 측면에서 나를 잘 보여주기 위한 팁들은 있을 수 있습니다. 매번 힘들게 쓰지 않아도 자소서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 준비하여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은 이미 많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정답이 없다는 건), 자소서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글이라는 겁니다. 자소서가 소설이고, 글빨이고, 정답이 있다면 국문과 출신이 온세상 서류전형 다 찢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국문과나 문창과 출신은 자기 글뽕에 취해서 자소서를 드럽게 못 씁니다. (제가 국문과 출신이며, 제 자소서가 구리다는 것을 150개쯤 탈락한 뒤에 알았습니다. 그 후로는 서류 합격률이 대폭 올라갑니다) 5. 끝입니다.자소서를 어쩔 수 없이 써야하는 귀찮은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글빨 끝내주게 잘 쓰는 그런 '잘 쓰다' 는 안 해도 됩니다. 조금 투박해도 내가 가진 재료(증거, 스펙)로 나를 표현하는 글을 쓰면 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보세요. 매번 마감에 쫒겨 헐떡대며 쓰는 게 아니라 내 컴퓨터 메모장이나 워드에 조금씩 써 보세요. 메모장을 켰는데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이 전공을 왜 선택했더라. 내가 이 진로를 왜 선택했더라. 내가 이 산업을, 직군을, 직무를, 기업을 왜 선택했더라. 내가 제일 잘 하는게 뭐더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게 뭐더라. 하는 가장 근원적인 고민부터 천천히 해 가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남들과 다른, 내가 원하는 직무/기업과 간지를 맞출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재료들이 하나씩 나타날 겁니다. 그런 재료로 작성한 자소서라면 적어도 남들과 똑같은 자소서라서 상대적 스펙컷 당하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그런 재료로 작성한 자소서라면, 면접장에서 1분 자기소개 할때도 더 단단하고 자신있는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했으니까. 면접장에서 자소서로 질문 들어올때, 구라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한 압박과 꼬리물기가 들어왔을때 당황하지 않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증거들은 기본적으로 갖추셔야합니다. 증거 없는 자소서는 뭐다? 자소서가 아니라 소설이다. 자소서는 뭐다? 소설이 아니고 증거가 있어야 하는 나 소개 글이다.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만약 어떤 기업에 지원할 때 나에게 적당한 증거(스펙, 경험, 자질)가 없다면 굳이 힘 빼지 말고 포기하십시오. 그럴 시간에 나에게 잘 맞는 기업, 내가 미리 준비했던 직무와 인더스트리에 더 힘을 쏟는 것이 좋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