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여섯 글자, 예비 신입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정리'
[포 트 폴 리 오 준 비]
이 여섯 글자들은 참 숨을 턱 막히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비유로는 대략 '이불과 베개를 틈날 때마다 구겨 넣었던 옷장을 미루고 미루다가 여는 일'과 비슷한데요... 지난 일련의 작업들이 알아서 호로록 정리되면 좋으련만. 제겐 보통은 아래와 같은 일들이 옷장 속에서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 공고와 업로드 기준을 확인 후, 직무에 맞는 작업물 셀렉
- 이성적인 판단 하에 필요시 눈물을 머금고 새 프로젝트 착수
- 제법 있어 보이는 포트폴리오 레이아웃 세팅
- 이전의 구린 작업을 들춰보며 끝도 없이 디벨롭
- 작업에 대한 설명을 담백하고 읽기 좋게 작성
- 필요시 파일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업로드 기준에 맞게 압축
당시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하는 암담한 마음에 에너지가 조기 고갈될 것만 같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았은 후에는 그냥 '엉덩이 싸움'을 시작하기로 했죠. 이 과정에서 번뇌와 지루함, 쾌감, 좌절, 자책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뷔페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맛보았던 기억입니다.
[작업은 열심히 했는데... 정리하는거... 나만 힘들고 막막해?]
2015년 카카오프렌즈에 인턴으로서 처음 발을 들이기 전, 남들과 같이 신입 디자이너가 위해 저 또한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한 기간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한다는 여러 대외활동을 하기도 하고, 어학 공부도 하고, 디자인 외주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내가 하겠다고 번쩍 번쩍 손을 들었죠. 몇날 며칠을 소리소문 없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경력직에 넣은 적도 있었고, 꿈의 대기업 인턴십에 붙을 것만 같아 큰맘먹고 비싼 원피스도 사 입었는데 1라운드에서 초스피드로 고배를 마신 적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다는 아주 평범한 노력들이었지만... 그렇게 노력하다 실망하다를 반복하다보면 문득 '과연 내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 거지?' 하는, 어질어질 혼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순간에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강점(key strength) 체크하기]
취업의 문은 참 좁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허겁지겁 많은 에너지를 쏟곤 합니다. 그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시간낭비는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저를 포함한 모든 예비 디자이너-대학생, 혹은 취준생-에게는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이 모두 다르게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해왔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면? 잘 달려 왔으니 잠시 멈추어 '내가 지금까지 뭘 잘해 왔지' '내가 어딜 목표로 하고 다니게 되면 정말 재밌게 해볼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해 보세요. 또 지난 일련의 작업물들을 제 3자가 된 마음으로 멀찌감치 바라봅시다. 어느 부분을 맨 앞으로 보내 힘을 실어 줄지, 또 어떤 부분을 살짝 다듬어야 할지, 또 어떤 부분을 과감히 빼버려야 전체가 살아날지가 좀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올 거예요.
취준과 포트폴리오를 위해 허겁지겁 열심히 달려온 우리, 정말 고생했어요. 오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내가 뚜벅 뚜벅 열심히 걸어온 길을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 아쉬워요
취업 준비를 하던 휴학생 시절, 제가 만약 잔뼈가 굵은 디자이너였다면 어땠을까 하고 돌아봅니다. 아마도 지금이라면 사소한 작업을 하더라도 훗날을 위해 중간중간 작업 과정을 기록해 둔다던지(스케치 과정 등도 모아두면 은근히 유용하고 재미있습니다), 향후 활용할 수 있도록 사진 촬영도 어느 정도 퀄리티 있게 준비했을 텐데 말이죠. 기업의 채용 공고가 뜨고 나서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내려면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혹시 저화질의 사진만 가지고 있거나, 작업 파일이 엉망진창으로 흩어져 있나요? 레이어가 알 수 없이 엉키고 합쳐져 있나요? 저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유로 당시엔 큰 에너지 소모가 좀 있었던 기억입니다. 내가 언제든 원하는 파일을 찾을 수 있는 정도의 파일 정리와 고화질 사진, 컨텐츠를 잘 정리해두는 것은 디자이너의 근육 같은, 기특한 습관이 될 거예요 :)
+ 잘했어요
2015년 겨울 자정이 지난 밤, 인턴십 공고를 보고 ‘내일 해야지’ 하고 바로 잠들지 않은 점
비슷한 내용, 반말 버전은?브런치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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