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윤리의식에 대한 덧붙임
죄송하지만, 아래 작성하신 멘토님께 매우 불편한 글을 남기겠습니다.
저는 멘토님의 생각과 어찌보면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저도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10번째 회사/조직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첫 직장은 HR컨설팅이었고, 대학 졸업시, HR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해당 분야에 대한 나름의 공부를 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도화된 HR의 부재라 할 수 있습니다. 시대와 사회는 21c를 달려가고 있는데, HR은 여전히 70-80년대에 머물러 있죠. 이에 관해서는 HBR이나 LG경제연구원 등의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참조 : (아직은 성과평가를 버리지 말아야 할 때, HBR), (개척자 조종자 통합자 수호자, HBR), (HR에서도 혁신이 시작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등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동체 의식
-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책에서는 조직문화를 성과의 근간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40-50대)들은 공동체와 조직을 강조하지만, 국내/외에서 나오는 여러 연구자료에서는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를 담보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퍼포먼스는 조직을 위해 헌신할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달을 추구할 때 나온다는 것이죠. 이는, 조금만 생각을 깊게 해봐도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 어떤 회사도 구성원의 인생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개인을 '지킨다'고 한다면, '정년퇴직'이라든가, '명예퇴직'이라든가 하는 용어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단어인거죠. 그리고 우리 개개인의 삶을 비추어 봤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위해서 살아가지, 타인을 위해 살아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70-80년대 일본의 집단주의적 사고가 우리나라 경제와 경영에 흘러들어오면서, 맞지 않는 옷을 입게 된 것이 지금의 현실을 만들게 된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사회는 보다 인간중심적인 사회로 변해야 합니다. 조직과 집단을 위해 ‘희생’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철학적 질문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는 절대로 목적이 흐려져도 된다거나, 추구해야 할 가치를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저는 접근방법과 과정적인 측면에서 주장하는 것입니다.
2. 주인 의식
- 주인 의식은 우리 개인의 삶에서만 있어야 합니다. 주인 의식은 ‘책임’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주인의식으로 포장된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제가 HR 컨설팅 firm에서 일할 때, 선배 한 분이 모 회사의 급여체계 컨설팅 프로젝트 진행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급여는, 그 회사의 모든 것이다’ 급여에는 회사의 이념, 경영자의 철학, 업무의 범주, 책임의 무게 등 모든 것이 녹아져 있습니다. 노동자는 절대로 받은 만큼 일해야 합니다. 우선, 지금 일상화 되어 있는 일급/월급의 개념은, 원래 생산직 노동자에게 지급하기 위한 logic 입니다. Time당 생산량이 분명한 경우에 이를 환산해서 지급하는 개념인거죠.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time당 생산량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창조적 인재’를 말하죠. 그런데 대부분 급여를 월급 혹은, 연봉(한국식 연봉이라 불리우는)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생산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듯이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책임의 범주도 명확하고, 일의 범주도 명확해야 합니다. 생산량 산정이 불가한 부분을 시간으로 환산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모든 노동자들은 월급 받은 만큼 일해야 하고, 고용주 또한 월급 주는 만큼 일을 주어야 합니다. 이 개념이 무너진 사회가 지금의 한국사회(사실 자본주의 대부분의 모습이자, 자본주의의 폐혜)입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다리’는 인식에서 지워져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맥락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급여상한제 입니다.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저소득’, 그리고 빌게이츠와 워렌버핏이 말하는 부자세 등등의 이슈들이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야근을 많이 했었고, 회사에서 누구보다 집중하려 애쓰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회사를 위한 야근이나 집중은 아니었습니다. 제 스스로의 발전과 계발을 위한 열정이었고, 그 열정의 부산물이 회사 차원에서의 성과였습니다.
누구보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 진짜 주인입니다. 진짜 주인은 주인답게, 어떻게 하면 사업이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인사가 만사이듯이,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 조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주인은 주인답게, 손님은 손님답게 행동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고 합리적인 것입니다. 감성을 팔면서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름다운 일이 아닙니다.
3. 프로 의식
- 프로란 무엇일까요. 자기 자신의 값어치가 명확하고, 그 값어치 상승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사람?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공동의 약속이기 때문에 이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세계적 석학 다니엘 핑크의 저서 중에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라는 책이 있습니다. 프로 의식이라는 표현은 20c 후반 새마을 운동 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 시대는 프리에이전트(FA) 의식이 더 시대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하나의 질문으로 명확해 집니다. 기업에서 연봉을 지급할 때, 모든 구성원들의 연봉이 다르게 책정되나요?
종합하자면, 우리는 더 이상 노동자에게 불합리하면서 더 많은 노동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인간의 노동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에 대해 전 사회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개인은 꿈과 이상을 가지고 이의 달성 혹은 도달을 위해 노력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기업은, 개인이 그러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기업의 목적 및 목표와 일치되는 개인을 영입해야 합니다. 또한 그 개인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공동’이니, ‘조직’이니 하는 미명하에 진행된 노동력 착취와 소수에 의한 부의 축적을 멈추어야 합니다.
제가 컨설팅하면서 저희 프로젝트 팀과 프로젝트 리더가 기업에 항상 조언하였던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절대로 사람에게서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시스템과 프로세스에 있으며, 모든 책임은 리더에게 있기 때문에 리더는 그 책임감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일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저 세 가지가 리더를 향한 쓴소리였다면 동의하겠지만, 이를 직장초년생에게 얘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심각한 문제라고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