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점(Part 8 : 네번째 회사 후기)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흔히들 말하는 다수결의 법칙이 존재한다.
10명의 사람중 8명이 같은 말을 하면 비록 2명의 소수의견이 존재하기는 하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8명의 입밖으로 나온 의견이 웬만해서는 거의 들어맞는다.
예를 들면,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고향으로 온 후 네번째 회사는 근무하기 괜찮은 환경이었다.
앞서 칼럼에서도 나열했듯이 퇴근이 늦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또한, 일에 있어 이견이 있으면 그자리에서 바로 협의할 수 있도록
서로가 최대한 빠르게 협의하려고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
특히, 기획업무를 하면서 회사의 현실을 누구보다 빠르게 보는 시각이 길러지면,
이 회사가 괜찮을지, 나는 어떻게 될지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 모습이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앞서 그만둔 회사들은 현재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연락하는 동료들로 부터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물론,
먼저 움직인 것은 같은 기획팀 부서인원들..
왜 나는 정착하기 어려운 것일까,
차라리 떠나고 난 후 다른 사람들은 남아 있다면, 나만 유별하구나 하고 자책할텐데..
왜 다들 같이 떠나는 것일까.
고향기업에서 맡은 기획업무는 고된 것이 없었다.
원가와 예산, 손익추정과 분석, 그외 회의체 운영 등
충분히 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오히려 조금 심심할 정도로..
그래서 다른 업무를 찾아서 직접 의견을 내면서 일을 진행하고는 했다.
허나,
공장하나가 Shut down되고, 급여가 한번이 밀리고, 두번째 밀리는 시점이 되었다.
매달 수십억의 적자, 그럼에도 새로 오신 상무님과 고문님은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기존 인원들의 반응은 그러지 못했다.
말이 안되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부터,
식당에서 점심으로 나온 상추가 시들었다고 총무팀장을 불러 얼차려 시키는 것까지..
전형적이며, 고지식한 '갑'의 마인드가 출중한 임원들 이었다.
나는 기획팀이지만 미래전략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일하는 만큼 보상받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총무팀장이 식당에서 얼차려를 받든 말든, 큰 상관이 없는 일이다.
물론, 그런 문화를 따르며 그 모습에 찌든 그 분들의 자세가 보기 좋다는 말은 아니다.
일을 했으나, 월급이 안나온다는 것은 그 어떤 핑계로도 용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입에 풀칠해야하는 상황인 직원도 있다.
임직원을 모두 불러 놓고, 당분간의 회사의 실정을 설명하는 것은 좋은 취지이나,
그런 자리에서 '나도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데, 이참에 다들 마이너스 통장하나씩 만드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라며 장난식으로 말하는 리더의 모습은
모든 직원을 경악시키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떠났다.
이번에도 나의 중대한 결정뒤에는 와이프의 조언이 큰 작용을 했다.
이제 아이가 기어다니고 있는데
아버지가 네번이나 직장을 때려 치우다니,
말로 설명하는 자리가 없다면, 서류상으로는 낙제점을 받을 경력인 상태다.
그럼에도 이력서를 지원하는 것을 다시 시작했다.
저장된 이력서만 수백개, 종류별 물음에 대한 자기소개서 수백개.
이제는 보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 면접 대답들.
서류에서 번번히 탈락을 하며, 슬픈 예감에 사로 잡힐 무렵.
이따금씩 통과되는 서류전형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도에 있는
회사의 면접에 한번씩 가보게 되었다.(강원도는...없었으므로 제외)
했던 업무와 이직사유, 상황별 물음에 대한 답이 준비를 하지 않아도
편하게 나왔다.
구직을 다시 시작한지 2개월
나는 신기하게 S사 계열로 가게 되었다.
그동안 좋은 면접 자리도 많았고, 헤드헌터의 추천으로 면접을 본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급여를 맞춰주기 어렵다는 식의 면접탈락이 많았다.
급여를 낮춰야 하기에는 더이상 외벌이로서 물러날 수 없는 선에 있는 상황에
벌어놓은 돈도 까먹으며,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탈락하기를 몇번...
H사의 최종면접과 S사의 최종면접, 그리고 그외 다른 회사4곳의 최종면접..
참 신기한 일이다.
이직이 많은데 무슨 사유로 서류가 통과 되었을까..
그 질문을 한 번 던져본 적이 있었다.
'면접은 끝났습니다. 혹시 질문 있습니까?'
'네, 한가지.. 저는 이직사유를 충분히 설명드렸지만, 이유야 어쨌건 4번이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서류전형에서 당연히 탈락할 줄 알았는데. 서류전형에 통과하여 이렇게 면접기회를 주신 것이
궁금합니다.'
'서류상으로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면접자리에서 충분히 소명을 하신 내용을 보면
대부분 불가항적인 사유로 그만둔 상태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역시 지금도 꺼림직한 것은
맞습니다. 다만, 경력기술서 내용과 자기소개서 내용은 지원자님만의 스토리가 탄탄해서
면접으로 꼭 검증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기업에 제출했던 서류를 집에서 컴퓨터로 다시 찾아보면 눈시울을 붉혔다.
그냥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잘 정리된 경력기술서, 스토리가 담긴 자기소개서..
눈앞에 그저 옛일들이 스쳐가면서 합격여부에 관계없이...
'너 참 고생많았다...'라며 위로를 했었다.
지금은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혼자서 다시 서울로 가야한다.
아직 고향에 있는 집의 계약기간이 조금 남아있다.
그렇게 고향을 보고 기분좋게 왔으나.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그게 맞든 아니든, 지금으로서는 다시 올라가게 되었다.
남은 다른 회사의 면접이 3개가 있으나, 가지 않기로 했다.
기획직군으로서 조금더 면밀히 회사와 사회적 상황을 판단해서 그렇게 결정을 했다.
어디를 가나 정도의 차이가 있으며, 또X이는 반드시 존재한다고는 하나..
장단점을 보고만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이 회사이고,
감수해야할 것이 있기마련이다.
예를 들면, 일정수준의 야근과 업무량은 때로는 가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이 극단적이거나, 급여가 밀리거나..
하는 상황은 이제 그만되어야 한다..그것이 작은 바램이다..
일이 많거나, 어렵거나 해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런 문화와 금전적인 문제로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뒤돌아 보니 너무 힘에 겨운 나날이었다.
새해에는 칼럼에 이직의 내용이 아닌
기획업무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담아보려 한다.
5번째 회사에서는 집중할 때는 오로지 일에 집중하여 성과를 내고
(이 부분은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된 인맥들로 S회사의 문화를
사전에 들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된다.)
또, 가정생활과 취미도 충분히 병행할 수 있기를..
나이와 경험이 많다고 누군가의 나침반을 흔들어 놓는 실수를 범하는
"조언, 충고, 말"을 하게 될수도 있기에..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주고,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거를 것은 거르고, 공감할 것은 공감하며,
능동적/주체적으로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값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