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K] 자소서, 익숙함의 함정
취업 시즌, 공채 시즌이 되면 한결같은 질문이 올라온다.
자소서는 어떻게 쓰면 될까요?
위의 질문과 함께 첨부된 자소서들은 템플릿을 서로 공유하나 싶을 정도로 유사한 것들이 많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모범(?) 사례와 자소서 컨설턴트라 자부하는 이들의 교정을 받은 글들을
가려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인력팀도 아닌 내가 판별할 수 있다면 이러한 자소서를 매번
접하는 인력팀 인력들에게는 더욱 명확하게 보이리라 생각이 든다.
자소서를 글쓰는 기술(or 테크닉)로 단정짓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잘 구성된 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주지만, 이는 단지
초기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내용이다.
내가 나의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어떤 내용(경험)을 활용할 것인가?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떤 점을 배워왔는가?
그리고 나는 이를 통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내가 온,오프 멘토링 시에 항상 알려주는 부분은 자신만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내가 어떤 목표를 가졌고, 그 목표를 위해 어떤 시도를 했으며, 그 시도 속에서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정리가 중요하다.
자소서의 문항이란 것은 언뜻보면 각각이 분리된 파편의 나열로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자신만의 일관된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있어 더 없이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상담을 요청해오는 학생들은 흔히 외부에서의 거창한 활동과 수상경력이 없으면 쓸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수업 중에 수행한 프로젝트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초기의 목표와 완료 뒤의 산출물이 일치하는지? 일치하지 않다면 왜 일치하지 않았는지?
수행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은 원활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앞서 게시한 컬럼 글 중에 "기록"을 남기자라는 언급을 한 바 있다.
프로젝트 수행 중 짧더라도 순간순간의 나의 느낀점과 개선에 대한 노력등을 기재해 놓는다면 추후
자소서의 소재로 활용하기에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내용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 순위로 고민할 것이 템플릿이다.
흔히 알려진 어구를 토대로한 다른 이의 템플릿 활용은 시간과 편의성 측면에서 좋을 수 있지만,
템플릿을 위해 내용을 일부 희생하거나 불필요한 글의 전개를 파생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자신만의 템플릿, 자신만의 표현법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며, 나의 경험과 경력에 맞춰 작성된 나만의 템플릿은
나의 글을 전개하는 데 있어 자연스러운 효과도 줄 수 있다.
자소서 글을 보고 평가하는 이들은 수많은 자소서 글을 정해진 시간 안에 확인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눈으로 보기에 익숙함이 너무나 명확하게 보인다면 사실상 그 글은 빠르게 읽혀지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익숙함이 주는 함정이다.
무조건 '파격'을 주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나만의 signature를 느낄만한 충분한 내용과 나만의
스토리 전개 템플릿을 활용한다면 적어도 서류전형에서 고생할 일은 없다.
나 역시 취준생 시절 여러 개의 자소서를 써봤다. 다행히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성격(잘 하진 않는다) 덕분에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봤다. 결국 이렇게 쌓인 글들은 추후 입사 지원시 활용할 수 있는 템플릿으로
남았고, 글 쓰는 당시에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지만, 전형 진행중에는 적어도 자소서 작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없었다. 쓰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자소서 문항이 회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갈수록 할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은 취준생 입장에서 매우 아까운 시간투자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고 차분히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사실 면접시에 도움이 된다.
후다닥 급하게 작성한 글보다는 충분히 고민을 담아 쓰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숙지하게 되고, 답변시
표현도 훨씬 자연스럽다.
어중간한 자격증에 투자하는 시간의 10% 정도의 시간만 투자해도 충분할 것이다.
굳이 취업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의 대학의 기록을 나만의 문장으로 남긴다는 것은 꼭 해볼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고민 속에서 작성된 나만의 글은 사진만큼이나 선명하게 나의 기억을 반추하는데 도움을 줄것이다.